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결국 파리협정 탈퇴 선언
트럼프, 결국 파리협정 탈퇴 선언
  • 이욱재 기자
  • 승인 2017.06.0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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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일제히 비난

[한국에너지신문] 반전은 없었다. 전 세계가 우려한 대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협정을 공식적으로 탈퇴한다고 1일 선언했다. 이번 선언으로 미국은 시리아, 니카라과에 이어 협정에 불참하는 세 번째 나라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 1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터 파리협정 비구속조항 이행을 전면 중단하겠다”며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서 그는 “파리협정은 미국에 불이익을 가져다준다”며 “나는 미국 국민을 보호할 책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한 협정이 만들어지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파리협정을 탈퇴한 것은 거대 자본들의 입김이 강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런 그에게는 자신의 집권 전에 이뤄진, 직접적인 안면이 없는 세계 각국 정부와의 합의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자신을 지지해 줬던 석유업, 중공업, 발전업 분야의 거대기업과의 친분이나 그들의 신뢰가 더 소중할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추가) 이 때문에 그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외치며 ‘자국 산업 발전’을 최우선 정책으로 밀고 있다.

한편 트럼프는 그의 경력을 봤을 때 거대 자본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트럼프와 친분이 있거나 그의 정책을 직간접적으로 지지하는 거대 기업들은 파리협정 이행을 반대하며 트럼프 정부에 끊임없이 압력을 넣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로도 이러한 거대 ‘기득권’들이 정부 요직 곳곳에 포진해 있다. 현재 미국 국무장관은 석유재벌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다. 공화당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코흐 가(家)역시 석유 재벌이다. 이 외에도 미국 내 여러 정치적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받는 록펠러 가 역시 유명한 석유 재벌이다.

트럼프가 파리협정의 본격 발효 후 일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최근 러시아 스캔들 등으로 인해 추락하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공업, 건설업, 쇠락한 미국 중동부 산업지대인 일명 ‘러스트 벨트’ 노동자들에게 약속했던 ‘굴뚝 산업’ 부흥을 통해 지지율을 끌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이날 발표는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비판을 불러왔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3개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공동성명을 통해 "파리 기후변화협정은 재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3개국은 "기후변화협정에서 제시된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이행할 수 있도록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의 입장에 강력하게 맞서, 혹시 있을지 모를 동조자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는 언급이다.

유엔 역시 논평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지구의 안전을 강화하려는 글로벌 노력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결정은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환경 이슈에 국제적 리더로 남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협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트럼프를 비판하고 나섰다. 오바마는 "이번 결정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미래를 거부한 극소수 국가에 합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언론들은 이러한 트럼프의 결정이 미국의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세계의 리더를 자임하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이 이번 결정으로 약화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는 결과적으로 중국과 유럽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계기라고 분석했다. 파리협정에 가입한 200여 개 국을 분노케 하고 결국 중국과 유럽이 공동성명을 내고 양 진영이 미국을 대신해 파리 협정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WP는 특히 중국이 미국의 파리 협정 탈퇴로 인한 리더십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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