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신문] 60갑자 중 무술(戊戌)은 ‘황금 개’, 누군가의 시골집 추억과 함께하는 누렁이다. 필자도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누렁이 ‘잠숙이’가 기억에 생생하다. 어머니는 잠숙이를 극진하게 모셨다. 언제나 대청마루 밑 햇살 잘 드는 곳은 그의 차지였다.
숨 가쁘게 달렸던 지난 정유년의 다사다난을 딛고, 이제는 무술년(戊戌年) 황금빛 국운 융성의 기회를 잡아야 할 때이다. 조바심 내지 말고,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한 걸음씩 발전해 가는 보람을 갖는 한 해가 되어야겠다.
마침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우리나라 일인당 GDP를 2017년 2만 9000달러로 잠정집계한 데 이어 드디어 올해에는 3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DP가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에 이르기까지 독일과 일본은 5년이 걸렸지만 프랑스와 영국은 13년 걸렸으니, 12년 걸린 우리나라의 성장속도도 그리 얕잡아 볼 게 아니다.
그동안 우여곡절 속의 세계 경제 상황과 95%에 달하는 에너지 수입의존도, 천연자원은 인적자본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처지를 생각하면 이 정도의 속도도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지난해 12월 기계 분야의 산학연 전문가들이 모인 학술대회에서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를 위한 정책요소를 제시하고 상대적 중요도를 조사했다. 에너지를 안보재로 정한 것은 대체 불가능한 필수재로 정책 실패 시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수준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학회에 참가한 130여 명의 응답자는 내가 원할 때 필요한 양과 품질을 사용할 수 있는 ‘공급신뢰도’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다음은 ‘환경성’으로 기후변화, 대기오염, 부지사용에 따른 환경 훼손의 방지를 중요하다고 보았다.
이는 세 번째 중요하다고 평가한 ‘경제성’을 앞질렀다. 다음 네 번째 요소는 전문가들이 모인 학술대회라 그런지 에너지자원 고갈을 우려해 그 의존성을 국내기술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 대체성’을 중요하게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회적 수용성’을 들었다. 아마 무작위 국민 조사였다면 이 항이 제법 높은 수준으로 여겨졌을 법하지만, 이날 참여자 중에서는 몇몇 외국인 참가자를 제외하고 중요 평가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참고로 가장 낮은 평가를 보였던 ‘사회적 수용성’을 기준으로 공급신뢰도, 환경성, 경제성, 그리고 기술 대체성의 상대적 중요도는 각각 5.8, 4.0, 3.0 그리고 2.1배 높게 보았다. 이 조사를 통해 보면, 에너지 정책은 안정공급에 대한 신뢰도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야 할 것 같다.
국가 에너지 정책이 ‘정치공학적 최댓값’ 찾기에 방점을 두거나, 주목받지 못하는 공공재로 여겨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한다면, 우리나라 에너지는 이제부터 다시 도약할 ‘GDP 4만 달러 시대를 향한 국운의 융성’뿐 아니라 ‘사람 중심 경제’의 구현에서도 극복 불가능한 장애가 될 것이다.
심지어 국가의 명운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우리는 이미 40년 전에 세계에 몰아쳤던 에너지 파동이나 2009년 엄동설한에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유럽이 겪었던 가스공급 중단 사태에서 이미 경험하였고 전기요금 공포에 중형 냉장고조차 사용하기 어려운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의 진행형 에너지 공포에서 교훈을 얻고 있다.
올해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완성되는 해이다. 2008년 시작된 이 계획은 향후 20년 동안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근간이 될 것이다. 이번 계획에도 우리 국민이 에너지만큼은 원할 때 쓸 수 있고, 환경오염도 적으며 저렴한 동시에 가격 변동성도 적어 경제적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고 국외 천연자원 의존도를 우수한 우리 인력의 기술로 대체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지혜를 담아내야 하겠다.
올해에도 에너지는 지금처럼 우리 국민이 의식할 필요 없이 살 수 있도록 하는 후원자가 되기 바란다. 그리고 GDP 4만 달러 시대를 넘어 5만 달러를 향한 경제성장의 추진력을 제공할 수 있길 바란다. 마치 존재하되 인식된 적 없었지만 우리의 추억 속 큰 비중을 차지하는 누렁이 ‘잠숙이’ 같이, 우리나라의 에너지도 국민 모두가 혜택을 받지만 누구도 인식할 필요 없는 자원으로서 역할을 이어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