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된 주택 전기료 누진제, 근본적 변화요구 커진다
‘누더기’ 된 주택 전기료 누진제, 근본적 변화요구 커진다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9.06.1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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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이후 여름철 개편 연례화
정부 ‘인하’·소비자 ‘공정’ 초점
한전도 ‘요금 체계 개편’ 시사
산업용 경부하 인상도 ‘만지작’

[한국에너지신문] 여름철 주택 전기료 누진제 개편 관련 논의가 4년 차에 접어들면서 현행 전기료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로 옮아가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택용 전기료 누진제 개편 관련 공청회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는 현행 누진제의 근간을 유지한 채, 폭염이 심화되는 여름철 1~2달 정도의 요금을 인하하는 선에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주주와 주택용 소비자, 연구자 등도 공정한 요금 체계를 주문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서 온 한 주부는 “전기를 사용한 만큼 공평하게 요금을 내고 주택용 누진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정용은 전체의 20%도 되지 않는데, 누진제를 한다고 한전의 수익에 영향이 있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누진제를 폐지하는 안은 전기료 개편 TF가 공개한 3안으로, 연중 ㎾h당 125.5원을 적용하는 것이다. 

정한경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한전 적자와 전기료가 무관하다고 하지만, 과연 그런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소비자가 유발한 비용을 공기업이 감당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장병천 한전소액주주행동 대표는 “정부가 전기료를 지나치게 인하하면 적자 폭이 커지고 주주의 이익과 사회의 전력공급 안정성을 해친다”며 “누진제를 완전히 철폐하고 저소득층에게 이용권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입장은 각각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현재의 전기료 누진제와 더불어 요금 체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요금 체계에 대한 지적은 한전 내부에서도 나왔다. 

권기보 한전 영업본부장은 “주택용 전기공급 원가에 대한 논의가 빠졌다”는 지적이 있자, 이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현재 기본료, 전력량 요금, 전력기반기금, 부가세 등을 공개하는 요금고지서에 하반기부터 도·소매 가격을 충분히 청구서에 게재하는 방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기공급 원가 문제를 누진제로 대표되는 주택용 요금체계 투명성에 대한 지적으로 보고 이같은 대답을 한 것이다. 한전은 다음날 이를 “개인의견”이라고 일축했지만 김종갑 한전 사장도 취임 초부터 “두부값이 콩값보다 싸다”며 요금 자체가 낮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바 있다. 

특히 한전 내부에서 나오는 요금에 대한 언급은 단순히 주택용 요금에 한정되지 않는다. 특히 최근에는 산업용 경부하 요금 개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산업용 경부하 시간대 요금은 일반 요금의 절반 내외 수준으로 원가에 훨씬 못 미친다.

하지만 석탄과 원자력이 기저부하전력을 생산하고 있어 쓰지 않으면 버려진다. 이 때문에 이 시간대에 가스와 석유 등을 사용해도 되는 분야까지 전부 전기를 사용하는 등 부작용이 커졌다. 철강 업종 등이 대표적이다. 

감사원은 지난 4월 한전에 산업용 전력 사용자 중 1.5%에 불과한 고압 B·C 사용자가 경부하 시간대(밤 11시~오전 9시) 산업용 전력의 63%를 사용한다며 요금 체계 개편을 권고했다. 밤에 전력을 소비하는 대기업을 혜택을 보고 낮에 전력을 주로 소비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역차별을 받는다는 의미다.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최대부하 요금 인하와 경부하요금 인상 등 조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편 주택용 누진제 개편안은 오는 21일 열리는 한전 이사회를 통과해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자부가 인가해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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