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너지 산업 혁신 위해선 ‘소통과 개방’ 중요”
[인터뷰] “에너지 산업 혁신 위해선 ‘소통과 개방’ 중요”
  • 조성구 기자
  • 승인 2019.06.17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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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 맞은 임춘택 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지난 12일 임춘택 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이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에너지 산업 발전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12일 임춘택 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이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에너지 산업 발전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에너지신문] “에너지 산업의 혁신을 위해서는 소통과 개방을 통한 진보적인 가치가 필요한 시기이다.” 

지난 12일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에너지 산업의 발전 방안을 이같이 짚었다.

국방, 항공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거친 임 원장은 자신이 몸담았던 분야의 장단점을 에너지 분야와 빗대어 설명하며 “산업의 안전을 위해서는 보수적인 가치가 필요하지만 에너지 분야, 특히 기술 R&D의 발전을 위해서는 변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메가 트렌드(시대의 큰 흐름)가 소통과 개방을 매개로 시장 중심의 산업으로 변하고 있으며 에너지 분야의 발전도 이것이 가능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R&D 혁신, 산업 육성 돕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대기업은 수출 경쟁력 키우고 中企와 상생 필요
원전 기술 연구 ‘안전·방사선’ 분야로 전환해야 
‘온라인메타평가’로 R&D 공정성 강화 노력도

그는 정부 주도의 산업 경쟁력은 이제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과거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의 발전은 기술이 아닌 자원이 에너지 산업의 중심이었을 때는 가능했지만 인력과 기술이 중심인 현대 산업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

또 에기평의 중점 과제인 R&D 혁신을 위한 자신만의 확고한 방향성도 제시했다. 임 원장은 “에너지 R&D의 혁신은 산업 육성을 돕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하며 그동안 국내 에너지 산업의 문제는 내수 중심에 머물렀던 점에 있었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은 40조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거대 공기업이지만 국내 시장에서 창출되는 이익으로 인해 수출 경쟁력이 매우 약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에너지 대기업들은 수출 중심으로 전환하고 중소기업, 벤처, 대기업들이 상생하는 협력 방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에기평은 에너지 벤처 금융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에너지 분야는 대규모 프로젝트 등 투자 가능한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특히 최근 재생에너지분야는 정부의 정책 변화로 미래의 안정적인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임 원장은 “외국은 재생에너지에 공공기금 대규모 투자를 많이 한다. 우리도 자금과 투자기업을 연결하는 전문가와 이를 조정하는 협의체가 부족할 뿐이지 시장의 여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에기평은 중소 벤처기업 자금 융자, 국민 참여형 사업 지원을 위한 펀드(투자은행) 설립을 최근 제안했다.

선도형 R&D를 주도해 세계 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개발한 양극형연구개발(Bi-Polar R&D)도 주목된다.

임 원장은 “앞으로 에기평의 R&D 지원은 진행하는 과제가 세계 최초인가 아니면 글로벌 시장에 즉각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시장 진입성이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즉 누구나 개발이 가능한 연구는 이미 세계 시장에서 보편화된 과제이고 이를 지원할 명분도 없다는 생각이다. R&D로 인한 산업의 확장 중요성을 고민하는 임 원장의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에기평은 지난해 하반기 양극형연구개발 방식을 상세기획과제의 약 28.4%, 108개에 적용했고 앞으로 3년 이내에 모든 과제에 적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원자력산업의 방향성에 대한 질문에는 “장기적으로 40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이미 지어진 원전과 짓고 있는 것은 안전하게 관리,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 진행 중인 ‘미래 원전 기술’ 개발은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그는 “원전은 중대 사고의 ‘안전’ 방지 기술 개발에 연구가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동 중인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미래의 원전 수출도 안전기술을 중심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원자력 산업 내의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도 밝혔다. 기존 원전 중심에서 방사선 산업으로 전환하면 앞으로 원자력 산업도 시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

“원전은 이제 세계적으로 사양 산업이다. 더 이상 원자력계가 이념 논리에 매달리지 말고 방사선 산업과 같은 비발전분야를 육성하는 것이 업계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에기평은 임 원장 취임 후 그동안 관행처럼 여겼던 R&D 전문기관의 기득권을 내려 놓고 있다. 시행 중인 온라인메타평가는 평가위원, 과제제안자, 에기평이 서로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과제 평가를 받던 사업자가 에기평의 평가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더 이상 에기평이 사업 제안자보다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며 과제를 평가하지 않겠다는 임 원장의 의지이다.

임 원장은 “사업기획, 평가관리, 회계 등 모든 분야에 온라인메타평가를 도입할 것”이라며 “에기평과 사업자의 관계는 에기평이 권한과 권위를 유지하며 사업자와 상생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50대 50으로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밝혔다.

임 원장은 사업 제안자들과의 투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메일, 콜센터 등으로 에기평의 문제점과 내부비리까지 가감 없이 듣고 있다고도 밝혔다. 에기평의 쉽지 않은 도전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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