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콜밴과 택시의 싸움
<에너지칼럼> 콜밴과 택시의 싸움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1.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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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밴(Call Van)으로 불리우는 6인승 용달 화물자동차와 택시 사이의 밥그릇 싸움이 한창이다. 짐이 많은 승객을 대상으로 등장한 카니발, 무쏘, 스타렉스 등 1톤 미만의 영업용 승합차량이 사실상 택시영업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콜밴은 면허제인 택시와 달리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어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화물업자와 등록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다.
 여러 지방에서 콜밴과 택시업체간의 싸움이 계속되면서 양측에서 도로와 시청 주차장을 점거하여 농성과 항의시위를 벌이는 등 시민들에게 많은 불편을 주고 있다.
 전국적으로 5월말 기준으로 4,000여대 이상의 콜밴이 영업 중에 있다고 한다. 특히 인천 신공항과 지방의 역사 및 터미널 등에서는 콜밴이 인기를 끌면서 택시와의 영역다툼이 치열해 지고 있다.
 콜밴의 경우 기본요금이 2km당 1,000원으로 택시(1,300원)보다 저렴하고 추가요금은 200m당 100원을 받으면서 시간거리병산제를 적용하지 않는 반면, 택시는 216m당 100원을 받고 시간거리 병산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당국에서는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택시업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하여 화물차는 화물을 싣는 공간의 바닥면적이 사람이 타는 공간보다 넓어야 한다는 규칙을 새로 만들어 시행키로 하였다.
 한편 대전시에서는 15kg짜리 사과 한 상자 이상을 실으면 화물로 간주한다고 하여서 콜밴의 승객이 이러한 기준 이상의 화물을 실어야 한다는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콜밴과 택시의 싸움에서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우선 이 싸움의 근본원인이 에너지가격의 문제라는 점이다. 콜밴이 왜 택시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승객들을 모실 수 있겠는가?
 그것은 다름 아니라 경유가격이 휘발유나 LPG 가격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소비자 경유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경유가 휘발유와 가격차이가 거의 없다. 또한 LPG도 휘발유가격과 유사하기 때문에 구태여 차량을 LPG차량으로 개조할 필요도 없다.
 경유와 휘발유는 생산단계에서 생산비의 차이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처럼 경유차량이 많은 나라도 찾아보기 힘들다. 경유의 최종소비자가격이 휘발유보다 2배 이상 싸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봉고, 지프, 소형버스 등 경유를 사용하는 승용차와 승합차가 외국에 비하여 훨씬 많다.
 그 결과 우리나라 대도시의 대기오염은 경유차량이 내뿜는 매연으로 아주 심각한 상태이다. 참고로 경유가격이 휘발유가격과 별 차이가 없는 미국 등 외국에서는 경유차가 그다지 많지 않다.
승합차나 지프 그리고 웬만한 버스도 거의 휘발유를 사용한다. 대기오염규제가 심하기 때문이다.
 LPG차량도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특수한 문제이다. 정부에서 LPG가격을 낮게 유지하고 영업용이나 장애인 차량 등에 한하여 이를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LPG도 휘발유와 생산비 차이가 없고 그 소비가 국내 정유사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커서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대적으로 LPG와 경유의 가격을 비교한다면 그래도 경유가 싸기 때문에 콜밴이 택시보다 싼 요금으로 승객들을 모실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궁극적인 갈등의 원인은 연료가격의 차이이며 이는 우리나라의 상대적인 에너지가격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에너지가격체계의 왜곡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세율을 잘 조정하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경유나 LPG에 비하여 휘발유에 대하여 세금을 크게 부과하고 있다. 그 결과 교통혼잡에 대한 패널티는 휘발유차량만이 유독 많이 납부하는 셈이다.
사실 경유차량이 크기도 크고 대기오염도 더 많이 내뿜고 있기 때문에 세금을 내려면 더 많이 내야함에도 말이다.
난방용 연료에서는 천연가스에 특별소비세를 부과하는 바람에 가정용 천연가스 요금과 전기요금을 올리는 원인 중의 하나가 되고 있고 산업용 천연가스가 중유와 제대로 경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콜밴과 택시의 싸움에서 느낀 또 다른 점은 당국이 전혀 소비자입장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개인택시 등 택시사업자의 불만 그리고 신규로 등록하는 콜밴업자의 불만만을 고려하지, 정부는 소비자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저 생각하는 것이 등록, 면허 그리고 새로운 규제의 여부이지, 콜밴의 등장으로 나타나게 될 콜밴과 택시의 경쟁, 이에 따른 요금경쟁과 소비자 만족의 증가 등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사실 택시, 그 중에서도 개인택시 사업자의 불만이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설치하여온 진입장벽 때문이다.
 법인택시에서 10년 가량씩 무사고 운전경력을 쌓아야 개인택시 면허를 주는 방식으로 인위적 진입장벽을 설치하여 왔기 때문에 개인택시 사업자는 이에 따른 경제적 혜택을 받아왔는데 콜밴의 등장으로 고생하여 얻은 개인택시 면허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의 크기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현재 에너지산업에서 도입하고 있는 경쟁촉진은 바로 이러한 점을 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우선 인위적인 진입장벽이나 특혜 그리고 지원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무슨 일이 있으면 항상 큰 소리를 내어 불만을 토로하는 기존 사업자와 관련 이해당사자만 고려하지 말고 소리 없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많은 소비자,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의 이해를 균형 있게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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