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지속가능한 전기요금 체계 갖춰야
에너지칼럼/ 지속가능한 전기요금 체계 갖춰야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2.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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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요금 체계개편 공청회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전기요금 체계개편이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용으로 추진되어선 안된다. 전기요금 체계개편은 현행 한국의 에너지(전력)이용의 비효율성과 낭비를 막고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비해 불리한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여 지속가능한 전력체계를 갖춘다는 21세기형 에너지 정책에 맞게 진행되어야 한다. 누구나 알다시피, 한국은 에너지원의 97%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석유 소비 세계 6위, 에너지소비 세계 10위,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 등 에너지를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으로 소비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재생불가능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등 환경위기를 낳는 화석연료와 위험한 에너지 원자력에 깊이 의존하면서 풍력, 태양에너지, 조력, 소수력 등 국내 부존 재생가능에너지원의 개발과 이용은 등한시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전력부문을 들여다보면 지난 해 한국민 1인당 전기소비량은 이미 5,471.3kWh로 1인당 GDP가 한국의 2.3배인 영국의 1인당 전기소비량과 같은 수준에 이르렀으며 2015년경에는 이것보다 50% 정도 더 증가할 전망이다. 이렇게 전력소비증가는 별다른 대책없이 방치하면서 2015년까지 증가할 전력수요에 선진국에서 기피되는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27%에서 34.6%로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축소해야 하는 석탄화력을 30.5%에서 28.8%로 사실상 현행 수준을 유지하여 대처하겠다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이는 2010년까지 전체 전력공급의 22%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기로 한 유럽연합의 목표나 얼마 전 요하네스버어그 회의에서 제기되었던 2010년까지 전체 1차 에너지공급의 10% 이상 확대하자는 주장과도 큰 인식의 차를 보이고 있다.
세부적인 전기요금 체계개편에 대해 언급하면 먼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기본틀은 유지하여 낭비적인 전력소비를 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누진제 시행을 통해서 발생한 초과이익은 전력복지와 환경보전을 위한 공공기금으로 이용되어야 할 것이다. 일반가정의 요금 부담이 과중한지에 대해서는 따로 검토를 해야 하지만 앞으로 배전회사간 수익성 격차 발생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누진제를 완화하는 것은 잘못이다. 오히려 배전회사가 전력판매를 늘이기 위해서 여러 가지 마케팅 기법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전력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누진제는 지금처럼 유지해야 하고 오히려 일반용이나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에서도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누진제를 확대해야 한다. 혹시 누진제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배전회사간 수익성 격차 문제는 다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누진제를 통한 초과수익을 전력복지나 전력수급에 따른 사회적 문제 해결에 활용한다면 배전회사 수익성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 것이다.
한편,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존의 낮은 전력가와 교차보조 제도는 산업경쟁력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것으로 현행 산업용 전기요금은 원가회수율을 고려하여 인상해야 한다. 산업계는 산업용 전기요금 정상화에 반대하면서 그 근거로 산업경쟁력 약화를 주장한다. 하지만 원가에서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는 전력요금을 들먹이며 산업경쟁력을 따진는 식이라면 조만간에 한국의 모든 산업 분야는 값싼 노동력에 기반한 중국 등에 추월당할 것이다. 선진국은 산업경쟁력을 저가품 생산능력이 아니라 고부가가치품 생산능력으로 보고 있고 산업화는 늦었어도 정보화는 앞서 가자고 늘 주장하는 정부와 산업계도 그 정도는 너무 잘 알고 있다. 한국이 궁색한 소리를 하면서 개도국 운운해도 국제적인 평가는 한국은 경제규모 세계 12위, 일인당 GDP가 세계 24위에 이르는 선진공업국에 속한다. 그리고 철강, 양회 등 전력소비가 엄청나고 전기요금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업종은 전력시장에서 전력을 직접구매할 수 있는 전력직접구매 제도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더라도 오히려 싸게 전력을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오히려 산업계의 낮은 전력가 유지 주장은 시장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공룡같은 기업을 만들어 오히려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농사용 전기요금에 대한 교차보조도 점차 없애야 한다. 농업 분야에 대한 가격보조나 간접지원은 세계무역기구하의 시장 개방에 대응하고 피폐해진 농업을 살리기 위한 본질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비료와 농약에 의존하는 관행농업은 토양과 농작물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매우 에너지집약적인 특성이 있다. 부가가치 생산당 에너지소비(전력소비와 유류소비)가 엄청나다. 관행적인 에너지집약형 농업은 결과적으로 환경과 생명을 살리기는커녕 토양과 생명을 죽이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또하나의 분야이다. 환경과 밥상을 살리고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농업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선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으로 사용되는 농업에너지 이용에 대한 보조를 점차 철폐해야 한다. 대신 공익적 기능 유지, 친환경농업의 확산 등의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보상으로 소득보전을 위한 직접지불제를 대폭 강화시켜야 하며 에너지세제 정책을 통해서도 관련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선진국들은 전통문화 보전, 대기정화, 수질 개선, 토양보전 등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내세워 목표지향적이고 투명하며 시장이나 무역왜곡을 낳지 않은 직접지불제 방식으로 농업지원정책을 전환하고 있고 한국의 농민단체들도 직접지불제에 대한 요구가 매우 강력하다. 직접지불제는 세계무역기구 하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끝으로, 심야전력요금제도는 원자력발전 보조, 생태계 파괴 등 지속가능성을 저해하고 에너지의 낭비적 이용을 유발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즉시 폐지해야 한다. 기존의 심야전력 기기 설치 수용가에 대해서는 심야전력요금을 점차로 현실화하는 한편 심야전력기기를 일반 보일러로 교체하는 비용을 정부와 한전이 부담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건대 전기요금 체계개편은 시장 왜곡을 시정하는 차원을 넘어서 전력수요관리를 강화하는 조건을 조성하여 에너지이용의 비효율성과 낭비를 막고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할 기반을 마련하여 지속가능한 전력체계를 수립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상훈 에너지대안센터 사무국장/ 200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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