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RPS 시장제도 개선으로 시장 안정화 도모할 것”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RPS 시장제도 개선으로 시장 안정화 도모할 것”
  • 한국에너지
  • 승인 2020.01.2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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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5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예정
“재생에너지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 굳혀”

 [한국에너지신문]새해 벽두에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임하신지 꽤 시간이 됐지요?
벌써 부임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시간은 언제 가는지 모르지요. 많이 바쁘시지요.
일도 많습니다만 지난해 2월 울산으로 기관 이전을 한 이후 서울과 세종 등 출장이 잦다보니 조금 더 바쁜 느낌입니다.   

민간단체에서 쭈욱 활동하다가 공공기관에 몸을 담았는데 이제는 익숙해졌나요.
업무 분야는 익숙한 편인데 위계질서가 분명한 공공기관 관행과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네요.   체계와 규정에 따라 막중한 책임을 지고 사업을 집행하는 공적 기관에서 근무하는 것은 훨씬 언행이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듣고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점차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좌충우돌이라니요.
민간단체는 단체 안팎에서 공개적인 발언이 자유롭고 수평적 문화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초기에는 편하게 얘기한다고 한 것이 직원들에게 부담과 압박을 주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센터 소장다운 무게감?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구요. 

우리 사회 조직문화가 아직은 수직적이지요. 조직문화를 유연하고 평등하게 하는데 일조를 한 것으로 보이네요.
그렇게 해석을 잘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조직문화 가운데 개선되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요.
우리 기관이 상대적으로 직원들이 자유롭게 일하는 곳이라 조직문화가 특별히 문제된 적은 없습니다. 다만 간부회의나 부서장 회의 때 상급자만 주로 얘기하고 다른 사람들은 보고 외에는 말을 매우 적게 합니다.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는 재생에너지 분야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짚어보고 갈까요?
이번 정부 들어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제8차 전력수급계획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등, 정부의 주요 에너지정책이 수립되고 집행되는 과정에서 재생에너지가 주요 에너지원의 하나로 자리를 잡은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올해 수립할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은 다른 에너지원들과 정합성을 요구하는 계획으로 틀을 짜도록 되어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새만금 재생에너지단지 등 대규모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는 소규모 분산형을 특징으로 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여 나가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단지 개발도 중요합니다. 재생에너지 산업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세계재생에너지총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어 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향상한 것은 물론 한국도 이제 재생에너지 선진국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국제적으로 천명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재생에너지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를 잡은 해였다니 무슨 뜻입니까?
과거 재생에너지 보급정책과 목표는 에너지 수급차원에서 꼭 달성해야 하는 목표라기보다 방향 제시의 성격이 있었습니다. 목표에서 미달한다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기후 에너지 정책에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면 제5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한다고 하는데 달라지는 것이 있습니까?
저는 민간에 있으면서 정부의 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 지속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과거에는 기본계획 논의 과정에 공무원들이 함께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사무관도 아니고 국장이나 과장이, 최종 회의도 아니고 논의 과정에 들어와서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무슨 의미겠어요? 
이번 5차 신재생계획은 실행가능한 책임있는 계획이라는 관점에서 산업부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제5차 계획에서 RPS 제도 개선도 논의 중에 있습니다. 현물시장 REC 가격 급변과 의무사업자 수의계획에 대한 시장과 관련기관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시장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리라 기대됩니다. 
또 열과 수송 연료 재생에너지 보급을 촉진하는 제도를 집중적으로 보완하는 논의도 진행 중입니다. 
4~5월경 계획이 발표될 예정이고 이 계획이 전력수급계획과도 긴밀히 연계되리라 생각합니다.

재생에너지 정책을 처음 시작한 것이 1988년입니다. 소장께서 현직에 계시는 동안 이 분야에 많은 변화가 있다는 게 남다른 느낌이 있겠어요.
우리가 재생에너지 개발과 이용을 주창한지 30여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미 지구촌은 재생에너지 위주로 에너지 믹스와 산업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후발주자입니다. 선두주자들의 시행착오를 잘 살피고 우리의 장점인 스피드를 살려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하는데 기술개발과 산업 육성 역량을 집중할 시기입니다. 

