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해를 뒤돌아보며
[사설] 올해를 뒤돌아보며
  • 한국에너지
  • 승인 2019.12.16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에너지신문] 2019년 한해가 저물어 간다. 정치적으로 국민들이 양쪽으로 나뉘어져 극한 대립을 펼치면서 ‘이게 나라냐?’는 말이 회자된 한해였다.

경제적으로도 수출이 줄고 경제성장률도 떨어졌고 제조업 경기도 쪼그라들었다. 어느 모로 보나 올 한해는 나아진 것이라곤 없는 해였던 같다. 이 끝없는 추락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세먼지로 시계는 앞산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에너지 분야도 별반 다름이 없었던 한해가 아닌가 싶다. 월성 원전 1호기 가동을 중지한다고 해놓고서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고 논란만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미국에서는 원전 수명을 80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신고리 원전1호기는 건설이 보류된 채 해를 넘기고 있다. 에너지 산업 가운데 유일하게 국제 경쟁력을 갖춘 원전 산업이 이정표를 잃고 헤메는 한해였다. 더구나 연말에는 월성 원전의 문제를 파헤친 영화가 개봉되면서 원전에 대한 혐오심을 자극하고 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래 에너지 산업이 사회 논란의 이슈로 등장한 것은 올해가 처음인 것 같다.

에너지 문제가 사회 갈등의 요인이 된 것을 넘어 관련 산업이 거센 파도에 쓰러졌다. 대학의 원전과는 응시생이 한 사람도 없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으며 관련 기업들이 줄도산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확실한 탈원전 프로그램도 없는 상황에서 원전 산업은 끝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바람에 휘말리면서 정권이 바뀔 때를 기다려 보자는 심리가 사회저변에 퍼져가고 있다.

현 정권 최대의 재생에너지 사업이라는 새만금 사업도 출발부터 삐거덕 소리를 내고 있다. 수천억 원이 소요되는 계통연계 사업을 한전이 아닌 한수원이 맡으면서 잘못 꿴 단추가 사업추진을 가로막고 있다. 이 정권 임기 까지는 준공하는 것은 고사하고 사업추진 자체가 제대로 될지 의문을 낳고 있다. 시중에는 정부가 일을 할려고 하는 것인지 흉내만 내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북한산 석탄을 반입한 사건은 찻잔 속의 태풍이 되기는 했으나 자칫 나라망신을 시킬 뻔했다. 어느 정황으로 보나 북한산 석탄 수입은 국내 정치와 기업이 개입되어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정권의 오판으로 한전을 비롯한 많은 에너지 기업이 국제 제재를 당하는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었던 사건이다.

하지만 소용돌이치는 정국 속에서 4030 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한 것은 거시경제 안목에서 에너지산업을 바라보는 에너지 업계의 비축된 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계획이 100% 달성되고 안되고는 차치하고서라도 에너지 기본계획은 우리 국가경제에 있어 유일한 장기 계획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올해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우리사회의 화두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22년이면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준수해야 함에도 강 건너 불처럼 보아오던 우리 사회에 던져진 에너지 전환은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크게 울려 퍼지지는 않았지만 에너지 업계에서는 분명 우리도 에너지 전환의 무대에 올라섰다는 인식을 각인시켜 주었다.

혼돈의 세계는 누구에게나 고통스럽다. 그 중심에 서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이를 지켜보는 사람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에너지 산업은 어느 분야이던 하루 아침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수십년의 세월이 걸려야 변화를 이룰 수 있다. 원전은 50년이 걸려 국제 경쟁력을 확보한 산업이다. 정치가 산업에 끼치는 영향력은 없을 수 없지만 산업의 생리를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고 정치적 결정만 하면 그 정책은 실패하지 않을 수 없다. 새해에는 에너지 문제에 대한 허심탄회한 사회적 토론이 이루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