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술평가원의 위상을 확실히 정립 하자.
에너지기술평가원의 위상을 확실히 정립 하자.
  • 남부섭
  • 승인 2023.12.0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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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 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이 지난 8월 사임했다. 이유는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D등급을 받아 규정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했고 수리되었다.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사직하게 된 것은 에너지 분야 기관 가운데 처음 있는 일로 생각된다.

경영평가 방법은 잘 모르지만 기본적인 정형 평가에서 점수가 잘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기평은 연구 과제를 기획하여 연구비를 지원하고 평가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별 이권도 없어 정치권의 관심을 끌만한 기관은 아니지만 전에는 노조 문제로, 올해는 연구사업 관리 문제로 국감장에서 그냥 넘어가는 해가 없다.

에기평은 2009년 재단법인으로 출발하여 공공기관으로 승격한 조직이다.

기재부 산하에서 관련 법규 개정으로 지난해 산자부 산하 기관으로 소속이 바뀌었으며 연구개발과제를 기획하여 연구비를 지원하고 평가하는 업무를 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연간 1조 원 내외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기관으로 에너지 분야에서는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는 기관이다.

에기평이 내홍을 겪는 첫 번째 이유는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에기평은 산자부 에너지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연혁이 짧은 기관이다.

보통 신생 기관의 조직을 구성할 때 이해관계가 얽힌 기관에서 사람들을 보낸다. 에기평 역시 한전이나 에너지관리공단 등 여러 관련 기관에서 온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이렇게 구성된 조직은 보편적으로 자신이 근무했던 기관의 이익을 대변한다.

조직이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서로 비난하는 사내 풍토가 만들어진다. 과거 가스공사 설립 초기에도 그랬다. 한 지붕 세 가족이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바깥으로 흘러 나와 문제 집단으로 지목 되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은 딱히 묘수가 없고 시간이 흘러 고인 물을 밀어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에기평 설립 이후 정부가 적절한 원장 인사를 하지 못한 것이 큰 이유라 할 것이다.

신생 조직은 조직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조직을 다루어 본 사람을 써야 하는데 연구개발 기관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주로 연구직에 종사했던 사람을 기용한 것이 조직을 조기에 안정화 시키지 못한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교수나 연구직 출신을 기관장으로 채용하였을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조직 장악력과 관리 능력이다.

에기평 원장으로 재직했던 다섯 명 가운데 세 사람이 이 분야 출신이고 기관장 경력이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신생 기관에서 가장 중요한 조직 관리가 잘 되었을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 것이다.

조직 관리가 기관장의 가장 중요한 업무임에도 코로나 기간 중 재직했던 기관장은 이번 국감에서 일주일에 하루 정도 출근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직은 아무리 훌륭한 인재로 구성해도 관리하지 않으면 규범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기관장이 제대로 출근하지 않는 조직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산자부는 후임 원장을 선임하면서 조직 관리에 탁월한 인사를 기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에기평의 노사관계도 문제가 되고 있다. 노사협약이 사측의 경영권을 제한하고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원장이 대외적으로 업무를 하는데 노조가 감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어떠한 경우에도 노조는 경영권을 침범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에기평은 에너지기술 연구개발을 기획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우리의 에너지 산업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기관이다.

우리는 해외에서 기술을 이전 받는 시기를 지나 기술개발을 선도해야 하는 단계에 와있다.

그 책임이 에기평에 있다.

에기평은 연혁이 짧은 관계로 산업기술평가원과 흡수통합에 늘 시달려 왔고 지방 이전 대상 기관으로 불안한 위치에 있다.

산자부는 에기평에 잠재되어 있는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여 조직의 안전성을 높여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연구개발 평가 분야의 예산을 에기평으로 완전히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을 비롯하여 전력, 가스, 원자력 등 각 분야별로 연구원이 별도 예산을 갖고 있으면서 에기평 연구예산을 지원받는 이중적 연구개발 예산지원 체계를 일괄적 체계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정부는 에너지기술평가원을 에너지 분야 연구개발을 확실히 책임지고 이끌고 나갈 수 있도록 발전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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