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구환 크로커스 에너지 대표
[인터뷰] 김구환 크로커스 에너지 대표
  • 오철 기자
  • 승인 2018.10.29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로벌 기업 목표 실리콘밸리서 도전…‘AI 기반 효율화 솔루션’으로 꽃 피울 것”

[한국에너지신문] 크로커스 에너지를 이끄는 김구환 대표는 ‘도전 DNA’를 갖고 있다. 사물인터넷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위즈네트(Wiznet)의 창업멤버로 수년간 전 세계를 누벼 온 김 대표는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산업제어 통신칩을 연간 200만 개 이상 판매했다. 전 세계 500여 개사가 그의 고객이었다. 그렇게 쌓인 세계 시장에 대한 혜안으로 그리드위즈를 창업했다.

2016년 말 김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다음 아이템’을 위한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미국에 인공지능(AI) 기반 에너지 효율화 전문기업 ‘크로커스 에너지(CROCUS ENERGY)’를 설립한 것이다. 국내에서 수요관리, 태양광, 전기차 등 사업분야가 자리를 잡던 시점이었다.

올해도 김 대표는 쉼 없이 달려왔다. 탕정 코닝(CORNING) 제1공장 적용 효율화 인증, 2공장 시범운영, 세계적 변압기 전문회사 독일 MR사와 양해각서 체결, 미국 마케팅 전문 ‘Champion Technologies’사와 파트너십, 한국과 미국에서 LOI 체결 6건 등 1년 동안 바쁘게 달려온 그리드위즈 대표이자 크로커스 에너지 대표인 김구환 대표이사를 지난 10월 8일 그리드위즈 본사에서 만났다.

크로커스는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봄이 오기 전 가장 먼저 피는 꽃입니다. 
봄을 맞이하는 꽃으로도 볼 수 있죠. 
크로커스 에너지도 겨울 같은 한국 전력시장에서 꽃을 피우고 
에너지 시장 개방을 준비하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 크로커스 에너지는 어떤 기업인가.

실리콘밸리에 본사, 한국에 지사를 둔 AI 기반의 산업용 IoT 솔루션 스타트업이다. 스마트그리드와 머신러닝 전문가들 8명이 모여 기업 전력의 효율적 사용에 대해 고민했고 전력데이터를 수집해 AI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최적화된 전력운영 모델을 도출할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추가 장비 없이 최대 4%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다. 화학공장의 경우 대규모 공장은 연간 최대 4000억을 전기요금으로 쓴다. 4000억의 4%면 160억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AI 활용 전력 데이터 분석’에 대해 설명해 달라.

센서를 통해 2만여 개 데이터 포인트에서 나오는 에너지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를 머신러닝(AI) 알고리즘이 분석하고 결과를 도출한다. 센서 데이터를 통해 사용하지 않는 전력을 줄이는 기존 수준의 기술이 아니다. 10초, 10분 뒤에 에너지 사용량이 얼마나 될지를 예측하고 대비해 공급을 자동 조절하는 것이다.

현재는 소비는 일정하지 않고, 공급은 최대치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전력이 낭비된다. 크로커스의 ‘파워세이버’ 솔루션은 10분 뒤에 사용량을 예측하고 적절하게 공급량을 조절해 에너지를 절약한다. 이 기술은 사용량이 공급량을 넘어서는 위험도 예측해 조정할 수 있기에 경제성뿐 아니라 안정성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

- 미국 실리콘밸리를 택한 이유는.

우리 목표는 글로벌 시장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하면 미국의 국가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에너지 시장에서 글로벌 회사로 자리 잡기 위한 포석이다.

공동창업자가 개발한 알고리즘과 이에 대한 국제특허가 미국에서 개발된 기술이다. 동료 대부분도 미국인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법인을 세웠다. 물론 한국 에너지 효율 분야는 아직도 잠재력이 높다. 국내 해외 상관없이 모두 타깃으로 삼고 일할 생각이다.

크로커스 에너지의 Power Saver 구동 프로세스

- 사업 현황이 궁금하다.

지난해 탕정 코닝 1공장은 본격 운영 단계로 넘어갔다. 이때 국제인증기관인 TUV 라인란드 코리아에서 효율화 인증을 확인해줬다. 코닝 2공장에도 이미 설치가 끝나 시범운영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는 인증 실적으로 시장을 두드리는 중이다. 사업성은 밝은 편이다.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해 8월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같은 시기 프랑스 파리에서 독일 MR(Maschinenfabrik Reinhausen)그룹과 에너지 효율화 솔루션 개발과 공급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MR은 세계 변압기 시장의 50%를 점유한 거대 기업이다. 이 회사의 변압기가 들어간 기업에 우리 회사 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게 됐고, 잠재고객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 단기 중점 과제는.

미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에서 코닝의 실적을 알아보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근래에 체결한 의향서(LOI)만 3건이 넘는다. 지난달에는 본격적인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영업 전문회사 ‘Champion Technologies’와 채널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미국 내 고객이 많아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다. 내년 상반기 4곳 계약을 목표로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외국계 벤처캐피털 2곳이 검토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2곳에서 투자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 힘들었던 점은? 실리콘밸리와 우리의 환경은 많이 다른가.

미국과 한국은 시장 환경이 다르다. 미국은 민간전력회사들이 많다. 투자유치도 이 회사들과 미국식으로 경쟁해야 한다. 요구하는 조건도 한국과 다르다. 초기 기업은 이를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다. 업무 분위기도 한국과 다르다.

한국은 술 한잔하면서 ‘으싸으쌰’ 할 수 있다. 미국은 비전과 목표를 정확히 제시해 줘야 한다. 미국 직원들은 수평 관계에서 의견을 가감 없이 전달해 주는데, 이는 회사 발전에 이롭다.

- 앞으로의 목표는.

제품 라인업을 늘릴 것이다. 현재는 고급형 솔루션을 공급한다. 기능은 좋지만, 범용이 아니어서 시장을 확장하기가 어렵다. 핵심기술을 압축해 어느 현장에서건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곧 출시할 것이다.

모듈형식으로 기본이 되는 성능을 기반으로 두고, 필요한 성능을 추가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고객사가 수십 수백개씩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 있는 모든 공장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싶다.

- 예비 창업자를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

수많은 벤처기업이 시장에서 실패한다. 유행하는 사업에 갑자기 뛰어들기 때문이다. 눈앞의 이익만 좇아가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먼저 따져봐야 한다. 자기가 ‘아주 잘하는 분야’로 도전하되 진정성 있게 ‘제대로’ 한다면 분명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