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술연구원 강용혁 책임연구원, 한 우물 속 인생이 행운이고 복 이었다
에너지기술연구원 강용혁 책임연구원, 한 우물 속 인생이 행운이고 복 이었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21.05.2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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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산업이 발전하려면
연구기관의 수준을 높여야

남기고 싶은 이야기는
국책기관 연구원은 나라를 이끈다는 책임감 가져야

[한국에너지] Q 재생에너지 분야 연구원으로 혁신장을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수상을 축하드립니다.지금까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받은 최고 등급의 수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A 그런 것 같습니다. 상에도 운이 따르는가 봐요. 이번 과학의 날 본원(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수상한 사람들은 모두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사람들입니다. 현 정권이 재생에너지 정책에 중점을 두어 오면서 정부의 포상도 그 분야에 무게를 둔 것이라고 보아집니다.

 

Q 강 박사께서는 국내에서 태양열을 평생 연구해온 사람으로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어떻게 이 분야와 인연을 가지게 되었어요?

A 19792차오일 쇼크가 일어나던 해 대학원을 진학하면서 태양열 분야를 전공으로 선택했습니다. 지금은 재생에너지라고 하지만 당시에는 대체에너지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태양열이 대체 에너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시기는 처음 태양열 온수기 정도가 국내에 도입되던 시기로 연구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기심으로 시작한 길을 40년 걸어 왔는데 졸업 당시에 동력자원연구소에 태양열 연구 분야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연구원에 태양열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오라고 해서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에 문턱을 넘어섰다가 한 우물 속의 개구리 인생을 살게 되었어요.

 

Q 한 직장에서 한 분야에 젊음을 다 바쳤습니다.

A 재주가 특출한 사람은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면서 나름대로의 의미를 찿을 수 있겠지만 저는 한 분야를 평생 할 수 있었던 것이 더 큰 행운이고 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태양열이라는 화두에 평생 매달릴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큰 행운이라고 생각 합니다.

 

Q 태양열은 국내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별로 대접도 받지 못하는데 그렇게 자부심을 가질 수 있어요?

A 허허 모르고 하는 질문은 아니지요?

태양열은 지구상에서 최대 에너지 원 입니다. 우리는 재생에너지를 전력 생산에 치우치다 보니 태양광이나 풍력 분야로 정책의 무게가 기울고 있습니다.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는 가정 에너지의 5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하면서 태양열은 가장 인기 있는 재생에너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태양열 발전은 적도 부근이나 사막 지역을 중심으로 태양광 보다 더 많이 건설되고 있어요. 광효율이 20% 미만이지만 열효율은 30%가 넘어요. 태양은 원천적인 에너지로 영원한 연구대상이지요.

국내에서 비록 인기는 적더라도 이 분야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 가장 큰 보람으로 여겨요.

 

Q 우리나라에서 태양열이 인기가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태양열은 농촌 지역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데 농촌지역의 전력 가격이 너무 싸서 어떠한 재생에너지도 경쟁력이 없습니다. 재생에너지 정책이 현재는 전력 쪽으로 너무 기울어져 있고 열 분야는 최근에야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태양열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어요.

태양열이 각광을 받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강 박사는 저온 태양열 연구를 시작으로 고온 태양열까지 태양열 전 분야를 연구해온 이 분야의 개척자이자 원로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대전에 태양로를 설치해 고온 태양열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이 분야 국제에너지기구 한국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태양열 연구 분야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강 박사의 역할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특히 한 중 태양열 발전 공동연구로 중국이 세계적인 태양열 발전 국가가 되었고 일본 니가타 대학과는 지금도 태양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Q 고온 태양열 연구를 중국과 공동으로 수행해 왔는데 중국은 성공적으로 이 산업을 일으키고 있는데 우리는 이렇다 할 것이 없습니다.

A 한중 공동 연구로 중국은 산업화를 이루는데 성공해 지금 돈황이나 그 외 지역에서 태양열 발전 산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우리는 이렇다 할 산업이 없습니다.

국내 산업을 일으키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운 점이지요. 우리 기업의 제품이라도 수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마저도 우리 기업이 없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연구생활 내내 가장 아쉬운 점이라면 고온 태양열 산업화를 이루어내지 못한 점입니다.

그러나 아쉽기는 하지만 이 기술이 앞으로 긴요하게 쓰일 때가 올 것입니다. 정부에서 수소경제를 추진하고 있는데 2050년 경 수소경제로 진입하는 시점에 해외 수소 수입이 50%가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수소 생산은 현재 세 가지 정도가 있지만 이른바 그린 수소 생산은 태양로로 생산하는 기술이 가장 환경 친화적이고 경제적입니다.

미국이나 호주에서는 이 기술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어요.

태양광 발전은 규모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데 적합하지 않지만 태양열 발전은 열을 축적하여 거의 24시간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태양광과 태양열을 융합하는 기술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우리도 머지않아 이 기술을 이용해야 할 것입니다.

 

Q 연구한 가운데 가장 보람 있었던 분야는?

A 자원지도 개발이 가장 성공적이라 하겠습니다.

연구원은 82년부터 전국 22개 장소에서 일사량을 측정해 왔습니다.

