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2019년 유가 전망 / 미 WSJ·플래츠 “올해 유가 최대 76달러”
[신년 기획] 2019년 유가 전망 / 미 WSJ·플래츠 “올해 유가 최대 76달러”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9.01.0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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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잇조각’ 감산합의서…복잡해진 ‘수싸움’

[한국에너지신문] 2019년 국제 원유 가격을 주도하는 세력은 누구인가. 아주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은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는 이유는 시장의 양상이 의외로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산유국의 감산 합의는 표면상 이뤄졌다.

지난달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동에서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회원 주요 산유국은 1월부터 6개월간 하루 평균 12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카타르 탈퇴하며 OPEC 영향력 줄고
미·러시아 입김 세지며 예측 어려워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곳의 투자은행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진행한 조사에서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의 올해 전망치는 연평균 배럴당 76.98달러 선으로 예측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말의 전망치 77.58달러에서 하락한 수치다. 같은 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플랫츠가 11곳의 글로벌 투자은행과 원유 중개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브렌트유는 연평균 배럴당 75.50달러로 전망됐다. 

이러한 전망은 앞서 제시한 산유국 간의 감산 합의 때문이다. OPEC 회원국은 올해부터 일일 평균 생산량을 80만 배럴 줄인다.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은 하루 평균 40만 배럴을 감산한다. 시장은 그동안 최소 100만 배럴 감산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수치를 뛰어넘은 것이다.

시장 수급이 줄어들어 배럴당 브렌트유 가격이 70달러 선을 웃돌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의 국제유가가 지나치게 내려가 있어 언젠가는 반등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대로 이란에 대한 석유 제재 유예조치가 기한을 넘겨 제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는 한 하향 안정화는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 공급 과잉 바라지 않는 OPEC…세계 경기 하향해 수요도 ↓

물론 OPEC은 올해 석유 공급과잉을 반기지 않는다. 브렌트유 가격 방어선을 70달러 선으로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세계경기 둔화가 아무리 이어지더라도 개발도상국의 석유 소비량이 많아지고 있어, 재고가 늘어도 전반적으로는 5년 평균치에 수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원유 재고는 수요에 비하면 과하지 않은 수준이어서 유가가 더 이상 급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편 국제 무역분쟁으로 세계 경기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석유 수요가 더 떨어지고, 이는 유가를 더 떨어지게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기관들은 2019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금리 인상과 감세효과 축소로 현재 3.5%의 성장률이 올해 연말 1.75%로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의 석유 증산을 근거로 2019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전월 전망 대비 배럴당 10.66달러 감소한 54.19달러, 브렌트유가 배럴당 10.92달러 하락한 61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안정화된 유가…산유국 희망대로 당분간 상승

지난해 하반기 유가 흐름은 급격하게 변했다. WTI 기준으로 상반기 배럴당 60~70달러대를 유지했다가 10월 초 WTI 76.51달러, 브렌트 86.29달러로 2014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연말연시를 전후로 100달러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약 한 달여 만에 배럴당 26달러 이상 급락했다.

물론 급락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다. 글로벌 경기 위축을 야기했던 미중 무역분쟁이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90일간 유예기간을 갖고, OPEC 정기 회의를 통해 러시아를 비롯한 비회원국이 올해 1~6월 하루 평균 120만 배럴 규모의 감산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유가는 차츰 반등하고 있다.

최근 이란과 베네수엘라, 리비아 등의 원유 생산 차질은 조금 더 상승할 여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우려할 만한 급등 수준은 아니다.

최근에는 세계 경기 불황 전망이 과도한 우려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전 세계 일일 석유 수요가 2018년 130만 배럴, 2019년 140만 배럴로 견고할 것이고 미국 외 지역에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근거가 희박하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국제 석유 재고와 잉여 생산력은 여전히 낮은 만큼 유가를 떠받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 상승 보합은 OPEC의 희망?…이해관계 엇갈리는 국가 간 ‘유연한 합의’

그런데 이는 OPEC이라는 ‘조직’의 희망이고, 회원국 각자는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식으로 감산 합의는 얼마든지 깨질 수 있는 ‘유연한 합의’일 수도 있다. 더구나 OPEC은 회원국 사이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실질적으로 이 기구를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의 동맹을 강조하면서 국제유가를 중장기적으로 높이는 결정을 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시각이 있다.

