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제 안 되는 ‘문 열고 냉방 영업’
자제 안 되는 ‘문 열고 냉방 영업’
  • 오철 기자
  • 승인 2017.08.2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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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철 기자

[한국에너지신문] 중국어(中國語)가 국어보다 더 크게, 더 자주 들린다. 여기는 명동. 때는 17일 오후. 명동관광특구 상가지역은 사드 파동도 피해간 듯 중국인을 비롯한 많은 외국인이 활보하는 곳이다.

상인들은 익숙하게 중국어를 구사하며 유커·싼커를 부르고 있었고 외국인들은 구매와 관광을 목적으로 가게에 들어가곤 했다. 명동이 외국인들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지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낯설면서도 신기했다.  

오후 3시가 되고 명동 6번 출구에 강남훈 에너지공단 이사장을 비롯한 임직원과 서울YMCA, 중구청 공무원 등 20여 명이 모였다. 명동상가를 대상으로 ‘문 열고 냉방 영업’ 자제 캠페인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매년 하절기가 되면 전력피크를 대비하기 위해 산자부와 에너지공단은 명동을 비롯한 상인들에게 개문 냉방 영업 자제를 부탁해 왔다. 이날도 여름철 에너지절약 홍보물을 배포하는 등 자발적 에너지절약 실천을 독려했다.

물론 상인들은 반기지 않았다. “영업 방해하지 마시고, 나가주세요”가 보통이다. 상인은 개문하고 하지 않고가 매출에 2~3배 차이를 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자꾸 와서 문 닫아 달라고 말하니 불편만 하다.

하지만 처음 듣는 말도 아니고 “문을 열면 전력소비가 3~4배 급증하니 문 닫고 영업해보자”며 상인 협의회와 함께 결단식도 수년째 했다. 캠페인 팀 문전박대는 너무 심하다. 예비율이 충분한 요즘은 산자부 공고도 떨어지지 않아 상가 문이 활짝 열려 있어도 할 수 있는 건 캠페인이 전부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르면 전력예비율이 10%보다 낮거나 예상된 경우에 산자부를 통해 공고가 전달된다. 지방자치단체는 이때부터 개문 영업 적발 시 경고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상인들은 블랙아웃이 되더라도 문을 닫을 생각이 없다. 왜? 벌금이 적은 탓인가? 아니다. 누진제가 없어서다.  

‘요금폭탄’의 원인 전기요금 누진제는 가정에만 해당하는 전기요금 부과제도다. 지난해 비해서 완화됐지만 어떤 가정도 누진세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반면에 산업용 전기요금은 누진제가 없다.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생산원가의 85%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으며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적은 수준이다. 일본 산업용 전기요금의 50% 수준이고, 이탈리아 요금의 30% 보다도 더 낮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본 상가들은 여전히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었다. 전력 소비량을 급증하게 만드는 ‘개문 냉방’. 여론이 더 나빠지기 전에 상인들이 스스로 자제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关上门,打开空调。(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세요.) 이 사람들 중국어로 말하면 좀 들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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