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원이 아니다
[양재천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원이 아니다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8.01.22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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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 ‘진짜 전문가’들과 자원개발을 논하다
▲ 조강희 기자

[한국에너지신문] 11일 열린 광업계 신년인사회. 참석예정자 가운데 국회의원은 오지 않았지만, 업계의 중요한 인사들은 거의 다 참석했다. 다양한 표정으로 서로서로를 맞아들이는 모습에는 반가움이 녹아 있었다. 하지만 최저 영하 13℃였던 그 날의 날씨만큼이나 업계의 현실은 차갑다는 업계 원로의 건배사에 다들 공감하는 눈치였다.

정부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등 지난 정부 시절에 했던 다양한 자원개발 사업과 관련 공기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는 기조로 정책을 세워 나가고 있다. 그래서 업계에는 이 분야에 대한 투자 위축을 걱정하는 목소리와 당시에 대한 반성어린 회고가 오가고 있다.

공식행사가 끝난 뒤 오찬 자리. 식탁을 마주 보고 앉았던 자원 공기업 출신 업계 전문가는 다양한 화제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북한자원도 그의 주제 중 하나였다. “북한자원 개발이라는 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닙니다. 환상을 가지고 추진하면 안 되고, 반대로 손을 놔서도 안 됩니다.”

이어진 설명은 요약하면 이렇다. 북한자원개발에 대한 이상론은 개발만 하면 마치 큰 돈을 벌거나, 자원부국이 될 것이라는 그림이다. 비관론은 북한에 투자하는 것은 결국 아무런 생산성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양 극단이지만 타당성은 있다. 비관론은 북한 관련 사업을 조금 더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게 해 준다. 사업, 자원 그 자체는 분명하게 눈에 보이기 때문에 적든 많든 수익을 낸다.

다만 자원개발은 단순히 삽으로 모래를 떠다 파는 것이 아니다. 자원을 캐내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것은 장비 이외에도, 에너지 관련 시설, 도로, 안전 시설, 환경 시설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더구나 국내의 다양한 광산이 현재 겪고 있는 광산 심부화, 수질 토양 등에 대한 광해 문제 등은 북한에도 예외는 아니라고 그는 설명했다.

광산 심부화는 사실 남북한만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사막이나 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나라가 아니라면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겪고 있다. 광해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지하자원이 있지만, 상당수는 광해와 심부화 등에 따른 채산성이 맞지 않아 개발이 어렵다. 북한에도 그런 일이 없으란 법이 없다.

이상론은 북한과의 자원 관련 교역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선사한다. 북한이라는 정권이나, 체제가 믿을만한 것은 아니다. 아직 확실하게 주판알을 튕겨본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거리가 가깝고 비용이 적게 들 가능성이 있다.

물론, 우리보다 북한과 왕래가 더 활발하고 사이도 좋아 보이는 중국조차 북한에서의 광물 관련 사업이 생각보다 작은 규모라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교역액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아쉽다면, 작지만 장기적으로 사업을 튼실하게 키워갈 준비가 돼 있다면, 일단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반성으로 옮아갔다. “그 때도 뭔가 이상하긴 했어요. 사업 현지도 가 보지 못한 담당자들도 수두룩했어요. 뭔가 이상하다는 보고는 다들 했을 겁니다.”

우연히 함께 앉은 이들 중 문제가 되는 사업 현지에 가본 기억을 떠올리는 전문가가 있었다. “사업이라는 게 진짜 희망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닙디다. 가보니까 ‘아, 이걸 어떻게 그 많은 돈을 주고 인수할 생각을 했지’ 싶더라구요.” 문제가 있다는 건 가 본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자원의 별명이 왜 ‘노다지’겠어요. 북한이든 해외의 어느 나라든 돈이 되면 왜 해외에 팝니까. 돈이 안 되니까 파는 거예요. 자원을 개발하더라도 비상시에 필수 목적 자원을 조달할 정도라는 생각을 갖고 해야지, 돈 벌어보겠다고 접근하면 경력도 안 되고 투자금도 얼마 없는 나라는 빈털터리 됩니다.”

지금은 퇴직했지만, 광업에 대한 냉철한 시각을 잃지 않은 진짜 전문가들을 만난 것이 반가웠다. 그들이 지닌 광업을 바라보는 장기적인 시각과 눈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앞으로도 후배들에게 전수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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