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리뷰/ 짜라투스트라의 불
에너지리뷰/ 짜라투스트라의 불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2.07.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스는 무서운 속도로 직경 6인치 파이프를 솟구쳐 올랐다. 아마도 지표로부터 넉히 20피트는 솟구쳐 오른 것 같다. 그 가스는 파이프의 입구에서 6피트 후부터 타오르기 시작했다. 맑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면 불길이 꼭 춤추는 황금빛 악마 같았다. 땅과는 아무런 연결없이 불길이 공중에 떠서 타오르는 것이다. 불길은 바람에 흔들려 환상적인 모양을 이루는가 하면 온갖 방향에서 소용돌이 치는 것이다. 가스는 불꽃의 중심을 때리고 일부는 그 불길을 통과한다. 그야말로 불기둥이 바로 이런 것이다.”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가 `MacMillan's Magafine' 1885년 1월호에 쓴 석유와 가스에 대한 그의 최초의 기록이다. 소위 `영원한 불'이라는 말로 천연가스를 신성시한 짜라투스트라와 똑같은 심정이었으리라.
코카서스 산맥의 카스피해 쪽 앱셰론 반도에서는 옛날부터 석유 분출이 목격되어 왔다. 13세기에 마르코 폴로는 바쿠 지역에 석유가 나오는 샘이 있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석유는 식용으로는 사용될 수 없지만 잘 타고 낙타의 피부병 치료에 쓰였다는 기록도 있다.
기원전 7세기에 예언자 짜라투스트라는 앱셰론 반도에 살면서 일했다고 한다. 그는 땅에서 새어나오는 가스정(井)의 영향을 받아 그의 이원론적 우주론(우주를 선과 악의 두 원리로 설명하는 것)을 발전시켜, 오늘날 배화교의 시조로 불리우기도 한다.
앱셰론 반도에 있는 바쿠는 19세기 초 몇 해 동안만 러시아 제국에 합병되어 있었던 독립 공국(公國)의 일부였다. 그 당시에 원시적인 석유산업이 있었는데 1829년에는 손으로 판 갱이 82개나 있었다. 생산량은 아주 미미했다. 바쿠는 벽지인데다가, 부패하고 무능력했던 러시아 제국이 한 개 주에서만 석유를 독점판매토록 하는 식의 소규모 경영을 하도록 해 러시아 석유산업의 발전을 지체시켰다. 1870년대 초에 러시아 정부는 독점판매제를 폐지하고 사기업 경영체제를 인정하였으며 그 결과 기업가들은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로써 손으로 갱을 파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1871~1872년 처음으로 기계에 의한 시추가 이루어졌다. 1893년에는 20여 개의 소규모 정유공장들이 가동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노벨상을 만든 노벨 형제에 의해 이곳의 유전이 개발되어 록펠러의 스탠다드 오일에 대항하는 석유지대로 성장하게 된다.
현재 이 지역을 중심으로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지아, 타지크스탄 등의 산유국들이 있다.
소련에 합병되기 전에는 이들 국가들은 중동의 북쪽 연결부였다. 소련 붕괴로 해서 오늘날 이 지역은 카스피해 초거대 텡기즈 유전이 개발되는 등 인류의 또 하나의 최후의 프론티어(frontier)로 떠올랐다.
현재는 중동 산유국들이 이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시도하고 있다.
미국 의회의 석유전문가 Joseph. P. Riva 2세는 이 지역이 OPEC에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렇게 되면 세계 석유공급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것이라는 견해다.
1993년 현재 이 6개의 회교 공화국의 석유생산은 CIS(독립국가연합)의 9%, 확인 매장량은 CIS의 12%를 점하고 있다.
매장량 추가까지 감안할 경우 러시아 총 매장량의 1/4 정도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즉, 총230억 배럴 중 절반이 카자흐스탄에 있다. 그러나 여기에 33억 배럴의 매장량 추가가 확실하다고 한다. OPEC 국가인 알제리아, 카타르, 에쿠아도르 보다 많은 양이다.
아제르바이잔의 석유매장량은 52억 배럴, 카타르나 에쿠아도르와 비슷한 양이다. 천연가스의 경우 이 지역은 CIS 매장량의 22%를 점하고 있다. 거기다 313조 입방피트가 추가될 것이 확실하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주요 가스 생산국이다. 1993년 현재 연간 3조1010억 입방피트의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매장량은 189조 입방피트, 가채년수가 61년이다. 175조의 가스매장량 추가가 확실하다.
그 다음 가스 생산국이 우즈베키스탄. 연간 1조4410억 입방피트의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가스매장량이 우즈베키스탄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키르기지아와 타지크스탄도 적정한 석유 및 가스매장량 보유국이다.
일면 이와같은 것은 대단히 온건한(moderate) 평가로 보인다. 소련 붕괴 직후, 이 지역이 제2의 중동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되었는데 이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현재 서구 회사들이 이 지역 석유개발에 많이 진출해 활동을 하고 있으나 이 지역은 역시 장래에도 hot spot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그 아득한 옛날, 한 예언가 짜라투스트라가 영원하다고 본 불은 아직도 타오르고 미래에도 타오를 것이다. 이 지역에서 회교가 배화교의 자리를 차지하는 변화가 있었지만….

(Joseph P. Riva Jr., Large oil resource awaits exploration in former Soviet Union's Muslim republics, Oil and Gas Journal, 1993.1.4 참조)

<이승재 칼럼니스트/ 2002-07-15>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