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에너지 유감
동북아에너지 유감
  • 한국에너지
  • 승인 2004.06.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북아시대에서 우리가 에너지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 요즘 에너지 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것 같다. 물론 이러한 논의는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새삼스러운 사안은 아니다.
 학계에서 우리가 동북아시아의 에너지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후 구체적 추진 사례라면 이르쿠츠크 가스전을 개발, 가스수송관을 매설해 중국을 거쳐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어제오늘의 이야기도 아닌데 최근 동북아 에너지 세미나, 전문가 포럼 등을 갑자기 개최해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인지 에너지 업계에서는 상당히 궁금해하고 있는 것 같다. 들리는 바로는 일본이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끌고 가려던 송유관을 자국으로 끌고 간 것을 계기로 언론에서 우리 정부는 무얼 하고 있는가를 지적하자 청와대가 대응책 수립을 지시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이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청와대, 산자부 고위인사가 러시아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세미나, 포럼 등이 후속작업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 과정을 밝히고 있지 않아 확실한지는 모르겠으나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우리가 동북아시아에서 에너지 주도권을 잡자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만 최근 일련의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우리가 진정 동북아 에너지 주도권을 잡자고 하는 것인지, 전시행정을 하고 있는 것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우선 동북아 에너지 사업단의 구성 자체부터 과연 우리가 동북아시아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인력으로 구성돼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을 외치자 중국에서 말을 삼가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어떠한 분야이든 극동지역에서 한^미^중^일^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국면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고도의 국가전략을 수립, 추진하지 않고서는 실현하기 어렵다.
 동북아 에너지 사업단이라면 최소한 이 지역의 역학관계를 꿰뚫어 보고 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에너지의 경제적 측면보다는 국제역학관계, 즉 외교 비즈니스에 밝은 전문가를 선임한 것이 오히려 더 적합할 수 있다. 또한 구성원도 이해 당사국의 사정에 밝은 최고 수준의 전문인력으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청와대^산자부 고위인사들이 러시아를 방문했다가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왔다고 한다. 이유가 나름대로 있겠지만 국제 비즈니스에서는 무엇보다도 자금력이 우선돼야 한다. 자금력, 다시 말해 힘을 갖고 있지 못한 비즈니스는 어디에 가도 환영받지 못한다.
 일본이 중국으로 가려던 파이프라인을 자국으로 돌린 사례는 가장 확실한 사례이다. 세미나, 포럼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동북아시아에서 에너지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이해당사국과 협력채널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가장 먼저 구축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소요되는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동북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에너지 분야는 특히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한다. 거대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확보하지 못하면 차라리 떠들지 않는 것만 못하다.
 또한 에너지의 문제는 국가 경쟁력의 기본이다. 공개할 것과 비공개로 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 주변국의 어느 국가도 우리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 한다. 하물며 주도권을 잡겠다고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모습은 전시행정에 다름없다 할 것이다.
 에너지 업계에 회자되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구상은 우리의 생각일 뿐이라고 한다. 주변국가와의 이해관계가 절대적인데 우리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동북아 에너지라고 하지만 집안 일에 불과할 뿐이라는 혹평이다.
 지금까지 추진해온 동북아 에너지 차원의 사업은 어느 것 하나 희망이 없어 보인다. 우리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사업을 한낮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동안 마지못해 페이퍼 공문이나 만들면서 보내고 있지 않는 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