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전기위원회 위원장
이승훈 전기위원회 위원장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2.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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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적극 수용해야 발전할 수 있다”


공익 추구 과정서 왜곡 초래…민영화만이 현실적 해결책
민영화 제값 받고 파는 게 관건, 외국 한국시장에 호의적
배전분할 충격완화策 마련… 분할 늦어질수록 안 좋다


구조개편과 민영화로 규정될 수 있는 에너지산업의 변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구조개편이 가져올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와 함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구조개편이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大勢라면 지혜와 역량을 총집중해 성공적으로 구조개편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업계, 학계를 망라한 전문가들이 사심 없이 머리를 맞대고 에너지산업의 百年大計를 책임진다는 결연한 마음으로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구조개편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이승훈 전기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에너지산업의 현안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 배전분할이 전력산업구조개편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습니다. 올해로 예정된 배전분할과 관련 반대의 목소리도 있으나 배전분할이라는 원칙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전분할의 시기와 관련해서만은 너무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신중론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 배전분할 시기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겪지 못한 상황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전기요금체계의 개편과 전기요금의 지역간 차등 같은 것이겠지요.
그러나 이것은 배전분할의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이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왜냐하면 정부는 이같은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과도기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농사용 전기요금의 경우 배전분할 후에도 일정기간 동안 지금과 같이 싼 값의 전기를 공급할 것입니다. 예상치 못한 피해를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싼 값의 전기공급으로 손실이 발생한 배전회사에 대해서는 손해 본 금액을 보전해 줄 것입니다.
지역간 전기요금 차등 역시 배전분할 후 곧바로 시행되지는 않습니다. 배전분할 후 약 5년간 지역간 차등은 없을 것입니다. 이것 역시 과도기적으로 조치입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전기요금의 지역간 차등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발전소가 들어서는 것은 반대하면서 싼 값의 전기를 쓰려합니다. 그러나 이 것은 억지입니다. 앞으로 발전설비가 적은 지역은 당연히 비싼 전기를 써야할 것입니다. 싼 값의 전기를 쓰려면 발전설비를 유치해야겠지요. 지역간 요금 차등은 그래서 발전소설비 유치에도 도움을 줄 것입니다.
배전분할은 어떠한 이유가 됐든 간에 늦으면 늦을수록 좋지 않습니다.
- 배전분할과 함께 가장 큰 관심은 역시 민영화입니다. 현재 한전의 자회사인 한전기공과 한국전력기술의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고 올해에는 1개 발전회사의 민영화가 예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민영화가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겠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매각에 참여해야 하는 국내기업들의 투자의욕은 침체돼 있고 외국기업들의 참여 역시 확실치는 않아 보입니다. 여기에 올해는 대통령 선거를 비롯한 각종 선거가 있습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발전회사의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 민영화를 해야 하느냐 하지 말아야 하느냐의 논쟁은 지금 시점에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 문제에 대한 논의는 이미 일단락 돼 정리된 상태입니다.
한전은 지금 약 70억 달러의 외채를 지고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의 전기수요를 감안할 경우 2020년에 가면은 지금의 한전과 같은 것이 하나 더 있어야 한다는 예측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면 외자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제 값을 받고 팔 수 있겠느냐는 것이겠지요. 기본적으로 외국기업들은 한국시장에 큰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향후 경제성장에 따른 전기수요 증가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 만한 시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물론 시장규칙과 규제의 불분명함을 이유로 값을 깎으려는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시장을 유망한 성장시장으로 보는 이상 민영화 문제는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 민영화에 참여하려는 생각이 있는 국내기업이나 외국기업들이 제일 먼저 전제로 내세우는 것이 한국 정부의 민영화에 대한 의지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어떤 것입니까
▲ 대외적으로 정부의 의지를 밝힐 것은 특별히 없습니다. 민영화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기업들의 판단에 달린 것입니다. 민영화에 참여해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냐는 문제는 철저하게 시장에 달려 있습니다.
정부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시장을 조성하는 것에 대한 의지는 확실합니다.
- 민영화가 추진됨으로써 에너지산업에 있어서도 자금조달 등을 위한 금융의 중요성이 어느 때 보다도 커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입니다. 민자발전사업자들은 한전과의 전력수급계약(PPA)으로 인해 미래가치에 대한 안정적인 보장을 받았기 때문에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가능했습니다.
