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수첩/ 변함없는 무성의 국감
에너지수첩/ 변함없는 무성의 국감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2.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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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산업자원부 대회의실. 산업자원위원회의 첫 국감대상인 산자부에 대한 국감이 열리고 있었다.
국정감사에 거는 기대야 어느 때나 컸지만 이번 국감은 특히 관심이 가는 이유가 있다. 바로 에너지구조개편에 관련된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스산업구조개편 특별법의 국회통과 여부, 배전분할을 비롯한 2단계 전력산업구조개편, 그리고 이제 첫 발을 내딛고 있는 발전회사의 민영화 등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중대한 사안들이 실제적이고 진지한 논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본 국정감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실망의 눈빛을 감출 수 없게 만들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시작한 감사는 시종일관 무성의 볼썽사나운 모습들의 연속이었다.
자신의 발표 차례 전에는 어디를 갔는지 보이지 않다 준비된 자료를 짤막하게 읽은 뒤 다른 의원들의 질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어딘가를 향해 자리를 떠버린다.
구조개편에 대한 얘기도 그렇다. 지난해와 같은 극히 원론적인 얘기를 반복했다. 부작용이 우려되니 신중히 하자는 당부, 某기업이 특정사안에 대해 특혜를 입었다는 일회성 발언 등이 주류를 이뤘다. 새로운 대안도 없고 비판의 깊이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하루라는 짧은 시간에다 이런 상황까지 겹치니 진지하고 실제적인 논의를 기대한 자체가 무리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국정감사의 모습은 매년 반복되는 일이다. 그래서 올해 역시 그러려니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산업의 구조개편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개편의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의 이런 행태를 연례행사로 넘길 수만 있을까.
나름대로 성실한 준비를 해 온 몇몇 의원들의 모습이 오히려 애처롭게 보였다.

<변국영 기자 / 200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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