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전력산업구조개편 성공을 위하여
에너지칼럼/ 전력산업구조개편 성공을 위하여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2.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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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전력관련 국제학술대회에서 가장 많은 청중이 참여하는 발표회 혹은 토론은 단연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관련된 주제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국제학술대회는 우리나라 코엑스 같이 대형 전시장이 구비된 국제회의장 또는 국제회의를 잘 지원하는 특급호텔에서 개최되며, 회의장 배정은 예상되는 청중에 비례하여 그 크기를 할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조개편 관련 발표회는 보통 가장 큰 회의실을 사용하며 그리고 좌석 점유율이 가장 높은 것이 요즈음의 사정이다.
 두어해 전만하여도 발표 주제의 주류는 각국이 추진하는 구조개편 프로그램의 내용, 또는 계획의 쟁점 혹은 특징을 소개하는 것이었는데, 필자가 두 번 참석한 금년 국제학술대회에서는 구조개편 후 전력거래체제 및 전력시장 운영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한 개선 방향에 대한 내용이 패널 혹은 개막 전체회의 주제로 발표되었다. 그리고 성공적인 전력산업구조개편, 규제완화, 또는 전력시장 자유화의 사례로 거론되고 있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성공적 사례로는 경쟁도입을 통해 전기요금이 많게는 10% 이상으로 하락하였거나, 적어도 크게 오르지 않은 점과 소비자 선택권이 개선된 점을 들고 있었다. 또한 구조개편 후 전력공급 신뢰도가 저하되지 않았으며,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그리고 전력산업 종사자의 만족도가 개선되었다는 점이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구조개편과 같은 혁신적 변화가 전력산업의 사회적 및 경제적 기능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성공적 사례가 보편성을 갖기 보다는 각국이 처한 여건에 따라 나타나는 부대효과로 낮추어 보려는 시각이 없는 것도 아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이미 지역별로 분할된 9개의 민영 전력회사를 중심으로 급격한 변화에 반대하는 상당히 보수적 입장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성공하기 위한 요소를 학술적으로 체계화하는 작업은 구조개편 사례가 다수 발표되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 작업과 분석 결과를 종합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구조개편의 실패에 대한 반대 개념으로서 성공 요소를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여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첫째, 전력시장 가격안정 둘째, 적정공급신뢰도 유지 셋째,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수준 개선 및 전력산업 종사자 만족도 유지.
 전력시장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는 예비력의 부족 등과 같은 수급불안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며, 또한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방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수급 안정이 시장 기능을 통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수급 안정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제도 정립과 함께 시장 가격 신호가 전기의 공급과 소비에 적정하게 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공급신뢰도 유지를 일반 상품시장에 비유하자면 전기 물류 체계의 안정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전기 물류 체계가 일반 상품의 물류 체계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저장성이 없어 전기는 생산과 동시에 소비가 이루어진다는 점과 유통과정에서 혼잡이 발생하면 곧 바로 비용 요소로 반영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공급지장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전기는 물류 체계상의 모든 지점에서 수급 불균형이 수초만 지속되어도 바로 공급지장으로 진전되는 실시간적 특성이 있으며 이의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수반된다. 이와 같이 실시간적 특성을 기반으로 하는 전기 물류 체계의 특성이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까닭이다.
 한편,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추구하는 목적이 아무리 사회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 할지라도 구조개편이 이루어진 후에 이 분야 종사자들에게 직업으로서 만족감을 제시할 수 없다면 구조개편의 성공 효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구조개편 후의 전력산업은 경쟁을 통한 효율성 달성을 위해 종사자들에게 한층 세련된 전문성을 요구하고 이는 우수한 인력 확보와 전문 기술 개발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 없이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개선은 소비자가 전기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전기 품질을 다양화하고, 공급 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력산업 인프라의 고도화와 효과적인 전력기술 개발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전력산업은 2001년 말 기준 약 5,100만kW 발전설비 용량이 2010년에는 약 7,900 만 kW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어 이에 수반되는 전기 유통 설비의 보강을 위하여 설비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또한 통일 후 통합 전력망 구성에 대한 대비 등을 위해 전력분야에서의 신기술 개발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의 전력산업구조개편은 전기사업법의 규정에 의해 2003년 1월부터 50,000 kVA 이상 수용가에게 허용되는 전력시장에서의 직접 전력구매와 2003년 4월부터 양방향 입찰 도매경쟁 전력시장의 모의운영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인 모두 합심하여 우리나라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성공 사례로 인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 요구된다.

<오태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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