에너지칼럼/ 재생에너지 확대 시민의식에 달렸다
에너지칼럼/ 재생에너지 확대 시민의식에 달렸다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3.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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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국제태양광발전 박람회를 다녀왔다. 고효율 태양전지, 집광형 태양전지, 박막형 태양전지 등 태양광발전 분야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두드러진 것은 이 박람회에 이미 알려진 태양전지업체 말고도 미쯔비시, 히타치 등 세계적인 일본의 대기업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이 태양광발전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돈벌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최근 매년 20%씩 성장하여 이미 4조원에 이른 세계 태양광발전 시장을 일본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3조원에 달하는 태양전지 시장의 절반 가량을 샤프, 산요, 교세라 같은 일본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 해 샤프 한 기업에서 생산한 태양전지 용량만 123MW. 어림 잡아도 태양전지 매출만 6천억원에 이른다.
 일본에서 생산된 전지의 상당부문은 수출되지만 일본 국내에도 상당한 태양광발전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일본 기업들이 세계 태양전지 시장을 주도하게 된 것도 규모있는 태양광발전 국내시장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본의 태양광발전 시장 형성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은 다름 아니라 시민들이었다.
 태양광발전 설치비의 50% 혹은 30%를 보조하고 생산된 전기를 전기소매가에 매입하는 제도를 일본 정부가 시행한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래도 약간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태양광발전기를 시민들이 주택과 유치원, 학교 지붕에 설치한 것은 화석연료와 원자력에서 벗어나려는 높은 시민의식의 결과였다.
 박람회 기간에 열린`태양광발전 확산을 위한 시민들의 활동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일본 환경단체의 대표는 일본 시민들이 투자비 회수조차 쉽지 않은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해 온 시민발전소 운동의 동기를 세가지로 설명하였다.
 소수가 통제하는 거대에너지기술로부터 시민들이 소유할 수 있는 적합한 규모로 전환, 원자력 반대 운동에서 대안 제시 활동으로의 변화, 재생가능에너지 확산을 통한 분권과 참여 민주주의 발전 등이다.
 주택과 건물 지붕에 설치된 10만개가 넘는 태양광발전기는 태양광발전 설비의 가격 하락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10년 전 kW당 3천만원에 이르던 비용이 지금은 80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10년 사이에 태양광발전 비용이 거의 1/4로 떨어진 셈이다.
지난 5월 중순에 우리나라에서도 원자력과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려는 시민들의 의지가 모여 최초의 시민태양발전소가 세워졌다.
 에너지대안센터 회원 35명이 출자하여 3kW 태양추적형 시민발전소를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세운 것이다.
 발전 효율을 높일 목적으로 해를 따라가는 추적기 위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하였다.
 시험 가동 결과 기존 고정형 태양광발전보다 효율이 20% 가량 향상되어 연간 월평균 300kWh의 전력생산이 예상된다.
 이 정도의 발전량이면 도시 가구 한 두집에서 소비하는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비록 작은 것이지만 이 태양발전기는 기존에 국내에 세워진 시스템과는 달리 시민태양발전소이다.
 이 시민태양발전소는 전력판매를 목적으로 세워졌다. 태양광발전 홍보와 교육, 낙도 전원화 사업의 일환으로 정부 지원으로 세워진 태양광발전기는 자가용으로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판매는 사실상 어렵지만 시민들이 출자해 세운 이 시민태양발전소는 비록 소규모이지만 생산된 전기를 전선망으로 보내는 전력판매용이다.
 지난 해 9월부터 개정된 '대체에너지 촉진법'에 따라 독일처럼 태양광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할 경우 전력회사에 kWh당 716원을 받고 판매할 수 있는 태양광발전 촉진시책에 시행 중이다.
에너지대안센터는 이 시책이 발표된 후부터 시민태양발전소 건설을 준비해왔다. 아직 발전사업자 허가를 받아야 하고 전력거래소에 회원으로 가입해야 하는 등 소형 태양광발전 사업에 여러가지 제도적 장벽이 남아 있어서 판매는 성사되지 않지만 에너지대안센터가 전개하는 제도개혁운동이 결실을 맺으면 조만간에 이 시민태양발전소는 전력판매가 가능해질 것이다.
다른 태양광발전기들이 70% 가량 정부의 보조를 받아 설치되었지만 이 발전소는 에너지대안센터 회원들이 2천 9백만원을 출자하여 세워졌다.
 유럽이나 가까운 일본에는 시민들이,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출자하여 풍력발전소, 태양광발전소, 소수력발전소 등을 세워서 전기를 판매하여 투자금을 장기간에 걸쳐 회수하는 시민발전소 운동이 활발하다.
 이것은 원자력전기나 화석연료 전기로부터 벗어나 재생가능에너지를 확산하려는 자발적인 시민 실천으로 재생가능에너지의 실질적인 확대와 관련 법제도 개선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시민의 실천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제도를 만들고 바뀐 제도가 독일이나 일본에서 '태양광10만 지붕' 보급을 실현하는 동력이 되기도 하였다.
국내에서 시민태양발전소가 널리 확산되려면 몇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시민들이 세운 태양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정부가 의무구매하는 제도가 보다 간소화되어야 한다.
 독일이나 일본에선 태양광발전기에서 전기를 얼마 생산했는지 계량만을 하면 발전량에 따라 기준가격에 전력회사가 구매해준다.
 복잡한 절차와 설비가 필요하지 않다. 제도가 간소해지면 시민단체들이 앞장 서 태양광발전기 설치에 나설 것이다.
 둘째 태양광발전 설치비가 국제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 현재 국내 태양광발전 설치비는 kW당 1천5백만원으로 간주된다. 국제 수준의 2배이다.  국내 태양광발전 시장이 작아 전반적으로 비용이 높은 것이 주된 이유지만 사실상 가장 중요한 태양광발전 시장인 정부가 시행해 온 태양광발전 시범 사업이 다단계의 하청 구조를 가진 탓에 비효율성이 크다는 점도 간과할 없다.
 정부의 태양광발전 시범사업에서 비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초기에는 정부에서 설치비의 일20~30%를 보조해 주는 것도 시민태양발전소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태양광발전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보다 값싸고 신뢰성있는 설비를 공급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불량품 공급과 서비스 부족으로 스스로 제 밥줄을 끊어버린 태양열온수기 분야의 경험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상훈 에너지대안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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