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술의 현주소는…
에너지기술의 현주소는…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1.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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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에너지기술의 위치는 어디쯤 와 있을까.
에너지 기술만을 분류하기도 어렵거니와 세계적·국내적으로도 에너지 기술을 총체적으로, 국가별로 분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 이러한 통계자료를 접해본 적이 없다.
우리는 에너지기술연구원, 전력연구원, 가스공사연구개발원 등 국가연구기관과 민간연구기관이 꽤 많이 있다.
그리고 막대한 연구·개발비도 지출되고 있다. 에너지 관련 연구·개발 인사들 가운데는 한번이라도 정부의 연구 자금을 지원 받아 보지 않은 인사가 없을 것이다.
에너지 자원을 수입하기 위해 연간 200∼300억 달러씩 투자해 온 우리로써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공해를 줄이기 위해 범정부적 차원에서 에너지 기술연구·개발에 투자해 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은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 일테니 논란에서 제외하고서 말이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에너지 기술이라고 일반적으로 말할 수 있는 기술의 수준은 어디쯤 와 있을까.
지난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는 에너지기술 세미나가 국책연구기관의 주최로 개최됐다.
산업자원부 인사들을 비롯해 200여명 정도를 채울 수 있는 객석은 빈자리는 있었지만 그런 대로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오후에는 세미나 장에 30여명 정도만이 넓은 객석에 여기저기 한두 사람씩 앉아있었다.
이러한 모습이 우리 에너지기술의 현주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정부기관에서 수행하는 연구과제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저명한 교수진을 비롯해 대부분 실력행사까지 서슴치 않으면서 매달리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본다면 이해될 수 없는 세미나장의 모습이다.
연구비를 타려는 인사들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으나 정작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한다면 잘못된 진단일까?
국민의 정부가 집권하면서 원자력발전소 건설기술자립도가 95%에서 50%대로 갑자기 떨어졌다. 또한 수년전 고효율기기 보급사업을 추진하려던 정부의 모토는 좋았지만 막상 바닥에는 국산 고효율 기자재가 전무했었다.
7∼8년전에는 석탄가스발생 기사를 썼다가 본인이 창피를 당한 일도 있다.
외국에서는 석탄가스화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는데 국내에서 연구된 것은 석탄에서 가스를 발생시키는 아주 기초적 기술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새로운 것도 아닌데 기사로 썼느냐는 핀잔이었다.
기술을 부풀리는 사회, 초보적 기술이 대단한 것인 양 보도되어야 하는 형편이 우리 에너지 기술의 현주소라면 잘못된 판단일까?
우리는 100%의 에너지 자원을 수입하면서 서울의 대기오염도는 멕시코시티를 방불케 하고 에너지 효율성은 일본의 1/3 수준이다.
에너지를 이용하면서 오염방지기술과 설비는 거의 모두가 외국에 의존하고 있고 에너지를 소비하는 기자재의 효율은 낮기 때문이다.
대기오염이 심각하고 에너지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에너지 기술이 낙후되어 있는 것이 주요인이다.
에너지 자원을 해외에 의존하고 또한 에너지를 이용하는 기자재도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는 우리가 정말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에너지 기술력을 높여나가는 일뿐이다.
에너지 기술력은 곧 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이다. 에너지 기술세미나가 열리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되어야 우리는 에너지 문제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연구과제를 공모하는데 있어 철저하고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 연구과제를 발굴하는 자리에 사람이 없는 것은 연구결과물에 대한 신뢰성이 낮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구과제를 공모함에 있어 인맥이나 학맥이 개입되어 연구비는 수입으로 전용되고 결과물은 이제 오래 전에 발표된 내용을 적당히 가감해서 발굴하는 사례가 비일비재 하니 아까운 시간을 내어 세미나 장에 갈 석·박사들이 누가 있겠는가?
또 연구개발 성과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다. 수준에 미달해도 통과된다면 연구개발의 순수한 목적에서 보다 돈을 타내려고 연구과제 수주에 나서게 된다.
에너지 기술 수준을 높여나가기 위해서는 각 분야별로 분산돼 있는 기술개발 계획을 통합관리 하는 것도 검토해 봐야 한다.
과제의 공모, 결과물의 평가에 있어 정실이 개입되지 않고 객관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평가체계를 확립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체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에너지 기술은 우리에게 없는 것 같다. 에너지 기술입국을 위해 우리모두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윤석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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