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정책, 문제는 다르지만 소통이 우선
에너지 정책, 문제는 다르지만 소통이 우선
  • 한국에너지
  • 승인 2017.06.1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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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요구 해결하려면 ‘듣는 자세’ 중요

[한국에너지신문] 새 정부 들어 에너지원의 다양성만큼 다양한 요구가 넘쳐나고 있다. 정부는 새로운 각오로 임하겠지만, 각 업계는 목소리가 서로 달라 갈등의 조짐까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요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은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떤 병이든지 조용하게 곪아서 썩어버리는 것보다는 고통을 직접 느껴 진단을 받고 처방을 받는 것이 백번 낫다. 하물며 시민 생활에 필수적인 에너지원에 대한 이의제기는 대체로 긍정할만하다.

지금과 같이 국민의 환경권과 보건권, 안전권에 대한 요구가 터져 나온 적도 없지만, 그것이 영 터무니없어 보이는 것도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더구나 국민은 에너지  소비주체다. 이의제기는 당연하다. 물론 정도를 벗어난 요구도 있다. 그런 것만 잘 걸러낸다면 에너지정책을 집행하거나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대체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정도에 벗어나지 않는 정책을 집행하면 국민은 대체로 수용하게 돼 있다. 적어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정책 하나를 집행하느라 한 사람의 국민을 잃게 되느니, 차라리 안 하는 것이 나은 것이다. 그런 정책들은 대부분 시간을 기다리면 기회가 따라 온다. 국민의 요구가 어설픈 기술을 세련되게 만들기도 한다. 세련된 기술이 세련된 정책을 만든다. 그래서 집행하는 속도도 빨라진다.

에너지 업계가 현재 당면한 과제는 여러 가지다. 하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다. 비중을 하나 하나 따지기보다는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뜻으로 일부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중지했다. 그 공백을 재생에너지로, 아니면 LNG 발전으로 메워야 한다는 요구가 분분하다.

미세먼지의 또 다른 축인 수송에너지 문제도 LPG로 해야 할지, 전기나 수소로 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어떤 것으로 해야 할지 논의할 빌미가 만들어지고 있다. 국내 이곳저곳을 때리고 있는 지진과 폐기물의 문제는 원자력발전 정책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자원개발업계도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고 외치고 있다.

다양한 의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처리하는 방법의 첫 단계는 각자의 요구와 그 이유를 ‘잘 듣는’ 것이다. 그렇게 듣다 보면, 국민 또는 정부, 국회, 업계 등의 요구가 모두 다른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중간방안, 장기방안이나 발전방안, 백지화 방안 등 선택지가 다양하겠지만, 결정 주체인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든 할 것이다.

만약 그 방안이 무리라거나 설득력이 떨어진다면 십중팔구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도 천명할 필요가 있지만, 너무 꼿꼿하게 모든 것을 처리하면 파행이 생길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금 에너지 업계에는 처리해야 할 사무가 산적해 있다.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업계도 어떤 부분에서는 정부, 지자체, 지역주민과 같은 당사자의 고충을 이해해 주어야 한다. 특히 지역주민을 진정으로 설득하기 위해서는 역시 잘 들어야 한다. 문제의 초점, 해결 방안, 비용부담 방안 등을 잘 설득해 내야 한다. 예전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꼬드겨 돈이나 벌고 튀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이제 없겠지만, 비슷한 시각이 있다면 당장 생각을 고쳐먹어야 한다.

업계가 정부에 요구하기 위해서도 ‘일단 지원을 해 달라’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지원금은 모두 국민의 세금이다. 물론 눈먼 돈으로 보일 수 있다. 과거에 척척 이뤄졌던 지원이 점점 조건부가 되고, 액수가 줄어드는 것이 마뜩잖아 보이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산업이 성숙할수록 정부나 지자체의 몰아주기식 지원은 지양해야 한다. 준다고 해도 안 받을 정도가 돼야 한다. 정부가 기울어진 운동장의 평형을 맞춰주기 위해 작은 업계와 업체는 직간접 지원을 계속 해나가야겠지만 단기에 그쳐야 한다. 큰 업체와 업계는 규제와 투자 유도를 병행해야 한다.

에너지 업계의 수준, 우리 국민의 수준이 아직 멀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그런 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수준과 관계없이 소통은 해야 한다. 그것도 편도가 아닌 왕복 소통이 필요하다. 소통이 안 될 것도 없는 것이 대부분 그 자리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다. 

국민, 정부, 국회, 업계 모두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그러기 위해 소통해야 한다면 ‘듣는 자세’부터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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