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 존번 교수 & 김종달 교수
신년대담/ 존번 교수 & 김종달 교수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4.01.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0년 후에는 신재생에너지가 주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WSSD) 후속조치로서 국제 신·재생에너지 워크샵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한 미국 델라웨어 주립대학 존 번(John Byrne)교수와 경북대 김종달 교수를 15일 서울 삼성동 인터 컨티넨털 호텔에서 만나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고견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한국 발전 의무제 시행해야
에너지절약 정책 제1순위에
수소 연료전지 美연방정부서 추진



-교수께서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세계적인 권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과 깊은 관계를 유지해오면서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산업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토기후변화협약에 대해 미국이 적극적인 이행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세계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흐름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존 번 교수(이하 존) - 미국이 자국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비준을 거부하기는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소극적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지난해 부시 대통령이 수소에너지 개발정책을 직접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이는 그만큼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저는 앞으로의 신·재생에너지 산업 역시 미국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에너지 산업을 주도하지 않고서는 역사적으로 세계적 강국이 된 사례가 없습니다. 미국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지금과 같은 위치를 고수하려면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지 않고서는 불가능 할 것입니다.
21세기 전반부 약 50년 동안은 화석에너지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생각되며 2050년 이후로는 신·재생에너지가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래에는 지구의 기후변화, 지속가능한 발전, 평화로운 에너지 이용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에너지도 과거의 중앙집중 형태에서 지방분권적으로 바뀌어 나갈 것입니다.
예를 들면 풍력발전기는 규모가 커봐야 1MW 정도이지만 원자력발전소는 100MW가 넘지 않습니까?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의 밀도가 낮아 분산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빌딩 자체가 하나의 발전소가 될 것입니다. 특별히 발전소를 건설하기보다는 소규모의 전원이 많이 건설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산업과 정책동향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존 -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연료전지와 수소에너지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두 가지 사업은 혐의의 에너지 기술이 아니라 산업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연방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외에는 주정부 차원에서 직접 추진하고 있습니다.
31개 주정부가 전력생산에서 일정비율의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캘리포니아는 2017년까지 20%, 뉴욕은 2013년까지 25%를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을 통한 신·재생에너지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께서는 국내에서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대표적 학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 김 교수(이하 김) - 산업자원부가 목표를 야심차게 설정하고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책추진결과를 분석해보면 목표달성이 과연 가능할 지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 목표는 크게 설정했지만 현실과 이상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산자부가 추진해온 지역에너지 사업이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그 결과 지방정부가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주체가 중앙부처에서 지방정부로 점진적으로 옮겨가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정부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이끌어 갈 때 성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난제가 많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습니까.
▲ 존 - 어디에나 어려움이 있지 않겠습니까. 일정비율을 강제한다는 것이 그러한 뜻이지요. 어려운 점이라면 몇 가지로 나누어서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먼저 기존 화석에너지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화석에너지는 지원하는데 신·재생에너지는 지원을 하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게 금융이나 인적자원에 대한 지원을 계속 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에너지에 대한 가격을 결정할 때 환경적, 사회적 비용을 계상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화석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인간의 건강 위협 등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신·재생에너지가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걸림돌을 제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신·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70% 이상의 국민들이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 전망을 밝게 합니다.
-한국에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발전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 존 - 한국은 신·재생에너지 산업도 중요합니다만 먼저 해야 할 것은 에너지 절약입니다. 한국은 에너지 효율이 너무 낮습니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에너지 절약에 두고 그 다음으로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갖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너지 절약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우리가 펴낸 ‘에너지 혁명’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선진기술의 60% 수준만 확보하면 원전발전의 편익보다 큰 52조원의 경제적 이익을 얻은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미국과 같이 의무발전비율을 강제해야 합니다.
또한 한국은 수송에너지가 많이 소비되고 있습니다. 연료전지나 청정연료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끝으로 보다 중요한 것은 솔라시티 같은 사업을 추진해 국민들이 신·재생에너지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국민들의 인식전환 없이는 절대로 발전할 수 없습니다.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홍보를 해야 합니다.
 -김 교수께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솔라시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개척자라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추진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김 - 미국의 서부개척시대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시민을 대표하는 지방의회의 인식이 매우 낮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 솔라시티 건설이 시민을 위한 사업이란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 아시다시피 경제가 어렵지 않습니까. 어려운 처지에 돈이 들어가는 사업을 해야하냐는 것이지요.
그리고 지방정부 차원에서 하다보니 중앙정부나 관련기관의 협조를 이끌어 내기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시민들은 아직 인식이 낮다 하더라도 관료들까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개척정신이 없으면 도저히 어려운 사업입니다. 특히 태양열 온수기 시장이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도 불신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산업 정책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김 - 원자력산업을 중단해야 합니다. 많은 인적·재정적 지원이 그 분야로 쏠려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부안 사태, 서울대 사태 등을 겪으면서도 정부가 제대로 이해를 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의 변화는 무엇보다 국민의 힘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따라서 국민들이 에너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할 수 있도록 정부나 학자들이 양심을 가지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성공하려면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보급에 역점을 두어야 합니다. 산업과 시민, 정책이 유기적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솔라시티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 존 - 미국에는 센클레멘트, 시카고 등이 솔라시티로 지정돼 있는데 그밖에 유럽에도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네덜란드의 헤이크, 영국의 옥스퍼드 등이 있습니다.
미국은 태양광발전, 풍력발전기 보급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개발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원전정책은 커다란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 자유롭지 못한 형편입니다. 원전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존 - 센클레멘트는 주민투표로 원전가동을 중단했습니다. 98년에 건설한지 8년밖에 되지 않은 랑초세코 원자력 발전소의 운영을 중단한 것입니다. 미국은 1978년 이후 원전건설을 완전히 중단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원전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원전에 관심을 갖고 있는 나라는 한국, 일본 등과 동부 유럽의 몇 개 나라밖에 없습니다.
중국도 3기의 원전을 건설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전력산업의 재구성 정책을 추진하면서 원전건설을 중단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2012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전력구입규모를 13GWh로 전망하고 있는데 한국은 원전발전량을 2015년까지 15GWh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말씀드리기는 죄송하지만 정반대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원전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로 원전의 에너지 공급량을 감당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 앞서 말씀드린대로 선진국의 60% 수준의 기술만 확보하면 에너지 절약으로 원전의 에너지 생산량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김 교수께서 세계 솔라시티 제1회 총회를 한국에 유치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세계태양에너지학회에서 제1회 세계 솔라시티 총회를 대구에서 2004년 11월에 개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구시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총회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솔라시티 시장들이 모두 참여해 함께 발전방안을 모색하게 될 좋은 기회이면서 우리 국민들에게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주제는 단순히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도시 전체가 에너지 절약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해없는 에너지의 공급체계를 갖출 수 있는지 다각도로 걸쳐 토론이 있을 것입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004년 건강하시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대담: 조남준 기자 / 정리: 남수정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