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1억원 들인 지열발전소, 앞으로 어쩌나
391억원 들인 지열발전소, 앞으로 어쩌나
  • 조성구 기자
  • 승인 2019.03.2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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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중단돼 관련 사업 위축 위기
이산화탄소 저장 연구도 동시 중단
일각선 “원인 증거 불충분” 의견도

[한국에너지신문] 지난 20일 포항 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소’에 의한 촉발 지진이라는 결론이 나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포항 지열발전소 사업을 영구적으로 중단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지열발전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업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생에너지 선진국들은 이미 지열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실증단계에서부터 앞으로의 개발 일정이 막혀버린 까닭이다.

지난 2012년 9월 시작된 포항지열발전프로젝트는 산자부(옛 지식경제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지열발전을 이용한 재생에너지사업연구개발로 진행했다.

2016년 6월, 1차 설비가 완공돼 시험발전을 시작한 포항지열발전소는 2017년 12월 약 5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6.2㎿ 규모의 전력을 상업 생산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발생한 규모 5.4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며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지열발전은 땅속의 열기를 이용해 열에너지와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지하에 두 개의 구멍을 뚫고 한쪽으로 물을 주입해 땅속의 지열로 물을 데워 다른 구멍으로 끌어올린다. 이때 발생하는 고온의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한다. 화석에너지 발전방식과 달리 오염물질이 없어 청정에너지로 주목되고 있다.

태양열이나 풍력발전과도 다르게 시설만 마련되면 24시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세계에서 지열발전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의 지열발전 규모는 3450㎿ 수준으로 약 25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

지난 1891년 아이다호 지역난방 회사에서 시작된 미국의 지열발전은 1924년 캘리포니아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돼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동안 약 1%씩 성장했다. 미국은 오는 2040년까지 지열발전 설비용량을 4만㎿까지 늘려서 3200만 이상의 가구에 전기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본도 지난 2007년 기준으로 지열발전 설비 용량 53만㎾를 달성했다. 전체 일본의 지열자원 양은 약 2350만㎾로 추산된다. 전 세계적으로도 화산 1개 소당 20만㎾의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돼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는 국가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이다.

이번 지진 원인 규명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진행 중이던 지열발전소 사업이 중단되면서 앞으로 지열발전소에 대한 기술개발도 불투명할 전망이다. 더불어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사업에 사용된 총 391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도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번 정부조사단의 발표를 두고 일각에서는 원인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포항 지진이 해외 지열발전소에서 발생했던 지진들보다 규모가 훨씬 컸던 명확한 이유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

또 물 주입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동일본 대지진과 경주지진으로 축적된 응력(물질을 변형하는 힘)이 단층을 움직여 지진을 발생시켰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더불어 포항 지진으로 지반에 시추공을 뚫어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연구도 진행이 중단됐다. ‘이산화탄소 지중저장 사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핵심기술로 포항에서 진행 중이었으나, 포항 지진 논란 이후 앞으로 진행이 불투명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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