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에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충고, 제기하지 말았어야 할 의혹
[양재천에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충고, 제기하지 말았어야 할 의혹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9.08.15 0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에너지신문] 최근에 일부 의원들과 일부 기자들이 ‘상호 참조’ 하에 전력(電力) 관련 글을 쓰는 것을 보노라면 실소가 터진다. 올해 3분기 원전 이용률이 2016년 이전에 비하면 약간 감소했다는 걸 도마에 올린 이달 14일자 글이 눈에 띈다. 이용률 감소의 이유는 예방정비다.

해당 글은 탈원전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3분기 원전 이용률은 평균 82.8%였고, 올해 2분기 이용률도 82.7%였는데 올해 3분기에는 71.4%로 이용률 전망치를 낮춘 것을 문제 삼았다. 정부가 원전 없이도 전력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 일부러 전력 이용이 집중된 시기를 예방정비 기간으로 고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누가 그런 의혹을 제기했다는 말인가. 국회의원님이 해당 기관에서 자료를 제출받아서 이런 점을 의심하고 있다는 게 이 글의 요지다.

아직 3분기 전체의 이용률이 확실하게 보고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글은 자료를 공급해 준 의원과 해당 글을 쓴 기자가 단순히 ‘전망치’를 두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불과하다. 더구나 수요감축요청이 당일에 있을지 모른다는 사족도 덧붙였다. 다행 반 불행 반, 수요감축요청은 없었다.

해당 글에서는 지난 몇 해 수요감축요청(급전지시)을 두고 에너지전환(탈원전)을 공격하던 관성을 올해에 되살리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신선하지 않은 데다 위험한 발상이고 허점 또한 많다.

몇 가지만 짚어보자. 산업이나 에너지 관련 기사에서 특히 기자들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수치를 인용한다. 이 글에서도 수치는 인용됐다. 하지만 그 수치는 오히려 이 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동시에, 다른 의미의 ‘수치’가 됐다.

일단 왜 이용률 비교에서 2017년과 2018년은 빼놓은 것일까? 비교대상이 도대체 왜 2014·2015·2016년 3분기 평균 확정치인 82.8%와, 2019년 3분기 전망치인 71.4%인가? 확정치는 3분기 평균이지만 3년간이니까 평균은 달수와 햇수를 곱한 9로 나뉘고, 전망치는 올해 한 해니까 달수인 3으로 나뉘어 나온 값이 된다. 2017·2018년 3분기의 평균 확정치와 2019년의 3분기 전망치를 비교대상으로 잡았다면 오히려 모양은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도 그렇게 비교했으면 백분율(%)로 두 자리 수 차이가 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또 확정치와 전망치가 섞여 있어 온전한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 문제도 여전히 남는다.

예방정비 ‘기간’을 비교한 건 정말 난센스다. 올해 7월부터 9월 사이에 13개 호기 정비 기간이 573.5일이라는 것과 3월부터 5월 사이에 7개 호기 정비 기간이 339.1일이 소요된 것은 비교 대상 자체가 안 된다. 발전소는 노형에 따라, 규모에 따라 정비개소와 소요기간이 달라진다. 그냥 발전소마다 소요기간이 다르다고 보면 오히려 정확하다. 모든 기계 장치와 공장 설비 등의 단위 정비시간을 똑같이 맞추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 글은 이같은 불가능을 사실로 전제한 채 쓰여 있다. 하나는 분기(7~9월), 하나는 임의의 기간(3~5월)으로 뒤죽박죽 제시한 건 대체 무슨 기준인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그걸 두고 573.5를 339.1로 나눠 1.7배 차이가 났다고 한 건 아마도 339.1을 7로 나눈 것과 573.5를 13으로 나눈 수 가운데 뒤의 것이 더 작았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13개를 정비하는 데에 평균 시간이 적게 들어갔으니, 전제한 사실과 맞지 않아 어영부영 큰 수끼리 나눈 것이다. 2014~2016년 3분기 7.3개 호기를 정비하는 데에 평균 295일이 걸린 것도 나눠 보면 앞의 그 어느 수보다도 작다. 이리 맞춰도 안 맞고, 저리 맞춰도 안 맞다. 계산은 기껏 했으니 안 쓰기가 아까워 그냥 넣은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원전 없이도 전력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일부러 전력 이용이 집중된 시기를 골라서 정비를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만약에 그런 점을 굳이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왜 이용률을 10% 정도 줄이고 그치겠는가. 아예 원전을 모조리 다 세워서 정비를 하든지, 적어도 50% 이상 줄여야 티가 확 나지 않겠는가.

