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만 따지면 무리수는 반복된다
효율만 따지면 무리수는 반복된다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9.04.1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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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희 기자
조강희 기자

[한국에너지신문] 이번 봄에도 강원도에 산불이 났다. 이 지역 산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고성 산불은 전신주 근처에서 발화된 점 때문에 에너지 업계가 더욱 주목했다. 

정치권을 포함한 일각에서는 ‘탈원전’ 때문에 불이 났다고 주장한다. 특이하긴 해도 논박당하기 딱 좋다. 차라리 “‘탈원전’ 때문에 사용할 전력이 모자라서 하늘에서 번개가 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더 있을 지경이다. 

해당 주장은 원전 가동률의 하락으로 예산보다 전력구입에 비용을 더 썼고, 다른 비용 줄일 데가 없나 보니 안전 부문 예산을 줄여 왔다는 것이다. 한전은 반박하며, 오히려 최근 안전 관련 예산은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런데 산불이 ‘탈원전’ 때문이라는 이들의 주장을 듣고 있자니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비용을 줄여 효율을 높이는 것만이 최고의 선인가. ‘탈원전’ 때문에 한전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고, 비용을 꼭 줄여야 하니 안전 분야에서 줄였다는 주장에는 비용 절감이 지고지선의 가치라는 ‘기업가의 생각’이 깔려 있다.

공기업이 담당하는 필수공공재인 전력산업에서 역시 비용을 최소로 줄일 수 있는, 가장 효율이 높은 방법을 찾아서 실행해야만 할까. 그러나 비용을 줄이려다 무리수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특히나 안전 분야는 조금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현장의 안전과 방재를 위한 요건으로 책임소재가 명확한 제도, 과학적이고 검증된 안전시설 확보, 교육훈련을 통한 안전 수칙 준수, 고위험 작업의 유자격 전문직화 및 임금 인상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비용 절감과 효율화만 따진다면 이같은 요건들은 한낱 헛소리에 불과하다.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현장일수록 저비용 외주화 경향이 커진다. 발주업체도 돈을 덜 들이려고 외주화를 하고, 외주업체도 돈을 덜 들이려고 무리수를 두거나 일을 대충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이 유혹을 끊어내는 것은 현재 구조 하에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잠깐 생각해 보면 안전비용은 낭비 같다. 이를 본사에서 하는 건 아무래도 버거워 보인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났으니 쓸데없는 돈을 들인 것 같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안전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고가 나고, 이를 해결하는 데에 더 큰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외주 업체 하나 잘랐다고 돈이 덜 든 것도 아니다. 

한전이 관련 예산을 늘렸다는 소식은 천만 다행이다. 하지만 더 할 것이 없을까. ‘고위험 작업의 유자격 전문직화 및 임금 인상’과 ‘책임 소재가 명확한 제도’를 합치면 무엇이 될까. 

전력 산업은 일반적인 영리목적의 사업과 달리 볼 여지가 있다. 위험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안전 확보를 위해 기기와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중요한 건 사람이다. 안전 관련 인력은 뗐다 붙였다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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