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에너지환경정책의 지방화
<에너지칼럼> 에너지환경정책의 지방화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1.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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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환경적 가치와 경제성장을 놓고 그 우선 순위를 결정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제의 많은 분야에서 성장의 부작용으로 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것을 누구나 실감하고 있지만, 경제성장이 우리의 생존과 환경보호를 필수적으로 배제한다는 주장도 꼭 옳은 것은 아니다.
유사이래 인간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개발이나 환경보전 모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그런데 환경문제가 처음 대두됐을 때 사람들은 경제개발과 환경보전의 관계를 서로 상충되고 모순되는 교환관계로 이해했다. 그러나 오늘날 경제개발과 환경보전 사이의 상충적 관계가 조화 가능하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들이 환경관리에 성공적인데 반해 가난한 국가들이 환경문제로 심한 골치를 앓고 있다는 현실적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리우회담 이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개념은 경제개발과 환경보전의 관계를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파악하려는 적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환경친화형 경제개발은 궁극적으로 생태사회의 구축을 지향하며, 생태사회는 자원이나 에너지를 계속하여 순환 사용할 수 있도록 외부로부터 투입량과 외부로의 산출량을 극소화하는 동시에 투입과 산출의 질이 생태적인 사회를 의미한다.
우리 정부에서도 21세기는 환경의 세기가 될 것이라 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환경공동체건설이 핵심사항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제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구의 동시대인들이 미래세대의 욕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우리 세대의 욕구를 실현할 수 있는 지혜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 해답은 바로 인간의 절제에서 찾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에너지환경정책적 역할과 책무가 점점 중요한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리우환경회의에서 채택된 리우선언의 원칙 22와 「의제 21」의 제28장도 자치이념에 입각한 지방정부의 참여와 협력이 결정적 중요성을 가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환경과 생태계의 보호를 국가의 힘과 노력만으로 달성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가 주도적 에너지환경정책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기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세계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의제 21」의 작성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지방자치제의 전면적 실시 이후 전라남도의 순천시와 경기도의 안산시를 중심으로 여러 자치단체들이 「지방의제 21」을 작성한 바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중앙정부나 국제기구에 비해 지역사회에 더욱 가깝게 위치해 있을 뿐만 아니라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들은 법적으로 어느 정도의 재량권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중앙정부를 이어 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UN의 입장에서 보면 UN과 지역사회를 연결시켜 주는 끈도 지자체들이 쥐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중요성은 무엇보다도 실제 상황이 벌어지는 현장의 최일선에 있다는 것이다. 국제적 동의나 협의사항들이 제일 먼저 실질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곳은 지방자치단체인 것이다. 이러한 단순한 사실이 지방정부를 「의제 21」의 핵심적 추진체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나라 대부분의 자치단체들은 1997년 이후에 계획수립을 시작하여 현재 전국248개 자치단체 중 160여개 자치단체가 「지방의제 21」수립을 완료했다. 이처럼 「지방의제21」을 추진하고 있는 자치단체의 수가 64%에 달하고 있어 자치단체의 수적인 면에서는 어느 나라 못지 않은 형편이다. 또한, 대부분의 자치단체에서 계획수립과정에서 주민, 기업, 전문가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하였다.
그러나 우리 나라 각 자치단체의 지방의제는 주민참여, 계획내용, 실천 등에서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일부 자치단체는 매년 주기적으로 「지방의제 21」의 추진사항을 점검하고 영·호남 8개 시·도에서는 격년제로 공동평가회를 개최하는 등 실천에 노력하고 있으나 대부분 자치단체의 경우 계획수립과정에서 주민, 기업, 전문가 등 다양한 계층의 참여 없이 짧은 기간 내에 작성하여 계획의 실천은 저조한 실정이다.
「지방의제 21」의 추진이 활성화되고 있는 영국을 비롯한 서구의 자치단체는 이전부터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유사한 노력들을 꾸준히 해오던 상황에서 「지방의제 21」을 권고 받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민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었으나, 우리 나라는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인식과 행동 면에서 준비과정 없이 「지방의제 21」을 권고 받음에 따라 단순한 정부정책의 하나로 또는 새로운 민·관 협력차원의 환경보전운동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기수립된 「지방의제 21」은 지역차원의 종합적인 실천계획이 아닌 선언적 행동지침이나 방향제시 수준에 불과한 것이 많다. 다시 말하면 재원조달 방안이나 구체적 추진전략 및 일정 등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중기종합계획, 권역별 환경관리계획 등 관련계획과의 연계성도 부족할 뿐 아니라 지역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의제들도 많았다.
이제 리우회담 10년(리우+10)을 앞둔 시점에서 비록 작지만 에너지절약과 효율향상운동을 통해 「지방의제 21」이 활성화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열어갔으면 한다.

이 창 기
〈대전대 에너지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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