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한전의 연속 영업적자 논란
[전문가 칼럼] 한전의 연속 영업적자 논란
  • 정환삼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18.09.0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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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삼 책임연구원
정환삼 책임연구원

[한국에너지신문] 지난달 13일 한국전력의 2018년도 상반기 영업적자가 8147억 원으로 공시되었다. 한전은 지난해 4분기 1294억원과 금년 1분기 1276억원의 적자에 이어 2분기에는 6871억원으로 적자가 더욱 늘었다.

세 분기 연속 적자는 그간 우량한 재무구조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어 온 한전에서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실적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것은 금년 여름 40일에 임박하는 폭염 기간 동안 누진제 요금 폭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풍기·에어컨을 끌 수 없었던 소비자들은 자신의 과소비로 전력 요금 인상의 빌미를 제공한 것 같아 마음의 부담이 컸을 것이다.

한전의 연속 영업적자의 원인에 대한 논란은 이후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까지 이어졌다.

논란 쌍방의 논거를 보면, 우선 야당과 일부 언론은 화석연료 가격이 상승한 와중에 발전원가가 가장 싼 원자력발전소의 가동률이 80% 수준에서 60% 밑으로 떨어졌고, 이 때문에 원전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의 비중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정부의 과도한 ‘탈원전 에너지 정책’이 초래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원전의 가동 정지는 탈원전과 무관하게 안전점검과 그 시정 조치 이행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이에 더해 회계상 신규 설비 확대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와 지난 6개월 사이 석유, 유연탄, LNG 가격이 각각 22%, 12%, 7% 상승해 한전의 적자를 키웠다고 반박했다.

더불어 올 하반기에 원전의 가동률이 75% 이상으로 회복되면, 영업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한전의 연속 적자 원인에 대한 양측의 주장과 반박은 나름대로 근거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한전이 발전회사들로부터 사들인 전력구입비는 정작 그다지 늘지 않았다.

킬로와트시(㎾h) 당 전력구입비는 금년 1분기의 92.2원을 제외하곤 다른 두 분기는 2016년 이래 10분기 동안의 평균인 78.5원 수준이었다.

따라서 회계처리 방식이 초래한 실적이거나 혹은 전기요금을 어찌해 보려는 저의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 2008년도에는 2조8000억의 영업적자 이후 산업용 전력 요금을 두 차례 인상한 바 있다. 

이에 비해, 정부 측에서 반론하는 연료비 상승의 효과는 한전의 적자로 즉각 나타나기 어렵다.  연료는 장기계약으로 조달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현물시장의 조달 비중이 크다 해도, 이 수준 이상의 유가 인상에도 한전은 흑자를 유지한 적이 많다(리비아 내전으로 유가가 120달러/배럴에 임박했던 2011년 세 분기 연속 영업적자 기록은 제외). 또한, 원전 시설 보수가 시차를 둘 수 없을 만큼 시급했던가 하는 데 대한 설명도 부족했다.

이번 한전의 세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두고 벌어진 논란에는 ‘탈핵의 부작용’이라는 주장과 ‘원전의 가치 인정’이라는 반론이 담겨 있다. 주장과 반론에 공히 원자력발전이 핵심 소재가 되고 있다. 

이참에 정부도 이상적인 환경복지를 추구하느라 정작 코앞에 닥친 에너지·민생복지를 못 보는 우를 범하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에너지 관련 전력계획, 기후변화 적응, 대기 환경대책 등을 재점검해야 한다.

지난겨울의 혹한과 올여름의 폭염을 겪으면서, 우리는 전문가 예측보다 훨씬 빨리 다가와 있는 기후변화의 위력을 체험할 수 있었다.

앞으로 더 과격해질 폭염과 혹한, 그리고 홍수와 가뭄은 머지않아 우리의 일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마음 한구석엔 특이 기상이기를 바라지만, 다가온 위기를 대비 없이 당하면 어떤 재앙을 초래할지 알기에 정부는 이번의 논란들을 장기추세로 간주하고 준비해야 한다. 

아무튼 한전의 연속 영업적자를 두고 벌어진 주장과 반론 양측 주장 모두 결국 폭염에 지치고 혹한을 두려워하는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담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탈원전 부작용 주장 측은 ‘에너지 평등성(energy equity)’에 반론 측은 ‘안전한 에너지(safe energy)’에 가치를 더 두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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