미국이 셰일유에 기대면서 원유 순수출국의 지위에 오른 만큼, 세계 경제를 주도해 왔던 그 힘으로 원유 시장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희망대로라면 감산을 하더라도 규모를 작게, 규모를 늘리더라도 기간을 짧게, 기간이 길어진다면 회원국 각자가 그 합의를 쉽게 뒤집을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 미국이 유가에 신경 쓰는 건 트럼프 재선 때문?

그렇다면 미국이 유가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때문은 아닐까. 그러한 의심의 근거는 분명하다. 유가를 하향 안정화시키면 물가가 급격히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속도도 늦춰진다. 금리 인상 압박이 약해지면 2020년 대선 이전에 미국 경기가 둔화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원유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 감산량을 조절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진다. 연일 시끄러웠던 카슈끄지 사건이 적어도 미국에서만큼은 조용하게 무마되고 있다는 점도 이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 감산량 조절 제안은 쉽게 말해 미국이 사우디와 OPEC에 ‘유가는 적어도 2019년 안에는 올려선 안 된다’는 메시지다.

삼성증권도 “최근 국제유가 흐름은 석유 시장의 펀더멘털보다 정치적 요인에 연동된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언론인 암살 사건을 무마해주는 반대급부로 유가의 하향 안정을 위해 공급조정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제안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더 큰 이유는 미국이 일일 원유 수출량 300만 배럴을 넘기면서 국제 원유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부가 지난달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원유와 정제된 석유 상품을 모두 합쳐 지난해 11월 26일부터 30일까지 미국이 기록한 주간 단위 순수출량은 하루 21만 1000배럴로 집계됐다.

미국 에너지부가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3년 이후 석유 수출량이 수입량을 웃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간 기준으로는 1991년부터 순수입국이었다.

■ 감산 결정 최우선 고려대상은 미국?…WTI 60달러가 ‘적정선’

미국이 순수출국이 되면서, OPEC은 감산 결정을 할 때 미국을 고려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제껏 가장 많은 양의 석유를 사 줬던 미국이 이제는 가장 많은 양의 석유를 파는 나라로 바뀐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사우디를 위시한 OPEC에 모두 무리가 되지 않는 유가는 어느 정도일까. 시장에서는 WTI 원유 기준으로 배럴당 60달러 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가 이 정도로 유지되면 미국의 물가가 오르는 것도 막을 수 있고, 사우디의 수출량을 줄여 국가재정이 파탄 나는 상황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60달러 선은 지난해 기준으로 폭락 시작 직전의, 또한 반등을 준비하는 균형점 근처다.

적어도 올해 최고점인 80달러 선까지 오르는 것은 다소 무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원유 시장의 여건을 기준으로 올해 북해 브렌트유는 연평균 배럴당 75달러 선, 서부텍사스원유(WTI)는 60달러 수준까지는 오를 것으로 보인다.

■ 카타르 탈퇴와 베네수엘라 의장 선출, OPEC의 운명은

올해의 국제 유가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는 OPEC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산유국인 카타르는 이달 부로 회원에서 탈퇴했다.

주요 외신들은 비회원국인 러시아가 입김이 세지고, 중심국가인 사우디와 미국의 공조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가격 협상 창구의 기능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자조 섞인 관측이 중소 회원국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의 유가 폭락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한편, OPEC의 지난달 회의에서 베네수엘라가 신임 의장국으로 선출됐다. 마누엘 케베도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군 장성 출신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베도가 회장으로 있는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를 경제적으로 옥죄고 있어 미국의 정책에 OPEC이 동조할 가능성은 적어도 올해는 없어 보인다. 마두로 대통령도 OPEC을 베네수엘라의 국제적 입지를 반등시키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하고 있어, OPEC이 미국과 각을 세운다면 유가가 다소 오를 가능성은 있다.

올해 유가는 전체적으로 공급이 위축되는 만큼 현재 가격보다는 다소 반등하지만 급등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급균형보다는 미국-사우디 동맹, OPEC의 향후 정책 결정 방향 등 국제정치 불확실성이 유가에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조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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