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도 고유가에도 ‘충격 완화’가 목표
저유가에도 고유가에도 ‘충격 완화’가 목표
  • 한국에너지
  • 승인 2017.01.1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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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석유비축계획 수정, ‘유가 롤러코스터’ 대비한 혜안 필요

[한국에너지신문] 정부가 최근 4차 석유비축계획을 비축량을 약간 줄이는 방향으로 수정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업계와 정부 일각에서는 시행이 시작된 2014년부터 약간의 수정을 염두에 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2015년부터 이어진 각 보도의 차이는 이미 세운 계획을 수정하는 ‘이유’ 부분이 다른 정도로 미세하다. 수정하려면 이유가 적은 것보다 많은 것이 한결 낫기 때문이리라.

석유는 우리나라에 없는 자원이다. 정확하게는 경제성을 보장할 만큼 있지 않다. 전량 수입되는 자원 중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비축은 소비자들의 충격 완화를 유일한 목표로 해야 한다. 석유의 용도는 수송용이 가장 많다. 자동차는 전기차가 되어 가고 있다고 하겠지만, 비행기도 석유가 연료다. 훨씬 더 정제된 기름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점을 우리는 간과하는 측면이 있다.

유가의 방향은 최근 2~3년간 상당히 빠른 템포로 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원유가격과 석유류 제품 가격 모두 그렇다. 그러면 일정한 가격의 변화 방향이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최근 10년간의 국제유가 변동을 보면 그렇다.

수요가 갑자기 늘어날 때 거래량과 거래 예측량이 치솟으면서 가격도 덩달아 올랐던 것 뿐이다. 이런 상황이니 방향 예측은 전문가든 언론이든 틀릴 수 있다. 틀려도 죄를 짓는 것도 아니고, 맞아도 신기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무튼 유가가 이런 식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흐름을 정확하게 짚은 사람은 아예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전량 수입하는 석유를 비축해야 하는 우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계획을 어떻게 수정할지 생각해야 한다. 정부가 비축분을 약간이라도 줄이려는 이유는 공급은 이미 넘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유가가 이제는 더 이상 오르지 않거나, 올라도 충격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일 수도 있다. 도입선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약간 다르게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석유는 어떤 면에서는 신비로운 영역에 있다. 아무도 언제 고갈될지 모른다.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 30~40년 내에 고갈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미 그 기간이 지났거나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30~40년 내에 고갈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 정도 이상은 비축해야 한다. 30~40년 후에도 똑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고갈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발전이 아직 뽑아내지 못하는 석유를 더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질문을 해 봐야 한다. 기술의 발전이 딱 여기까지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 또 기술 발전이 예상하지 못한 다른 문제를 만들어 내면 어떻게 할 것인가. 더구나 수입을 해야 하는 우리는 그 기술의 2차 수혜자다. 그래서 답을 쉽게 낼 수가 없다. 불확실하기 때문에 대비해야 한다. 일본에서 석유 비축량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는 것은 그런 시각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석유는 어떤 면에서는 정확하게 수요와 공급 원칙이 지켜지는 영역이다. 원유와 제품 가격이 급등락했던 시점을 보면 대개 세계 경제에서 수요 자체가 늘어나거나 수요가 늘어날 것이 예측됐던 시점이 많다. 더구나 생산량을 줄이고 늘리는 것이 제한적으로나마 가능한 영역이기도 하다.

예상되는 석유 수요의 증가를 부르는 사건은 어떤 것이 있을까. 예를 들면 아프리카의 경제 성장과 같은 것이다. 아프리카가 언제까지 ‘동물의 왕국’으로만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수요의 증대가 있을 수 있다. 물론 그 시점에 공급이 수요보다 더 많은 일이 없으라는 법도 없지만, 이제까지의 추이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30년간 장기의 유가 변동도, 10년간 중기의 유가 변동도, 3~5년간 단기의 유가 변동도, 1년간 초단기의 유가 변동도 단 한 번도 흐름이 일정하지 않았다. 전문가, 비전문가, 언론의 예측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유가의 흐름이 상향이든 하향이든 대비는 필요하다. ‘대비’라는 말은 어떤 가능성에 대한 준비를 뜻하는 것이다. 그 가능성이 작아도 대비는 해야 한다. 자원은 항상 적어서 문제다. 그래서 자원이다. 많다고 곤란할 것까지는 없다. 많으면 활용방안을 찾을 수 있다. 비축분이 많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그래도 야금야금 줄이다 보면 어느 새 걱정할 타이밍이 온다. 충격은 항상 예고하지 않고 찾아온다. 준비하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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