기상청에서 일기 관련 모든 자료를 측정하고 있는데 일사량은 측정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 본원의 자료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 일사량 측정을 시작으로 모든 재생에너지 자원지도를 10년에 걸쳐 완성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 구축으로 전국 어디서나 재생에너지 잠재량을 측정할 수 있어 사이트를 찾는데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자원지도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는 돈도 안 되는 것을 왜 하느냐는 구박도 많이 받았는데 아시다시피 4차 산업 시대는 데이터가 최고가 아니겠어요. 돈으로 환산하면 수천억원 정도 될 것입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는 나라가 별로 없어요.

그리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위성사진으로 일사량을 계산해 내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태양광 건설 예정지역의 위성사진을 분석해 정확한 일사량을 계산 합니다.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어느 지역이라도 국내에서 그 지역의 일사량을 계산할 수 있는 기법입니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재생에너지 산업 수준을 고도화 하는 일이지요,

 

Q 좀 쉬어가는 의미에서 40년의 연구생활을 회상해 볼까요?

A 연구원이라는 직업은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일이지 않습니까?

태양열 분야가 초기다 보니 하는 일마다 국내에서는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었지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성취감과 자부심으로 일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국내 연구를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애썼던 일이 연구원으로서의 생활이었습니다.

 

Q 연구만 한 것은 아니잖아요?

A 물론 연구만 한 것은 아니지요. 우리나라가 87년 인가요 대체에너지기술개발촉진법이 시행되면서 10년 동안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그 이후 보급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술개발로드맵을 5차 신재생에너지계획을 만들 때까지 이끌어 왔지요.

음으로 양으로 재생에너지 정책을 입안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강 박사는 우리나라 태양열 연구를 주도하면서 태양에너지 학회장을 맡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며 2015년 세계 태양에너지학회를 국내에 유치하여 대구에서 개최 하였으며, 2019년에는 태양열 발전학회도 유치하는 등 태양열 연구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안으로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로드맵을 만들 때마다 강 박사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정책 입안에 주도적으로 참여,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의 역사가 곧 강 박사의 역사라고 할 정도다.

 

Q 강 박사처럼 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에 에기연의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있고 이번에 많은 분들이 포상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은 정부가 연구비를 투자하는 만큼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많다.

A 재생에너지는 기술이 자원이다. 우리 재생에너지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낙후되어 있기 때문이다 투자 많이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연구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예를 들어 보자. 풍력발전기를 개발해야 하는데 100여 미터나 되는 블레이드를 실험할 설비가 없다. 이런 실험설비도 없는데 이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는가?

기술개발은 연구소와 기업이 협력해야 하지만 연구소가 이끌고 나가야 하는데 연구소가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분야의 연구소 수준을 높이지 않고서는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을 국제 수준으로 높이기 어렵다.

최근 정부도 이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연구소는 사업화 방향으로 나가는데 사업화를 하는 고리 역할이 약하다.

국책 연구기관은 5단계 까지만 연구하고 나머지 9단계까지 상업화 단계 연구를 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개발 하고서도 사장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연구원의 연구 방향이 정권마다 바뀌는 문제도 한 몫 하고 있다.

 

Q 최근 에너지기술연구원 출신이 창업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관련이 있는 문제인가?

A 그렇다 기술이전은 하려는 기업도 있어야 하지만 기술료가 만만치 않다. 젊은 연구원들은 보다 못해 직접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Q 태양열 연구를 평생 하셨는데 태양열이 푸대접을 받는 것이 아쉽지 않은가?

A 태양열, 수열, 지열 등 열 산업 전체가 전기에 밀려 되는 게 없다.

그러나 앞에서 말 한대로 기후변화 문제도 있고 해서 열은 반드시 챙겨야 하는 문제다. 전력과 상생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연구소 내에 열에너지 학습 조직을 만들어 열이 에너지로서 역할을 하도록 할 생각이다.

 

강 박사는 정년이 지나고 우수명예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명예연구원의 재직 기간은 5년으로 2년 정도 남았다.

 

Q 연구원으로 평생 한 곳에서 하나의 화두를 붙잡고 지내왔다. 후진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으로서 한 분야의 연구에 매달려 한 분야의 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 있었다. 국책연구기관의 장점이다.

특히 연구라는 것은 한 분야에서 외길을 걸을 때 무언가 이룰 수 있다는 점이다.

국책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연구원은 자신이 하고 있는 분야가 곧 국가 전체를 대변한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해야 한다.

 

Q 연구원의 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고 연구원에 출근 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남기고 싶은 말은?

A 이 시대는 기후변화의 거센 바람으로 재생에너지 시대로 가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화석에너지 자원을 아예 개발하지 말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연구원이 효율과 재생에너지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재생에너지에 좀 더 무게를 두어야 미래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 국토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자원 즉 기술적 잠재량이 한 해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 량 보다 많다.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은 국토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재생에너지 100%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재생에너지에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참고로 인터뷰는 대전 연구원의 인근 카페에서 진행 했다. 강 박사와는 중국 태양열 발전소를 건설하는 돈황을 비롯해 여러 번 해외 취재를 동행할 만큼 가까운 사이로 공식적인 인터뷰를 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해서이다.

카페에서 차 한 잔 하면서 이야기 한 것을 정리 했다.

 

대담 남부섭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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