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수첩/ 생각만 가지고는-
에너지수첩/ 생각만 가지고는-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0.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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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전기기 업계 관계자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과거와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물론 중전기기 업계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얘기들이다.
국내여건은 물론 해외상황도 크게 달라져 과거와 같은 행태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데 이견이 없다.
기술개발만이 궁극적인 발전을 담보해주고 국내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는 것 등등.
그리고 더 근본적인 문제인 업계의 과당경쟁 해소를 위해서는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데 까지도 말이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이 얼마나 현실에 적용되고 있는가의 부분에 들어서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기술개발을 위해 연구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중소업체들의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만큼 행동이 따라 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한전의 한 관계자는 일전에 “업체들이 기술개발 지원을 받기 위해 한전을 자기 사무실 드나들 듯 하고 이런 업계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으면 좋겠다”고 기술개발에 대한 업계의 관심에 아쉬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쉽게 말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그러한 노력이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얘기다.
해외시장 개척 또한 그렇다. 해외시장에서 이제는 가격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소위 좀 산다는 나라에서는 가격이 전혀 경쟁력이 되지 않는다. 품질과 애프터 서비스 등 한 차원 높은 경쟁력을 갖춰야 물건을 팔아먹을 수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가격은 최근 중국의 저가 공세로 동남아시장에서도 우리의 확실한 경쟁력이 될 수 없다.
 우리의 입장에선 가격도 품질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에서 마치 샌드위치가 된 느낌이다.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소위 수요를 초과해 과다 공급상태가 돼 있는 사업부문에 대한 통합이 이뤄져야 내부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데 고개를 젓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그전부터 하던 사업이니 그냥 해보자는 식이라는 느낌이다.
이렇다 보니 말만 무성하고 실질적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변화라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생각하고 인식하는 수준 가지고 변화를 얘기하기에는 세계시장의 변화가 너무 빨리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변국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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