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미국-러시아의 석유협력과 동시베리아 석유개발
에너지칼럼/ 미국-러시아의 석유협력과 동시베리아 석유개발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2.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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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주요 산유국들과 소원한 관계를 보이고 있으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는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즈음하여, 미국과 러시아는 양국 에너지 협력 강화 합의서에 서명하였다. 이 합의서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앞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를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에너지 공급의 신뢰도를 향상시키기고 하였다. 이를 위해 양국은 에너지 협력 실무그룹을 구성하여, 양국의 주요 에너지 이슈를 이 그룹에서 논의할 것을 합의하였다. 이 합의의 구체적인 후속조치로서, 지난 6월부터 러시아산 원유가 미국으로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러시아 3위의 석유기업 유코스(Yukos)는 비싼 수송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우랄유 2백만배럴을 매달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간 에너지 부문 협력확대의 가장 큰 이유는 미국입장에서는 중동석유에 대한 의존도 감소이다. 현재 미국의 중동 지역 석유의존도는 약 25.1%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중동에 대한 의존도는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은 석유수출에서 중동과 전통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러시아로부터의 석유수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지난 50년대에 내륙 볼가강과 우랄산맥 일대에서 대규모 유전들을 발견한 이래, 우랄(Ural)유라는 원유를 수출해 왔다. 이런 우랄유 수출은 OPEC 결성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였고, 최근에도 OPEC과 원유생산을 두고 불편한 관계를 보이기도 하였다. 미국의 러시아 석유 수입 증가는 바로 이런 점을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OPEC 영향으로부터의 탈피와 새로운 시장의 개척을 위해 미국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태이다. 국가 수입의 25%이상을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는 지난 2년간 OPEC으로부터 감산압력을 받아오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생산은 하루 약 750만배럴이지만, 이를 1,000만배럴까지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런데 OPEC의 생산 조절 압력은 바로 러시아의 국가 수입 확대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또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마무리되어, 이라크 원유수출이 본격화되면, 러시아는 이라크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한다. 러시아 우랄유와 이라크의 주력원유인 키르쿠크유는 품질이 비슷하여, 과거에도 치열한 시장 확보 경쟁을 벌인 적이 있다. 그런데 러시아는 미국시장 점유율이 0.1%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이라크가 본격적인 석유수출을 재개하기 전에, 새로운 미개척 시장인 미국을 선점해 놓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5월 합의에 의해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에너지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양국은 러시아의 석유수출 확대에 필요한 러시아 기반시설 확충에 협력하기로 하였다. 러시아는 증산을 하고 싶어도 러시아 파이프라인과 선적항의 선적능력 한계 때문에 석유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러시아는 항구와 파이프라인과 같은 석유수송 기반시설 확대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석유 및 가스 생산에도 양국은 협력하기로 하였다. 러시아는 구소련이 붕괴된 후, 시베리아 서부 지역에 대한 석유생산에 치중한 반면, 동시베리아에 대한 관심을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 결과, 이 지역 개발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고, 지역주민의 불만도 큰 편이다. 따라서, 동시베리아와 극동 지역 해양 유전에 대한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참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양국은 제 3국 진출에 대해서도 협력하기로 하였다. 이라크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석유개발 유망지역으로 나오고 있는 이라크에서 미국은 아직까지 이렇다할 만한 개발계약을 체결해 놓은 것이 없는 반면, 러시아는 이미 이라크 주요 유전에 대한 개발계약을 체결해 놓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로서는 당장 이라크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에서도 미국과 협력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미국과의 타협을 통해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석유 개발에 적극 참여할 태세인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협력관계는 동시베리아 지역 석유개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동시베리아 지역개발을 통하여, 미국 서부 지역에 대한 석유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러시아 동시베리아 지역은 석유매장량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와 몽고 접경 지역의 동시베리아 지역은 현재 가채 매장량만 120억 배럴 이상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으며, 추가 탐사에 의해 매장량은 500억배럴에 달할 것으로 러시아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 지역이 석유 수송 수단인 파이프라인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들어, 러시아 연방정부는 동시베리아 지역 파이프라인 건설에 관심을 갖고, 러시아 국영파이프라인 회사(Transneft)는 파이프라인 건설을 위한 계획을 입안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 Transneft가 계획 중인 파이프라인은 수송능력 100만b/d로서, 러시아 극동 나홋카항까지 건설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미국의 협력관계 강화로 그간 러시아가 소홀히 해온 극동지역에 대한 석유개발이 본격화되면, 동아시아에 대한 러시아 석유공급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러시아는 일본에 천연가스 수출을 희망하고 있지만, 일본은 러시아와의 북방 4개 섬 분쟁 미해결 때문에 러시아 가스 수입에 주저하고 있다. 일본이 주저하고 하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이 동시베리아 자원개발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이준범 한국석유공사 전략정보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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