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 구조 문제점은 보완해야 하지 않나
전력산업 구조 문제점은 보완해야 하지 않나
  • 남부섭
  • 승인 2019.02.0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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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1999년 고 김대중 대통령 시절 당시 한국전력을 한전과 6개 발전사로 나뉘어 놓은 뒤 지금까지 추가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지속되고 있다.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국영기업을 팔아 국가의 부채를 갚기 위해 실시했던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하면서 공기업 매각의 필요성이 사라졌다. 전경련을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정부에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지속해서 추진해 줄 것을 요청하는 보고서 등을 제출했지만 한 번도 공론화하지 못했다.

공기업의 민영화가 국가적으로 득이냐 실이냐 하는 의문이 근본적으로 제기되었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였기 때문에 아무나 들고나오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그러나 현재 전력산업 구조는 여러 가지로 기형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어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한전은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는 산하 투자기관이 100여 개 정도 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자가 발전 6개 자회사다. 하지만 한전은 자회사의 경영이나 사업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 구조적으로는 자회사이지만 자회사는 한전과 똑같이 정부의 관리감독하에 놓여 있다. 자회사의 사장이나 임직원을 선임할 권한도 사실상 없다.

그러나 한전은 자회사의 경영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아무런 감독 권한이 없으면서 책임은 져야 하는 것이 현행 구조다. 지난해 북한 석탄 반입이 유엔의 제재 위반으로 비화되자 한전은 산자부를 통해서 정보를 입수했다. 자회사가 한전에 보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전의 주가는 출렁거렸다. 발전사는 한전의 자회사였기 때문이다. 외국의 투자 기업이나 관련 기관들은 발전사들이 문제가 있으면 제일 먼저 한전을 찾는다. 자회사의 영향이 한전에 미치는 것은 물론이다.

북한산 석탄 반입 사건이 정치적으로 해결되었는지 아직까지 문제되는 내용이 나오지 않아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이 문제가 되면 한전은 국제적으로 제재 대상 기업이 되어 사업 등에서 많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자회사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구조개편 관련법에서 한전이 자회사에 경영 간섭을 하지 못하도록 해 놓았기 때문이다.

한전은 에너지 분야 최대 공기업이다. 그러나 송·변전 업무와 판매사업이 전부다. 한전이 할 수 있는 사업의 범위가 그렇다. 전력이 모자라면 고위 인사들이 한전을 찾아가서 이런저런 모양새를 내지만 실제로 한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급전을 지시하고 거래를 하는 곳은 전력거래소다. 한전은 하는 일을 따지면 사실상 별 볼 일 없는 기업이다.

국내에서 본업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해외에 나가서도 할 수 있는 사업이 별로 없다. 가끔 한전이 해외사업을 수주했다는 기사가 있기는 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모두 자회사가 맡아서 하고 한전은 어쩌다 하나 줍는 정도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사업실적이 없어 수주 자격 미달이기 때문이다.

한전이 하는 일을 자회사가 하면 되지 않느냐 할지 모르지만, 한전과 자회사는 금융 조달이나 비용 면에서 한전이 월등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실력이 우수한 선수는 묶어 놓고 좀 못한 선수를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체육계에만 있는 비리가 아니라 에너지 산업계는 더 큰 모순을 안고 있다.

아류의 선수들이 나가서 최선을 다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실력이 똑같은 선수들이다 보니 때로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몇 해 전 해외 석탄 판매 사업자가 자회사 한 곳에 석탄을 판매하고 그다음 다른 자회사에 정보를 흘리면서 톤당 5달러 정도 싼 가격에 팔았다.

일본의 경우 자원 대부분을 상사들이 취급하면서 단체행동으로 싸게 구매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는 덩치가 작은데도 각개 전투로 비싸게 구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구매자로서 대우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발전사들이 협력하기보다 안팎에서 경쟁만 일삼아 손해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자사의 인력이 모자라거나 남으면 서로가 협력하지 않고 충원을 하거나 다른 업무에 배치해 경영효율을 떨어뜨리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해외사업을 하면서도 한전과 자회사는 협력 채널이 없다. 어느 동남아 국가에서 댐이 무너진 일은 이런 비정상적인 전력산업 구조 때문이다.

한전은 안팎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자 전임 사장 시절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국회에 법 개정을 요청했으나 3년이 넘도록 국회가 답을 주지 않고 있다.

현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는 현재의 여당이, 정권이 바뀌자 현재의 야당이 정치적 입지에 따라 반대하기 때문이다. 민간이 하기 어려운 대규모 사업만 하겠다고 하는데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실상 한전의 재생에너지 참여를 반대하는 핵심 세력이 자회사라니 부자지간의 쟁탈전이다.

외국의 경우 공기업의 민영화는 대부분 성공적이었고, 이것이 시대의 흐름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어정쩡한 전력산업 구조의 사회적 폐단과 손실은 적지 않다. 

현실에서 전력산업 구조를 개편하자고 하면 들어 줄 사람도 없다.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문제가 있다면 보완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 적폐라는 미명하에 사람을 처벌하는데 진정한 적폐 청산은 사회 구석구석 비정상적인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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