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구조개편 용역보고서가 미칠 영향 분석
전력산업구조개편 용역보고서가 미칠 영향 분석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3.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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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편 수정 논란 불 지필 듯
“기존 방식 한국 상황과 맞지 않아” PJM 체제 권유
보고서 내용 해석 따라 근본변화 등 논의수준 결정될 듯


전력산업구조개편과 관련 산자부가 한전을 통해 의뢰한 미국 델라웨어대학 에너지환경정책연구소 용역 결과가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 용역결과가 향후 전력산업구조개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에서 안영근 의원은 산자부가 현재 추진 중인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대한 부정적 내용에 대해 용역결과의 수정을 요구했다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안의원에 따르면 용역 보고서에서 ‘영국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구조개편에 대한 부정적 결과가 나타났다’라는 문구를 ‘세계적으로 구조개편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로 수정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또 배전분할과 관련해 ‘지역 배전회사들이 시장의 변동이나 시장조작의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민영화는 불가피하며 한전의 부문별 분할 없이는 어떠한 형태의 경쟁도 무의미하다’고 수정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산자부가 현 구조개편의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구조개편의 당위성을 억지로 만들기 위해 보고서 내용을 바꾸려 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산자부가 용역 보고서 내용을 바꿨느냐 아니냐 보다 과연 용역 결과가 현재 추진 중인 구조개편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고 이같은 지적이 현실적인 설득력을 갖는 다고 판단될 경우 향후 구조개편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현시점이 구조개편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논의되는 상황이라는 점에 비춰봤을 때 이 용역결과가 가져올 결과는 예측을 불허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물론 당초 용역내용에서 제기한 문제점들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적어도 구조개편 재검토 논란을 불러오기에는 충분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용역보고서가 제시한 것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현재 추진 중인 구조개편보다는 다른 식의 구조개편이 한국 상황에 더욱 적합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발전과 배전·판매부문을 분할하고 시장을 통해 경쟁을 하는 캘리포니아식 모델보다는 발전과 배전의 통합운영 및 전력시장 운영체제의 수평적 통합모델인 미국 동부의 전력산업구조개편 방식인 이른바 ‘PJM 체제’가 한국 상황에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고서는 이같은 주장의 논거로 캘리포니아 전력공급 위기를 들면서 “캘리포니아 전력위기는 지나친 환경규제로 말미암은 발전소 건설 차질과 소매부문에 대한 가격통제가 빚은 규제정책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그 보다는 도매수요의 비탄력성, 발전사업자들의 시장조작, 민간 전력사업자들의 영향력 등 전력산업구조개편으로 인한 시장구조 자체에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배전분할과 관련해서도 지역배전회사들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변동이나 시장조작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이같은 보고서 내용은 전력산업구조개편 자체를 부정한다기보다는 구조개편의 수정을 권고하는 것으로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도 배전분할과 관련 과연 배전분할이 이뤄져야만 양방향입찰이 가능한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이와 관련해 기존의 구조개편과 다른 모양의 구조개편도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보고서가 제기한 문제들이 어떤 식으로 해석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 보고서가 제기한 문제들은 구조개편 논의 초기에 얘기됐던 것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구조개편 방식 가운데 어떤 방식의 구조개편이 우리 실정에 맞고 구조개편 자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그 같은 얘기도 나왔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소위 ‘시장경쟁을 통한 전력산업의 효율 향상’을 구조개편의 大원칙으로 삼았고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식이 영국의 구조개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봤을 때 과연 정부가 용역보고서에서 지적한 문제들에 대해 동의를 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사실 정부 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구조개편 방향에 대한 시각은 다르다.
이같은 전후상황은 보고서의 내용이 구조개편 방향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하는 부분이다.
정부가 과연 이 보고서의 중요성을 얼마큼 인정하고 이를 반영할지는 현 상황에서 예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형성되고 있는 구조개편에 대한 재검토 분위기를 감안할 경우 이 보고서가 구조개편의 전반적인 수정을 가져올 수는 없을지라도 이를 계기로 구조개편의 재논의에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은 확실해 보인다.


<변국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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