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수첩/ 전사모의 아쉬운 점
에너지수첩/ 전사모의 아쉬운 점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2.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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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발전회사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전사모’라는 모임 결성이 마치 무슨 유행같이 이뤄지고 있다.
전사모는 ‘전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약칭이다.
전사모가 말하는 설립동기는 선후배 직원들간에 노하우를 공유하고 선배 직원들이 퇴직 후에도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언제까지나 유대관계를 이어가자는 데 있다고 한다.
좋은 취지이다. 선후배 직원들의 우호를 증진함으로써 결국 회사의 발전을 가져 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것이니 탓 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이같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왠지 전사모의 결성이 그 좋은 취지만큼 좋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가 걸린다. 첫째는 비슷한 시기에 발전회사들 모두가 너나없이 전사모를 결성하는 모습이다.
발전회사들은 전사모가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자연스럽게 구성된 모임이라고 설명한다.
자연스럽게 구성됐다는 모임이 비슷한 시기에 일률적으로 생긴다는 것은 우연 치고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또 다른 이유는 전사모의 선배 직원들이 퇴직 후에도 유사시 발전소 운전인력으로 근무함으로써 안정적 전력공급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퇴직 후에도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나선다니 박수를 받을 일이다. 그러나 왠지 그런 행동도 관치 냄새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부는 올초 발전파업 당시 발전소의 대체인력을 확보하는데 애를 먹은 적이 있다. 전사모의 선배들이 퇴직 후에도 발전소의 대체인력으로 활동한다는 것이 이것과 오버랩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발전회사들은 올 초의 파업 앙금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래서 직원들 사이의 화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래서 전사모가 됐든 무엇이 됐든 간에 직원들의 화합을 위한 일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마치 누가 시켜서 하는 것처럼 일률적으로 모임이 결성되고 발대식 같은 것을 하는 것은 자발적인 모임의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점을 새겨 볼 필요가 있다.


<변국영 기자/200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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