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분야, 예산은 적고 정책은 느리다
에너지 분야, 예산은 적고 정책은 느리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9.09.0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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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정부가 내년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가운데, 산자부의 예산은 9조 5천억원 정도로 지난해보다는 20% 가량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에는 소재와 부품과 관련된 분야의 예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일본과의 무역 분쟁 등의 영향으로 이러한 예산이 세워져 해당 산업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하지만 산업과 통상 분야에만 신경을 쓰는 행태가 내년에도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실제로 올해 일본과의 무역 분쟁으로 문제가 된 소재와 부품 산업 투자 예산은 올해의 약 30%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과 안전에 투자하는 예산은 올해의 10% 정도 늘어나는 데 그치고 있다. 삭감하는 분야가 없는 와중에 에너지 분야는 전체 규모가 늘어나는 평균치보다도 낮은 수준의 증가폭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분야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정책에서는 항상 후순위로 몰린다. 더구나 에너지가 산업을 떠받들고, 이를 지탱해 주는 관건이 된다는 사실은 평소에는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인식을 환기시켜 주는 계기가 있다. 에너지와 관련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과거 수십년간 석유파동과 같은 사건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정전, 그리고 수소나 가스와 같은 공동 에너지 공급시설의 폭발 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예산 편성에서 정부가 그나마 이제까지의 에너지 ‘전환’ 이외에 ‘안전’을 추가한 것은 에너지의 공급을 안정화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특히 원전 및 방폐물의 안전, 노후 석유시설의 안전, 집단에너지 시설 등의 안전을 챙기기 위해 예산과 함께 사업을 편성해 놓았다. 이 모든 것은 최근 각종 대규모 사고가 난 이후에 이에 대한 대책으로 나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에너지저장장치나 변압기, 전기차 충전기 등의 화재 폭발 등에 대한 연구 및 시설 설치 등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 등의 구체적인 안은 논의과정에서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에너지 분야는 안전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다. 전기안전공사나 가스안전공사가 각자 따로 설립되어 있으면서 이를 위한 실무를 담당하는 것은 안전관리의 철저함과 완벽함을 기하기 위함이다. 에너지 안전 분야 예산을 차츰 과감하게 늘려서 국내외의 사고 사례를 수집함과 더불어 안전을 위한 시스템 구축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어떤 사고가 일어난 뒤에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르니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시급히 바꾸어야 한다.

정부의 예산안에서 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에너지 ‘전환’ 분야다. 현 정부 출범 2년여 동안은 태양 에너지를 강조해 왔으나, 내년부터는 풍력 분야와 수소 분야를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환영할 일이기는 하지만, 태양광이나 태양열 분야, 그리고 재생에너지와 신에너지 거의 전분야에 대한 투자와 이를 통한 연구개발이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도, ‘몇 년은 태양광 몇 년은 풍력’ 하는 식이면 너무 기계적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관련 정책이 비교적 활발하게 수립되고 실행된 것은 이미 20여년을 훌쩍 지나가고 있는데도, 여전히 재생에너지의 보급률은 지나칠 정도로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점을 깊이 고민하고 사업과 예산을 짜야 한다.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이산화탄소 저감이라는 트렌드를 이제는 더 이상 거스를 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더 이상 구호로만의 에너지 전환, 구호로만의 탄소 저감이 아니라 실질적 조치를 해야 한다. 예산도 전체 평균이 늘어나는 만큼은 함께 늘어나야 실제로 정책을 세워서 추진할 수가 있게 된다. 통상과 산업 분야의 예산을 줄이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에너지 분야 역시 전체 평균 만큼은 예산 증가를 이뤄야 이 모든 사업을 해 나갈 동력을 얻게 된다.

산자부가 안전과 전환에 방점을 두어 에너지 정책을 세운 점에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구호가 아닌 실제를 중시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 너무 느리고 예산도 적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하지 않을까. 그러지 않으면 안전도 전환도 저만큼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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