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의 현주소
국내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의 현주소
  • 오철 기자
  • 승인 2019.05.13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간 25주년 특집] 소규모 재생E 자원 관리 필요한데 수익 모델·계량기 문제로 제자리

[한국에너지신문] 소규모 전력중개사업 제도가 작년 12월에 시작해 반년 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제도 존재가 무색할 정도로 거래 실적이 저조했지만 정부와 시장의 기대는 여전히 크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 등 정부 정책에서 태양광 발전 확대와 ESS 보급의 급성장이 확실시되고 있고, 세계적으로 분산 전원의 필요성과 RE100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 확대 요구도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전력중개시장의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 첫 발걸음으로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을 택했다.

사업 수익 중개수수료만으론 한계
해외선 컨설팅·VPP 등 수익 모델로
21개 사업자 중 ‘해줌’ 한 곳만 중개 
업계 “계량기 비용이 활성화 저해” 
정부, 계량기 기능 간소화 등 방안 논의

소규모 전력중개시장

■ 소규모 전력 자원 모아 REC 거래 대행 및 유지보수 서비스 제공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은 1㎿ 이하의 신재생에너지와 ESS, 전기자동차(규모 제한 없음)에서 생산·저장한 전기를 중개사업자가 모아 전력시장에 거래하는 사업이다.

에너지 신산업의 하나로 주목받는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은 2016년부터 논의됐고 작년 6월 전기사업법 개정안 개정으로 사업이 가능케 됐으며 12월 본격 시작에 맞춰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정비 완료했다. 올해 2월부터 소규모 전력자원을 모아 발전사업자를 대신해 전력을 판매하는 소규모 전력중개거래제도가 본격 시행됐다.

과거 1㎿ 이하 신재생 발전사업자는 직접 전력시장에 참여해 전력을 거래하거나 시장 참여 없이 한전에 전기를 판매해왔고 대부분 소규모 발전사업자는 거래절차 등이 복잡한 전력시장보다 한전 거래를 선호했다.

하지만 정부는 사실상 독점됐던 전력중개사업에 변화를 주어, 다양한 중개사업자를 통해 분산된 전력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자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을 본격 시행했다.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이 전력중개제도에 참여하게 되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역시 전력중개사업자가 대신 거래하게 되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설비 유지보수 서비스도 함께 제공된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은 태양광 등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자원의 급증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고, 분산된 전력 자원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전력 계통의 안정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美·獨·日, 수익 모델 구축해 소규모 중개사업 활성화 촉진

현재 국내 전력중개사업은 수익 모델이 중개수수료 수취 등에 그치는 단순한 구조로 사업구조가 아직은 미흡하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에너지 컨설팅, 전력공급 안정화, 전력수요 감축 등으로 사업모델을 다변화해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전력중개사업자들은 고객의 발전설비에 대해 발전량을 예측하고 발전 스케줄을 관리해주는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5년에 도입된 분산자원공급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쉘 에너지, 실리콘밸리 크린에너지 등 7개 전력중개사업자들은 전력판매 중개뿐 아니라 발전량 계량, 정산 등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에너지 컨설팅은 기상관측과 발전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고객의 발전 설비가 안정적 환경에서 발전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 신규 수익원을 확보하는 사업 모델이다.

독일은 전력중개사업자들이 그리드 안정화에 기여하는 가치를 인정해 정산금을 지급하고 있다. 중개사업자 개별 발전설비의 발전 패턴을 파악, 상호 보완성이 높아지도록 운영모델을 구성해 전력을 공급하게 되면, 국가 전력망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대용량 발전설비를 확보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화력발전 등 전력공급이 안정적인 설비에 지급되는 용량정산금(CP)과 같은 정산금을 지급해 주는 것이다.

독일의 넥스트 크라프트베르케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모아 6GW에 달하는 대규모 가상발전소(VPP)를 구성하고 효과적인 포트폴리오 운영에 성공하면서 독일 전력시장 내에서 기저부하로 인정받은 바 있다.

우리나라도 전력중개사업 활성화를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과 이를 기반한 전력 공급 안정화 모델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시행을 논의 중에 있다.

일본은 기존 수요자원과 가상발전소 자원의 통합 운영을 도모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은 지난해 가정용 및 상업용 소규모 분산전원으로 구성한 가상발전소 구축·실증사업에 41억엔을 투자했다. 소프트뱅크에너지와 한화큐셀재팬도 가정용 태양광 및 ESS 등 소규모 발전자원을 모아 50㎿ 이상 규모의 가상발전소를 구축한 상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는 전기차와 ESS가 수요자원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전기차의 보급률이 낮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지만, 향후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면 사업모델이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도 2015년 가상발전소 구축을 시작으로 지난해 시 소유 19개 건물과 사업소로 구성된 6325㎾의 가상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그동안 약 9.5만㎾h 규모의 전력을 아끼고 판매해 예산 2억 4300만원을 절감한 바 있다.

■ 활성화 위한 보완 정책 시급

정부는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을 활용해 에너지 전환 시기에 수요관리 보완 역할과 더불어 신시장으로 개발하고 활성화한다는 희망찬 계획을 세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시장 개설 이후 현재(5월 기준) 21개 중개사업자가 시장에 들어와 있지만 실제 중개사업을 하는 곳은 해줌 단 한 곳뿐이다. 그것도 자사에 설치된 재생에너지 용량을 가져와 거래하는 것이라서 정부가 그렸던 그림과는 다르다.

업계에서도 보완 정책의 시급성을 전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해줌, KT 등이 참여하는 전력중개사업자협의회를 결성하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거래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계량기 비용 문제를 꼽았다. 소규모 자원 보유자가 중개사업자와 계약을 하게 되면 한전과 계약이 끝나 한전이 제공했던 계량기와 통신기기를 가져가는데 중개사업자가 이를 치르고(200~400만원) 계약하기에는 이익을 얻기 힘든 구조인 것이다.

이에 대해 전력거래소는 계량기 대량구매와 제품 기능 간소화를 통해 계량기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전력 데이터를 담당하는 통신사들과 장기 계약 등의 방식으로 전력데이터 비용을 낮추는 방법도 논의할 계획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이달 중에 SKT, KT, LG유플러스 등 3대 통신사와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라며, “협의와 제도 수정보완을 거쳐 올해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장 참여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의 필요성도 지적됐다. 소규모 자원관리를 통해 전력 계통 안정화에 기여하는 중개사업자들에게 용량요금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시장 활성화를 촉진하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변동성이 높은 재생에너지 등 분산자원의 발전량을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하면 국가 전력공급의 안정화에 기여하게 되고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을 중개사업자들에게 지급한다면 시장 활성화와 국가 전력망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중개사업자 간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기술과 수준이 다르고 안정화 기여를 가치로 환산하는 것도 정식 제도 도입을 위해서 더 연구가 필요하다”며, “상반기 안에 중개사업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할 때 같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