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대통령직인수委, 에너지 분야 적극적 개혁 나서야
에너지칼럼/ 대통령직인수委, 에너지 분야 적극적 개혁 나서야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3.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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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국민의 대통령이지만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그 말이 누구보다 잘 어울린다. 그는 세력 있고 돈 많은 속칭 주류 정치인이 아니었다. 그에겐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해 온 패거리도 없었고 정경유착으로 형성한 정치자금도 없었다. 소속당의 실세 정치인들조차 외면했던 그가 기적같은 드라마를 연출하며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시대의 흐름을 대변했던 그에게 변화를 갈망하는 시민들이 소신껏 지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12월 19일 밤, 전국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노무현 당선자를 축하하는 한밤의 열광은 호불호를 떠나 누가 보아도 흥겨운 국민의 축제였다. 이제 막 국민의 대통령 노무현의 국정 과제가 구체화되고 있다. 요즘 많은 이들이 노무현 당선자에게 공약 중에서 지킬 것, 국민의 뜻을 다시 물을 것, 포기할 것을 구분해서 새정부의 국정과제와 정책에 반영하라고 주문한다.
시민단체들은 다른 공약에 비해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선 노무현 당선자의 공약이 개혁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한 바 있다. 대선 유권자연대가 제시한 `새만금 간척사업 중단과 개발정책의 전환, 신규핵발전소 건설 중단과 신재생에너지 보급비율 10% 확대'라는 정책 과제에 대해 노무현 당선자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에너지시민연대의 에너지 분야 정책 질의에 대해 이회창 후보가 `석유의존도 축소 및 신재생에너지 10% 확대'라며 혁신적인 답변을 냈지만 노무현 후보 측은 산자부의 입장을 늘어 놓는 수준에 그쳤다. 단지 대선 공약이나 정책 답변에서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 대해 개혁성이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대통령직 인수위의 구성과 주요 과제를 보아도 환경과 에너지분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듯 하다.
지방분권, 남북관계, 정치개혁, 경제개혁, 사회복지, 교육개혁 등은 중요한 정책 과제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21세기 환경의 세기에서 `지속가능 발전' 이념을 구현하는 것도 더 이상 사치스런 것이 아니라 필수적인 과제이다. 특히 에너지 분야는 심각한 현안이자 `지속가능 발전'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이다.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세계는 에너지위기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20세기 산업문명의 원동력인 석유는 산유량이 거의 정점에 달해 조만간에 감소 추세로 들어갈 전망이고 이는 만성적인 석유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베네수엘라 파업 사태와 이라크 전쟁 가능성 때문에 산유량이 줄고 유가 상승과 경제 침체가 점쳐지는데 산유량이 줄어들면 이런 상황은 일상화될 것이다.
 석유의 대체 연료로 각광받는 천연가스도 가채연수가 65년에 불과하다. 천연가스 소비가 급증하면서 천연가스 가채연수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 석유가 바닥나기 전에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과다한 사용으로 지구의 대기가 더워지고 기후체계가 변하는 기후위기가 인류 문명과 지구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극심한 홍수, 가뭄, 추위, 더위 같은 기상재해가 자주 생기고 말라리아, 뎅기열 같은 질병이 창궐하고 있다.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고 수많은 동식물들이 서식처 환경이 급변하자 멸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으로 현재 선진국을 중심으로 90년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에는 약 5% 정도 저감하는 교토의정서 발효를 눈 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에너지원 고갈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태세를 전혀 갖추고 있지 못하다. 지속가능한 발전이 요구되는 21세기에도 20세기식 공급 위주의 에너지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1인당 에너지소비량은 이제 막 독일, 일본 등을 넘어서고 있다. 석유 한방울 안 나오는 나라가 석유수입은 세계 3위, 석유소비는 세계 5위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중동에서 전쟁이 나면 경기에 악영향이 예상된다는 판에 박힌 현황분석만 있을 뿐 석유 의존에서 탈피하고 국내에 부존하는 자연에너지원을 적극 활용하려는 노력은 없다. 한국은 OECD국가 중 지난 10년간 에너지소비 증가율 1위이고 온실기체 배출량은 2010년 기준 90년 대비 약 2.5배 내지 3배로 증가하는 등 전 세계적인 온실기체 감축 흐름에서 멀찍이 벗어나 있다. 독일, 스웨덴,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등 환경선진국들이 원자력 발전을 점진적으로 중단할 예정이지만 한국은 이미 발전의 40%에 이른 원전 의존도를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다.
이회창 후보는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에너지분야에서 몇 가지 개혁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 후보는 10년의 기후종합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기존의 국무조정실 산하 대응조직을 대통령 직속으로 하여 행정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중동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축소하면서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2010년까지 10%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기후협약에 대한 핵심 정책기조로 제시하였다.
 이에 비해 노무현 당선자 진영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 온실가스 의무부담 시기를 3차 의무이행 시기로 잡고 있고 원자력에 대한 비중을 유지하며 신재생에너지는 단계적으로 2010년에 5%로 확대하는 정책안을 제시한 바 있다. 노후보의 에너지 정책안은 새롭고 구체적인 방안의 제시가 없이 기존 정책을 유지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을 좀 더 깊이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새 정부는 지속가능 발전을 실현하는 토대로서, 심각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로서 화석연료와 원자력 의존에서 탈피하여 과감히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나서야 한다.
현재 1차 에너지공급의 약 1%를 차지하는 대체에너지에서 폐기물 소각열을 제외하면 한국의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은 1차 에너지공급의 0.1%에 불과한 실정이다. 2010년까지 폐기물 소각열을 제외한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을 최소한 5%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그리고 한국은 늦어도 2차 공약기간(2013-2017년)에는 온실가스 의무감축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에너지 효율 향상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초점을 맞춘 기후변화협약 종합대책을 수립, 추진해야 한다.
 노무현 당선자가 당선사에서 약속한 것처럼 상대방도 포용하는 국민의 대통령이라면 상대적으로 후한 평가를 받은 다른 후보들의 에너지 공약도 객관적이고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상훈 에너지대안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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