오히려 폭염 기간에 원전의 예방정비를 늘리는 것은 더 없이 합리적인 결정이다. 냉난방 전기 수요가 증가할 때가 전통적으로 첨두발전기인 가스복합화력이나 양수발전 등이 가동률을 늘릴 때다. 급증한 수요에 대응해 주는 측면이 크지만, 과열을 막는 데에도 상당히 기여한다. 전기를 만드느라고 일을 계속해 온 석탄화력과 원자력 등 항상 돌려야 하는 기저발전기가 너무 과열되면 고장이 나니 잠시 쉬며 예방정비에 들어가고, 그 사이에 첨두발전기가 출동해 급증한 전력 수요에 대응해 준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전통적인 발전기는 전기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열을 발산하는 발열체다. ‘불 화(火)’자가 들어간 화력(火力) 발전소만 뜨거운 게 아니다. 원전(原電)도 원래(原來) 뜨겁다. 또 말하지만 발열이 심한 기계나 공장은 폭염이 계속되면 식혀 주어야 고장이 덜 난다. 냉방기가 덜 보급되었던 시절에, 아니 최근에도 폭염 기간 동안 공장 가동을 줄이거나, 차량의 운행을 줄이는 것은 공장이나 자동차나 모두 발열체이기 때문에 적당한 온도를 넘어서면 고장이 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7월 말 8월 초에 휴가를 가는 것은 사람도 잠시 쉬어 즐겁지만, 쉼 없이 돌아가던 기계가 잠시 쉬어 가면서 고장여부를 점검하고 정비하기에 가장 적당한 기간이 바로 폭염 기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원자력발전소는 냉각을 바닷물로 하는데, 최근에는 그 바닷물의 온도도 온난화 영향으로 높아졌다. 그래서 냉각 효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그런 사정이 있기에 폭염 기간에 원전을 잠시 조금만 덜 돌리고 그 동안 예방 정비를 하자는 것이다. 그 비율을 조금씩 늘려 나가자는 것이다. 이것을 과연 곱지 않은, 아니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야만 하는 것일까.

또 만약에 원전을 폭염이건 말건, 여름이건 겨울이건 최대의 가동률로 돌려 최대의 이용률을 올린다고 치자. 그렇게 되면 결과는 어떨까. 원전이 과열되면 방사능이 유출되거나 원전 자체가 폭발될 우려가 있다. 일일이 거론은 안 하겠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원전 사고 사례들의 유력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과열이다. 경제성이 좋은 원전이라지만, 폭염 기간에 가동률과 이용률을 연년세세토록 최대치로 올려 과열되고 마침내 폭발 사고를 일으키는 것을 권장할 만큼은 아니지 않은가.

더구나 국내 원전이 이용률을 많이 낮춘 해는 거의 예외 없이 국내외에서 원전 관련 사건이 있었던 때와 맞닿아 있다. 통계가 남아 있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90%를 넘던 이용률은 아직까지 문제가 되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은 이듬해인 2012년 82.3%, 국내 원전 비리 사건이 있었던 2013년에는 75.5%로 낮아진다. 2014년과 2015년에는 85%를 넘겼지만, 경주 지진이 있던 2016년에는 79.1%로 떨어지고, 그 이후 2017년 71.2%, 지난해 65.9%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조금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10여년 간의 장기 추세로 보면 원전의 예방 정비를 늘리고, 이용률을 줄이고 있다.

원전에 비하면 매우 단순하고 안전하기 짝이 없는 선풍기도 모터가 밤낮 없이 돌면 화재 우려가 있어 타이머나 퓨즈가 달려 있다. 원전의 계획 예방정비 정지는 바로 그 타이머의 역할을, 비계획 예방정비 정지는 바로 그 퓨즈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짤막한, 그냥 보아 넘겨도 될, 엉터리 같은 글에 이렇게나 긴 논평을 남기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혹시나 이번 이 자료를 이용해 어떤 의원이 국정 감사에서 제기하지 말았어야 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또한 원전을 그나마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정부나 관련 기관이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충고를 받아들이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용률과 가동률을 줄이는 것은 효율을 감소시키기에 분명히 마이너스다. 하지만 그동안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생명을 지키기 위한 예방정비를 한다면 분명히 플러스다. 다만 그 정비가 철저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의원님들께 참조하시기를 당부한다. 원전 문제를 국감에서 굳이 제기해야 한다면, 예방정비가 철저했는지를 따져 물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와 관계기관이 받아들여야 할 충고를 하는 데에 약간은 도움이 될 것이다. 폭염에 이용률이 왜 이렇게 줄어들었느냐는 뜬금 없는 질문 말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