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웨스팅하우스 기술 라이센스 침해 분쟁, 장기화 사태로 가나
한수원-웨스팅하우스 기술 라이센스 침해 분쟁, 장기화 사태로 가나
  • 조승범
  • 승인 2023.09.22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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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원, 웨스팅하우스 제기 소송 각하 판결...한수원 손 들어줘
웨스팅하우스 더럼 사장, 항소 입장 밝히며 사태 장기화 예고
SYSTEM80 기술라이센스 침해 여부가 웨스팅하우스가 주장하는 핵심쟁점

[한국에너지] 한국수력원자력과 경쟁사인 웨스팅하우스 사이에 벌어진 기술 라이센스 침해 관련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10월 한수원을 상대로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 법원은 18일(현지시간) 웨스팅하우스의 소송 자격을 문제 삼아 각하 판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이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가 개발한 원전 설계기술을 폴란드에 수출 시도했다며, 한수원을 상대로 미 워싱턴 DC 연방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미 법원은 웨스팅하우스가 원전 기술 수출을 통제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미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민간 기업이라며, 소송 자격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는 “법원은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연방 규정 제810조’를 집행할 수 있는 개인적인 소송 사유가 없기 때문에 청구를 진술하지 못했다고 판결했다”고 적혀 있다.

미 연방 규정 제810조는 미 정부가 원전, 원전 장비 및 재료의 개발, 생산 또는 사용을 위한 기술 이전을 관리하는 규정을 명시하고 있는데, 미 정부가 자국 원전기술 수출에 대해 통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담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810조를 인용하며 한수원이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을 수출하려면 미 정부에 허가를 받고 웨스팅하우스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PR1400 설계기술에 대해 웨스팅하우스가 기술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웨스팅하우스가 소송에서 주장한 주요 쟁점이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웨스팅하우스는 데이비드 더럼 에너지시스템 사장 명의 성명을 연합뉴스에 보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럼 사장은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은 수출통제 집행 권한이 미국 정부에 있다고 판결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번 판결은 한국전력·한수원이 허가 없이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을 한국 밖으로 이전한 것과 관련해 당사가 한전·한수원을 상대로 진행 중인 중재 절차에 아무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웨스팅하우스는 자사의 지식재산을 보호하는 데 전념하고 있으며 중재에서 모든 쟁점에 대해 승리할 것으로 전적으로 예상한다”며 “중재 패널은 최종 결정이 2025년 후반까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간 한수원은 현재 수출을 추진 중인 APR1400은 독자 개발한 모델인 만큼, 미국의 수출통제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해왔다.

웨스팅하우스가 자국 법원에 소송을 내자, 한수원도 대한상사중재원에 ‘APR1400에는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정해달라’는 중재를 신청해 놓기도 했다.

이번 분쟁의 중심에 있는 한국형 원자로 APR1400은 우리나라 주력 모델인 OPR1000을 개량해 개발한 차세대형 원전이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두산중공업 등 한국원자력산업체가 1992년부터 2001년까지 국가선도 기술개발과제(G-7)를 통해 개발했다.

가압경수로형 APR1400은 발전용량 1400MW, 계속운전 갱신기한 60년으로 원전 선진국들이 만든 경수로보다 뛰어난 기술력과 안전성을 자랑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PR1400은 2006년 신고리 3·4호기 원전 건설에 첫 적용됐으며, 이후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 신한울 3·4호기 등 총 8기가 설계되고 있다.

2009년에는 최초로 해외에 수출하면서 UAE 바카라에 있는 BNPP 1~4호기에 적용돼 건설 중이다.

APR1400을 개발한 한수원이 자사의 기술 라이센스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미 정부의 수출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한수원이 포함된 한국원자력산업체가 1996년 한국형 표준원전인 OPR1000을 개발하면서 미국 ABB-CE의 System80 노형을 기준으로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웨스팅하우스는 2000년 ABB-CE를 합병했고 System80 기술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의 주장대로라면 한수원의 APR1400은 웨스팅하우스가 소유권을 지니고 있는 System80 기술 라이센스를 침해하게 된다. APR1400이 OPR1000의 개량형이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두 회사가 얽혀있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내용은 다루지 않았으나, 대신 웨스팅하우스가 항소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다.

이는 한수원의 수출 계획에 장기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상황이니 만큼 한수원의 대응에 이목이 집중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별도의 테이블에서 협상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또 한수원이 어떠한 형태의 협상에서도 웨스팅하우스에 굴복한다면 향후 지나치게 많은 통제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맡겨 놓은 상태인데, 중재 기구 밖에서도 두 회사가 별도의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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