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길
논단/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길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0.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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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국민은 에너지를 얼마나 절약하면서 사용하고 있을까.
 보편적으로 에너지소비 증가율을 얘기할 때 경제성장률과 비교해서 말한다.
 우리는 과거 10년 이상 에너지소비 증가율이 경제 성장률을 앞서왔다.
 즉, 경제가 성장하면 에너지소비는 증가되게 마련이지만 에너지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앞섰다는 것은 에너지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에너지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앞서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에너지에 대한 불감증이 가장 큰 요인이 아닌가 싶다.
 지난달 에너지관리공단 모지부 지사장은 관내 1백여명의 공무원을 모아놓고 2시간에 걸쳐 에너지절약강의를 실시했다.
 정년을 몇 년 남기지 않고 있는 이 지사장은 에너지절약 교육 차원에서 냉방도 변변치 않은 장소에서 한여름에 2시간의 강의를 힘들게 진행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서도 강의를 끝내고 약 10분간 질의를 받았다. 한 사람이 손을 들고 일어섰다.
 “에너지절약 참 좋습니다. 당연히 해야지요. 그런데 저희 같은 하위직 공직자들이야 어려운 생활고를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한 푼을 아껴야 하는 처지에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등 모든 것을 절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위로 올라가 보세요. 말 한마디에 몇 백, 몇 천만원이 왔다갔다 하는데 한달에 아껴봐야 몇 천원밖에 안되는 에너지를 절약하겠다는 생각이 있겠습니까. 또한 이러한 것들을 일상적으로 보는 우리도 몇 천원을 아끼기 위해 과연 연연할 수 있겠습니까.”
 피로에 지친 공단의 이 지사장은 할 말을 잃고 기지맥진했다.
 2시간의 지루하지 않은 강의를 위해 갖가지 자료를 몇 일 동안 준비했지만 결국 자신의 강의는 허공에 메아리쳤다는 사실을 직감해야 했다.
 화려한 쇼윈도우 2평도 안되는 진열장에는 형광등이 무려 10개 이상 켜져있다.
양쪽에 2개만 켜 놓아도 충분한 것 같은데 말이다.
 왜 이렇게 많은 형광등을 설치합니까.
 주인의 대답은 간단하다.
 “화려하게 해놓고 한 달에 물건 하나만 더 팔면 에너지비용을 제하고 남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다소 다를지라도 근본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데 에너지절약의 문제가 있다.
 결국 경제 성장률보다 에너지소비 증가율이 높은 것은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다.
 과다한 에너지소비 증가, 과도한 낭비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일까.
 한 달에 몇 천원의 비용이라도 아끼게 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일까.
 최근 모 일간지에서는 차량공회전 10분만 줄이면 1년에 7천여억원을 우리 국민이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과연 이러한 논리로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세계 어느 국가를 돌아다녀 보아도 우리 국민처럼 에너지를 함부로 비용개념없이 쓰는 국민은 없다. 인구밀도가 높기는 하지만 국토 단위 면적당 우리는 세계 최고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이유야 어쨌든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서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문제는 우리국민의 생활태도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선조들은 검소함이 몸에 베어 있었지만 오늘날 우리국민의 생활태도에는 근면하고 검소하고 절약한다는 생활 습관이 사라진지 이미 오랜인 것 같다.
 아무리 그 가정이 부자라도 과거에는 근면 검소했다. 지금의 부자는 어떠한가. 돈을 물쓰듯 펑펑 써야 부자행세를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어느 가정에서 딸을 독일에 유학을 보냈다. 2년간 독일유학을 다녀온 그 딸은 청바지 2벌이 전부였다.
 부모들이 아무리 옷을 사준다고 해도 거절했다. 더 나아가 그 딸은 부모의 소비행태를 오히려 나무라기까지 했다.
 독일 국민 사회의 검소한 생활습관을 제대로 배워온 것이다.
 이 부모는 딸의 검소한 생활습관에 감명을 받아 이웃·동료들에게 독일에 유학을 보낼 것을 권고하고 다닌다.
 대학에 진학만 하면 백화점에 데려가서 몇 벌씩의 옷을 사주는 우리와는 거리가 멀다.
 독일은 미국, 일본과 함께 세계 3대 부자의 나라다.
 처음 독일을 방문하는 사람은 깜깜한 호텔로비에서 전등 스위치를 찾기 위해 애를 먹는다.
 부자는 검소함에서 오는 것이고 가난은 사치함에서 오는 것이다.
 우리는 돈을 버는데 남보다 나을지 몰라도 검소함에 있어서는 꼴찌나 다름없다.
 검소하지 못한 것은 아무리 노력해서 부를 쌓는다 해도 그것은 모래성일 뿐이다.
 에너지절약, 그것은 별도의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검소한 생활을 하는 국민의 기풍이 잡히면 에너지를 마음놓고 쓰라고 해도 쓰지 않을 것이다.
 검소한 생활기풍은 사라지고 오직 돈만 버는데 정신이 팔린다면 우리는 부도 쌓지 못하고 에너지도 절약하지 못한다.
 산업자원부,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에너지절약운동을 펼치기에 앞서 문화부, 보건복지부, 정신문화연구소 등에서 국민들의 검소한 생활습관이 다시 자리잡도록 하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윤석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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