앞으로 전력산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PPA와 같은 없지만 전반적인 경제여건에 대한 예상을 근거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이뤄질 것입니다. 수요가 공급을 이끌고 가기 때문에 설비수요를 예상할 수 있고 이러한 시장성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계속 될 것입니다.
- 전력산업 뿐만 아니라 가스, 지역난방 등 에너지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개편과 함께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민영화가 그동안 에너지업계가 가지고 있던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까.
▲ 에너지산업은 그동안 공익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왜곡을 불러왔습니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논리에 따르지 않고 공익을 강조하다 보니 엄청난 부실을 지게 됐습니다. 이제는 민영화 아니고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습니다.
열병합발전소의 경우 한전이 지역난방을 위해 열병합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비싼 가격에 사줬습니다. 쉽게 말해 다른 지역에서 낸 전기요금을 가지고 보조해 준 것입니다. 지역난방 보급이라는 공익을 위해서였습니다.
지역난방이 민영화되면 더 이상 한전이 비싼 가격으로 전기를 사주지 않을 것입니다. 지역난방 요금은 오르게 되겠고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잘못된 체계를 언제까지 가져 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가스분야 역시 발전용 LNG의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한전이 비싸게 사주기 때문입니다. 가스공사가 하는 저장기지와 파이프라인 건설 등의 재원을 보조해 주는 것이지요.
비싼 LNG가격은 향후에 더 중요한 문제를 유발합니다. 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되면 LNG발전을 늘려야 하는데 이 때 가면 불필요하게 높은 LNG 가격이 문제가 될 것입니다.
- 전력산업을 포함한 에너지산업의 민영화는 경쟁을 통한 효율 제고라는 측면이 있으나 외국에 공공부문의 시장을 개방하기 위해 민영화가 추진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 다른 부문은 몰라도 전력부문은 그렇지 않습니다. 싱가포르를 예로 들어 봅시다. 싱가포르는 노사분규도 없고 임금도 우리나라보다 높습니다. 그것은 외국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기업의 진출로 고용해야 하는 현지인이 모자를 정도입니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대우도 좋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외국기업의 진출로 창출될 수 있는 부가가치는 10으로 보면 이중 8은 임금에 대한 것입니다. 나머지 2 정도가 그들의 이익으로 볼 수 있는데 2를 그들이 가지고 간다고 해서 8이나 되는 현지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를 포기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부수적으로 선진경영기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것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 정부는 항상 에너지절약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별반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떤 대안을 가지고 계십니까.
▲ 원론적인 얘기인 것 같지만 저는 에너지가격을 올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무작정 인상하는 것은 아니고 요금인상으로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는 것을 느낄 정도 수준으로는 올려야 합니다.
지난해 전기요금 누진제 시행 시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기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전기요금 납부는 그 전과 비교해 늘지 않았습니다. 전기소비를 자제했다는 얘기지요. 다른 문제점을 제기할 도 있겠지만 에너지절약을 위해서는 일정정도의 자극은 필요합니다.
- 세계적인 에너지산업의 변화와 관련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합니까.
▲ 보십시오. 가스시장도 급격한 변화를 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PNG와 LNG의 수요가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가스 물량지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지요.
또한 가스사업자가 단순히 가스만을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사업도 같이 하는 추세입니다. 이런 시대적인 변화에 발맞춰 나가야 합니다.
기후변화협약은 글로벌리즘을 의미합니다. 규제가 보호해주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그 속에서 발전을 모색해야 합니다.
- 우리나라의 에너지산업 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소에 가지고 계신 에너지산업의 발전방향에 대한 소신을 어떤 것입니까.
▲ 분명한 것은 에너지산업도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변화로 인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을 잃을까 두려워 변화 자체를 무조건 반대해서는 안됩니다.
변화의 과정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운데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된다고 봅니다.

〈약력〉
1945.3 출생
1963 경기고등학교 졸업
1970 서울대 공과대학 전자공학과 졸업
1976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제학박사 취득
1982~1988 서울대 경제학과 부교수
1985~1987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학장보
1988~현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1997~1998 산자부 전력산업구조개편추진위
      원회 위원장
1999~2000 산업자원부 민영화연구기획팀 팀장
2000~현재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원장


<변국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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