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부채감축, 문제는 정부다
공기업 부채감축, 문제는 정부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4.02.2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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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기업의 부채감축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모두 예상됐던 일이다. 부채감축을 위해 자산매각이 필요하다면 매각 대상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고 수없이 조언했지만 소귀에 경읽기다.

뿐만 아니다. 공기업 자산매각의 결과가 대기업 특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는 이에게는 조직이기주의자나 비정상의 정상화를 방해하는 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알짜 자산매각으로 인해 공기업의 성장잠재력이 잠식될 수 있다는 합리적 우려는 경영효율성 제고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무시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공기업들의 자산을 인수할 수 있는 자본력을 지닌 주체는 대기업 밖에 없다. 신용위기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신수종 사업을 찾지 못해 수조원의 현금을 잠재우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인수대상이다. 지분 등 부동산을 제외한 자산을 해외자본에 넘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상황이 이토록 엄중하건만 공기업 부실화의 원죄로 꼽히는 낙하산 인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여당의 최고위원이 공식석상에서 경제부총리에게 지구당 위원장들을 챙겨달라고 당당히 요구할 정도다.

관련 부처 고위관료의 언행도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 각종 매체에 등장해 부채감축 계획은 공기업이 자발적으로 만든 것으로 정부가 강제한 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발언은 본말이 전도된 궤변일 뿐이다. 실제 주요 에너지 공기업들이 제출한 부채감축안들 중 한번에 통과된 것은 단 한건도 없었다. 퇴짜를 맞았으니 애초의 계획보다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 일부 발전회사의 발전소 지분매각 계획을 두고 허가권 프리미엄 논란이 일고 있는 것 역시 빨리 부채감축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초조함에서 비롯된 폐해로 볼 수밖에 없다. 하나를 팔더라도 더 비싸게 팔아야 부채감축 목표를 조기달성하기 때문이다. 빚을 갚기 위해 미래성장동력까지 팔아치워야 한다면 공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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