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美國이 이라크를 공격하려는 이유
에너지칼럼/ 美國이 이라크를 공격하려는 이유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2.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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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이 석유관련 국제관계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국내언론의 외신면에는 이라크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의 동향이 거의 매일 보도되고 있다. 주요 일간지 외신면에는 미국의 공격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어, 이라크의 공격이 임박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단기적으로는 작년 9.11 테러에 대한 후속 조치의 일환이다. 9.11 사태 후, 미국은 테러를 지원하는 국가들을 철저히 응징하겠다고 맹세하면서, 이라크와 이란을 테러 배후 국가로 지목하였고, 이들 국가들이 테러를 지원한 증거가 발견되면 테러 근절차원에서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문제는 이라크가 9.11테러를 주도한 알 카에다(Al Qaeda)를 지원하였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라크의 구체적인 개입 물증 확보 실패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라크가 개발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 WMD)가 차후 테러집단에 유입될 경우 가공할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논리를 다시 세워 이라크를 압박하였다. 이라크는 91년 걸프전 종전 이후 허용해 온 UN무기사찰단(UNSCOM)을 클린턴 행정부시절인 98년 12월에 추방하였다. 사찰단이 사찰 결과를 미국에 보고하고 있다는 핑계를 들어 추방하였던 것이다. 부시행정부는 이라크의 WMD 사찰거부를 이유로 세계 테러예방차원에서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교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좀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라크 공격은 미국의 안정적인 석유공급을 확보하려는 계획의 일환이다. 미국은 해외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세계 석유매장량 중 약 65% 이상이 중동에 있고, 이는 장래 중동에 대한 의존도가 필연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즉, 미국의 석유공급이 중동의 상황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우려 하에 미국은 지난 10년간 중동이외 지역 석유개발에 노력을 기울여 공급원 다원화를 강화하였지만, 가장 중요한 석유공급원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동에서는 아직까지 안정적인 질서를 구축하지 못 하고 있다. 중동 불안의 중심에는 바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자리잡고 있고, 후세인 제거가 곧 안정적인 석유공급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인식을 미국은 갖고 있다.
독재자 후세인은 우선 고유가를 주장하는 강경론자이다. 실례로, 80년대까지 OPEC의 공식판매가격은 배럴당 18달러였으나, 90년 걸프전 발발 직전, 그의 주장에 의해 배럴당 22달러로 인상되었다. 그는 또 석유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중동산유국들이 석유를 무기화하여 미국 등 서방국가들을 압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석유수출을 중단한 적도 있다. 그리고 그는 주변 산유국들을 통일하여 단일의 거대한 산유국 건설을 꿈꾸는 인물이다. 90년 8월 쿠웨이트 침공은 바로 그의 이런 꿈을 이루려는 행동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민족주의자이다. 사우디,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등 친미적인 중동 산유국들이 절대 왕정체제인 점에 천착하고, 이들 왕조들은 왕정유지를 위해 값비싼 석유자원을 헐값에 소비국에 넘기고 있다고 비난한다. 왕정타도 및 공화정 수립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으며, 아랍 민족의 영광을 찾을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달가워할 것이 하나도 없는 인물이다.
현 부시대통령은 그의 아버지가 91년 걸프전을 끝내면서, 후세인을 축출하지 못 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집권하자마자 후세인을 축출하려는 입장을 표명하였으나, 그 방법을 두고 부시 행정부 내부에 이견이 있었다. 그래서, 비밀공작(covert operation)에 의해 후세인을 권좌에서 몰아낼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런데, 작년 9.11테러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걸프전처럼 대규모 군사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약 7만에서 25만명 정도의 병력이 동원될 것이라는 광범위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으나, 지난 아프카니스탄 작전에서처럼 최첨단 군사장비를 이용하면 10만이하의 병력으로도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전쟁이 발발하면, 90년 걸프전 처럼 국제석유시장은 단기적인 충격을 받을 것이다. 당시 이라크 침공이 있은 후, 국제유가는 2배 이상 급등하였다. 하지만, 91년 1월 미국의 이라크 공습시작과 동시에 유가는 하루에 11달러 하락하여, 국제유가는 급속히 안정을 되찾았다. 미국이 이라크를 다시 공격하면, 국제유가가 이런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즉, 미국의 공격과 이에 맞서는 이라크의 저항 정도에 따라 국제유가의 불안정도가 어느 정도 가늠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미국의 재공격에 따른 국제석유시장의 불안이 지난 걸프전보다 더 심각한 혼란을 맞을 수도 있다. 이라크는 현재 생화학무기를 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데, 이라크가 이를 사용할 경우, 특히 전쟁확대를 노리고 이스라엘에 생화학 무기를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사태는 심각해 질 것이다. 이스라엘의 현 정부는, 90년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을 때와는 다른, 강경세력에 의해 장악되어 있다. 이스라엘은 벌써 미국의 공격을 예상하고, 일반 국민들에게 방독면 등 민방위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이준범 박사
〈한국석유공사 전략정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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