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건설도 어렵지만 해체는 더 힘들다.
원전 건설도 어렵지만 해체는 더 힘들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20.07.1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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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 폐기물 고리 삼아
고리원자력 1호기
고리원자력 1호기

[한국에너지] 한수원이 고리1호기 해체계획서 공람에 들어가자 고리1호기가 소재한 기장군을 비롯해 9개 기초단체마다 제각기 입장문을 내놓고 있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사용 후 핵연료 관리정책을 수립한 이후 해체할 것’, ‘안전한 원전해체계획 수립’, ‘기장군민의 정신적 재산적 피해 보상등 크게 세 가지 전제 조건을 내걸었다.

사용 후 핵연료 문제는 지난한 문제다. 고리1호기를 해체하여도 2,3,4호기를 계속 가동하여야하기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고준위 폐기물은 전과 다름없이 발전소 내에 축적 보관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고준위 폐기물은 1호기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1호기가 해체되어도 1호기에서 나온 폐기물은 그대로 그 자리에 보관하고 있다는 것은 완전한 원전의 폐기가 아니라는 주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1호기에서 나온 폐기물을 그대로 보관하고 있으면서 1호기 몫으로 지원하던 주민지원금은 지원하지 않고 1호기 폐기물을 그대로 둔다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논리다.

고준위 폐기물 처리 방안을 먼저 수립하고 원자로를 폐기하라는 주장은 폐기물 처리 방법이 없는 현실을 모르지 않으면서 이같이 주장하는 이유는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가장 확실한 담보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폐기물 처리 방안은 현재로서는 정부의 대책이 없고 앞으로도 요원한 일이다.

안전한 원전 해체계획을 먼저 수립하라는 요구는 당연하다. 해체작업을 하면서 주변 주민들은 물론이고 작업자들도 방사선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주장이다.

실상 세계적으로 원전을 해체해 본 나라는 일본뿐이다. 일본도 해체기술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후쿠시마 원전을 해체하지 못하고 있다.

해체 기술은 우리가 스스로 개발해야 할 몫이 대부분이다. 주민들이 해체 기술의 안전성에 의구심을 갖는 것은 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이 부분은 당사자인 한수원이 주민들보다 먼저 챙겨야 할 몫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재산적, 정신적 피해 보상이 결론이다. 원전의 해체는 주민 지원금이 줄어들고 남는 것은 고준위 폐기물뿐 주민들이 이득을 볼 것은 전혀 없으니 사용 후 원자력 연료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여 그것을 재원으로 주민 지원금을 요구하고 있다.

정책당국자나 한수원이 어느 정도 민원을 예상하고는 있었겠지만 꽤나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건설할 때는 미래를 보고 민원을 해결하였지만 해체사업은 돈을 쓰는 사업으로 현재로서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전까지는 주민들과 어떠한 협상도 할 수 없게 된다. 주민들과 마찰 요인을 해소하지 않은 채, 해체계획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만약 고준위폐기물을 고리로 지원을 하게 된다면 원전의 보상은 무한정 지속 되는 결과를 낳는다.

원전의 건설에서 그러했듯이 해체과정에서 또 무슨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한수원은 해체계획서를 주민들 앞에 불쑥 내밀면 계획서의 문제점이나 지적할 줄 알았다면 큰 오산이다.

해체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사전에 분석하고 미리 대책을 세운 뒤에 계획서를 내놓는 것이 일의 순서다.

계획서를 내놓으면 주민들이 그냥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업무 미숙이고, 예상을 하고도 준비하지 않았다면 업무 태만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보다 일이 닥쳐서 해결하는 것이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례를 덧붙인다면 20여년 전 에너지공단이 에스코 사업을 준비하여 6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일년 정도 지난 시점에서 일본 네도의 초청을 받아 에스코 시행과 관련한 설명을 부탁받은 적이 있었다. 한참 설명하고 나니 이런저런 문제점이 없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들은 에스코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이미 3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아직도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고 일을 벌려 놓고 시행착오를 해가면서 문제점을 보완하는 식이다.

원전 해체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논쟁거리다. 그럼에도 사전 준비를 게을리 하고 밀어붙이니 다른 분야는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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