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풍력발전기 화인 ‘낡은 유압시스템’
제주 풍력발전기 화인 ‘낡은 유압시스템’
  • 남수정 기자
  • 승인 2011.02.2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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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핵심기술연구센터 조사결과 발표

지난해 10월 제주 행원풍력발전단지에서 발생한 풍력발전기 화재는 노후된 유압시스템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도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두 달 동안 풍력발전기 화재 원인을 조사해온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 산하 풍력핵심기술연구센터(센터장 황병선)는 국내외 전문가 2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사고 사례 조사, 부품 분석, 이론 해석 등을 통해 화재 원인 분석을 시도했다.

센터 조사 결과 사고 당시 '공력 브레이크(Air Break)‘를 움직이는 유압시스템이 노후된 상태였으며, 강풍 때문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멈춰 있던 회전날개가 돌게 됐다. 이때 ‘기계 브레이크’가 회전력을 감당치 못해 브레이크 패드가 마모되면서 금속 간 마찰이 일어났고 불꽃이 일어나 점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통상 풍력발전기 회전날개(블레이드)는 분당 35회 가량 돌아가도록 설계돼 있는데 사고 당시 화면을 분석한 결과 적어도 분당 60회 이상 회전했다는 것이다. 

공력 브레이크는 회전날개 각도를 제어, 속도를 조절하는 주 브레이크로 회전속도를 감소·정지시킬 때 쓰이며, 기계 브레이크는 거의 멈춘 회전날개의 추가 회전과 흔들림을 막는 역할을 하는 보조 브레이크다.

황병선 센터장은 “이번 사고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생한 풍력발전기 화재”라며 “전 세계적으로 지난 20년간 보고된 사고 915건 중 회전날개 파손, 화재, 구조적 파괴 순으로 사고 발생 빈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황 센터장은 이어 “운영된 지 13년 된 행원 풍력발전단지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풍력발전기가 있는 곳으로 유지·보수 면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전문인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25일 제주시 구좌읍 행원풍력발전단지 내 풍력발전기 15기 중 600kW급 2호기의 나셀 부분에서 지난달 25일 오후 3시 14분경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36분 만에 자연진화됐으나 발전기, 증속기 등 나셀 대부분이 타버리는 바람에 제어기능을 상실한 블레이드가 빠르게 계속 돌아갔고, 나중에는 중심을 잃어버린 타워 역시 저녁 9시 35분경에 지상 10m 부분에서 꺾이면서 넘어졌다. 화재가 발생한 직후 소방차 14대가 출동해 사고지점 반경 2㎞ 내 출입을 통제하고 주민 120여명이 긴급 대피시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타워가 인근 육상양식장을 덮치면서 피해를 입혔다.

불이 난 풍력발전기는 세계 최대 풍력기업인 덴마크 베스타스사(Vestas)에서 생산해 1998년 설치된 것으로, 제주에서 설치·운용 중인 51개 풍력발전기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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