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대처능력 길러라
위기관리 대처능력 길러라
  • 한국에너지
  • 승인 2004.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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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로 인해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분위기 속에서 최근 국내 언론과 해외 언론에 소개된 국내외 기업들의 고유가 대처방식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지난 8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유가급등으로 인해 국내기업 10곳 중 6곳의 이익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는 상태가 더 심해 69.2%나 이익이 감소했다고 한다.
마치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은 듯한 분위기에 곳곳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 일색이다.
하지만 이러한 국내 상황과는 달리 같은 고유가를 겪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국가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최근 로이터통신의 보도를 보면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의 제조업은 되레 예상 밖의 붐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유로권 국가들의 5월 제조업지수는 전달보다 0.7 포인트 상승한 54.7을 기록, 지난 2000년 10월 이후 4년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고 한다.
영국은 5월 제조업 생산이 1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고 5월 고용수준은 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으로 꼽히고 있는 미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5월 제조업 지수는 전달에 비해 0.4 포인트 오른 62.8을 기록했다고 한다.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JP모건은 유가급등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제조업은 움츠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로이터의 말 그대로 “에너지 비용 급등으로 대다수 제조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은 한 낱 기우(杞憂)에 불과했다”는 보도를 실감할 수 밖에 없다.
똑같이 고유가라는 악재를 만나고도 이렇게 상황이 180도 다를 수 있을까 의아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고유가라는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대처했냐는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서 판가름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상의의 전국 300개 기업 기획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국내기업의 경우 유가급등에 대비 비상계획을 세운 기업은 전체 응답업체 21.3%에 불과했고 비상계획을 마련한 업체 중 61.1%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자체적으로 위기 대응체제를 갖추지 않고 있으면서 마냥 정부에게 세제나 시설투자 지원확대 등의 정책적 배려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의 대처를 보면 고유가 속에서도 기업활동이 위축되지 않은 이유에 수긍을 하게 된다.
이들 기업은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등 ‘저마진 정책’을 폈다고 한다. 원가인상 요인을 가격으로 전가하지 않고 마진을 줄이는 것으로 대신했다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는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점에서 소위 말하는 리스크관리의 중요성과 그 선진성에서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의 차이를 새삼 느끼게 된다.
리스크관리는 기업에 있어 궁극적인 이익창출이 이익의 증가보다 비용의 절감에서 비롯된다는 개념에서 출발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돈을 벌 때 많이 버는 것보다는 돈을 잃을 때 적게 잃는 방법이 궁극적인 기업의 이익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고유가 상황 역시 비용적인 측면에서 리스크관리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기업의 경우 이유야 어찌됐든 기업 스스로의 위기관리체제를 구축하고 대응하기 보다는 ‘정부가 어떻게 해줘야 하지 않느냐’는 유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마치 우리만이 고유가 쇼크 속에 있는 것처럼, 혹은 우리만이 고유가 직격탄을 맞은 것 같은 이상한 상황을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고유가가 기업의 활동을 위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의 경쟁력이 위기관리에 있다는 사실을 염두해 봤을 때 우리기업들의 고유가 대처방식은 아직도 아마추어 수준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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