재생에너지 보급제도가 다양합니다. 직접 업무에 접하면서 문제점들은 없었습니까?
복잡 다양한 제도를 속속들이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외부에서는 숲만 봐도 되지만 집행기관은 나무도 속속들이 알아야 합니다. 
국내 지리·사회·정치적 상황을 반영하다보니 전반적으로 재생에너지 보급 관련 제도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한 측면이 있습니다. 정부가 정책 개입과 규제로 시장을 만들면 시장이 보급과 산업을 주도하는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투명하고 공정하며 적절한 인센티브 체계와 경쟁체제를 확립하면 다른 규제와 간섭은 줄여나가야 합니다. 그런 방향으로 속도감있게 제도 개선을 하려고 하지만 이미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이라 산업부도 걸음이 가볍지 않았습니다.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 중의 하나는 현물시장 REC 가격이 폭락하여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그 질문은 꼭 할 것 같았어요. 점진적인 가격하락은 기대했지만 현물시장에서 REC 가격이 이 정도로 급락할 지는 예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태양광 보급이 활성화되면서 의무사업자들이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를 이행하는데 현물시장의 기능이 줄어들었음에 비해 중장기적 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현물시장으로 들어오는 소규모 사업자는 증가했습니다. 현물시장 REC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나니 가격 폭락 현상이 빚어졌지요. 소규모 사업자들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투자와 발전사업을 하도록, 현물시장에 의존하지 않도록 여건을 바꾸려고 합니다. 조속히 재생에너지 발전 시장이 안정되고 소규모 사업자들의 부담과 근심을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감사원에서도 지적했고 산자부에서도 개선의지를 밝힌대로 RPS 공급의무자들이 경쟁없이 대규모 수의계약을 하는 방식도 개선되어야 합니다.  이번 제5차 계획에 투명성 확보, 적절한 경쟁, 시장 활성화 방안을 담도록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보급정책 가운데 보급 물량을 설비 사업자들에게 소위 N분의1로 균등 배분하면서 설비 기업을 육성하지 못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보급사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시장이 1조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어요. RPS를 통해 만들어지는 시장은 태양광만 약 4조 원에 이릅니다. 시공 측면에서 보면 매출이 100억 원대가 넘는 기업도 많고 1000억 원이 넘는 기업도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경쟁력 있는 시공기업 육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었습니다.  
문제는 형평성과 효율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설비 기업을 중소·중견 기업으로 육성하여 해외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그런데 현재의 제도는 형평성에만 치중하다 보니 영세기업이 난립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시공과 유지관리에도 경쟁력 있는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센터가 이 분야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태양광 풍력에만 정책이 기울고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당장 눈앞의 현상만 보면 그럴수도 있습니다. 2003년 발전차액지원제도가 시행될 때 다양한 재생에너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농림부 산림청을 중심으로 바이오매스 환경부가 음식물 자원화를 추진했고 해양에너지인 조력 발전소가 추진되었습니다. 축산분뇨자원화 미이용바이오매스 간벌목을 이용하는 등 시범사업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경제성 신뢰성 주민 수용성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지속적으로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MB 정부에서 친환경 에너지타운을 5~600개를 만드는 계획도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소득 수준에 따른 편리성, 화석에너지에 대한 습관성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 합니다. 
태양광에 올인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태양광은 가격 경쟁력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고 시장 침투 능력이 아주 뛰어난 아이템입니다.
풍력은 아직은 본궤도에 올라갔다고 볼 수 없습니다. 해상풍력은 미래 가능성이 크고 육상풍력도 잠재력이 있어서 열심히 추진하는 것이지 다른 재생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을 접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능성이 있다면 다른 재생에너지원이 더 지원을 받을 것입니다. 

다른 관점에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재생에너지라는 의미는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화석에너지에 대한 상대적 의미도 있고 국토가 보유한 에너지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에너지는 국토가 보유한 에너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뇨의 자원화 산림 자원의 활용 등, 유럽에서는 기본적으로 개발을 다 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한 두 번 해보고 어렵다고 하지 않고 있어요.
국토가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 자원을 개발해야 한다는 취지에 누가 반론을 제기하겠습니까? 미이용 산림 바이오는 REC가 2.0입니다. REC가 낮다는 민원은 없어요. 조력발전은 어민들의 수용성을 뛰어 넘지 못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도 유럽 국가들처럼 우드 칩으로 난방도 하고 발전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정책입니다.
센터에서는 올해 태양광과 풍력이외의 재생에너지 전담부서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국토가 보유한 에너지 개발에 전념하도록 해 보겠습니다.

정책에 모든 부처가 관여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21세기는 한 부처가 에너지 정책을 홀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지요. 재생에너지 정책도 기후변화, 대기오염, 생태계 보호, 국토 및 해양 이용 등 다양한 정책 및 이슈와 조화롭게 수립되고 집행되어야 합니다. 부처 간 칸막이 구조를 넘어서 국가 비전과 국정 과제 수행을 위해 소통과 협업이 절실한 시기입니다. 센터가 하는 일도 다수의 유관부처와 지자체가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사업이 좌우됩니다. 에너지 정책의 합리적 리더십을 산업부가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되고 유관부처 간 협력이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센터도 여건 개선에 함께 하겠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재생에너지에 대한 애착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답변해 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1970 출생
•‌서울대 조경학과 졸업 
•‌2009 세종대 기후변화센터 연구실장
•‌2013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산자부 신재생에너지정책심의회 의원
•‌2018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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