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정책 춤을 춘다
에너지정책 춤을 춘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04.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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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위원회가 결국 배전분할 중단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정부가 이 연구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고 있으나 배전분할을 중단해야 한다는 결과를 내놓은 것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결코 충격적이거나 새로운 것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구조개편의 모든 업무는 중단되고 있으며 지난해 3월 노·사·정 위원회에서 구조개편 방안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결정했을 때 이미 이와 같은 결론이 도출될 것으로 관련인사들은 예측했었다. 단지 1년여의 기간은 정책전환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에 불과했을 뿐이다.
결국 9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에너지 산업구조 개편정책은 에너지만 낭비하는 현상을 초래하고 말았다. “가다가 멈추면 곧 아니 감만 못하다”라는 속담 그대로 엄청난 비용의 낭비와 혼란만 야기한 정책이 되어 버렸다.
전력산업구조개편은 겉으로 보기에 IMF를 맞아 여러 가지 내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갑자기 시작했던 것이 사실이기는 하나 실제로는 그 이전부터 정부 내에서 장기적으로 전력산업구조개편안을 추진해오던 정책이다. 단지 국민의 정부에서 내외적인 여건으로 인해 시행시기를 갑작스럽게 앞당겼을 뿐이다. 다시 말해 에너지 산업구조 개편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대적 흐름에 알맞게 에너지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하는 필연적 과제를 이제 와서 원점으로 돌리겠다니 할 말이 없다.
전력산업구조개편 내용 가운데 배전의 분할은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배전을 분할하지 않고서 발전회사를 분할, 민영화하는 일은 아무 의미가 없다. 분할해놓은 발전회사를 어떻게 민영화할지는 모르겠으나 배전분할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떻게 하든 의미가 없게 된다.
따라서 노·사·정 위원회의 결정안대로 라면 전력산업구조개편은 이제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사태는 글로벌시대의 흐름에서 혼자 독야청청하는 것이다.
전력산업의 퇴보는 피할 수 없게 된다. 비단 전력산업만의 퇴보가 아니다. 가스산업을 비롯한 모든 에너지 산업의 구조개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전력산업과는 별개로 가스산업을 먼저 구조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에너지 산업구조 개편문제를 두고 냉정하게 성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 99년 전력산업구조개편 방침 확정 이후, 가장 먼저 가시적으로 발전회사를 분할했다. 그러나 분활된 발전회사를 민영화하는데에는 실패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민영화를 반대하는 집단이 발전회사를 분할하면서 매각될 수 없도록 해버렸던 것이다. 처음부터 구조개편이라는 탈만 썼을 뿐이지 실질적인 구조개편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겉으로는 구조개편을 한답시고 그럴싸하게 포장했지만 내적으로는 교묘히 걸림돌을 만들어 놓았다.
국가의 주요정책을 추진하면서 합일된 의견을 도출해내지 못하고 서로가 반목하면서 해온 결과는 오늘 엄청난 국력의 낭비로 이어지게 됐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보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우리는 이해집단의 힘에 의해 정책이 춤을 추고 있는 꼴이다. 결국 힘없고 돈없는 서민들에게만 그 짐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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