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자립섬, 자립 안되는 사업관리 아쉽다
에너지자립섬, 자립 안되는 사업관리 아쉽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6.09.02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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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관리’ 까지 철저히 고민해야

[한국에너지신문] 에너지자립섬이 새로운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대안이 될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여러 곳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하지만 완벽한 이상향은 이 세상에는 없다. 에너지의 이상향 역시 이 세상에는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건이 최근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사건이란 경남 통영의 작은 섬 연대도가 국내 최초의 에너지자립섬으로 발돋움했다가 최근에 이 사업이 삐끗거린 데서 출발한다. 마을회관을 패시브하우스로 짓고, 에코체험센터와 마을 뒷산의 태양광 발전소까지 조성했다. 아마도 2011년 당시에는 최고 수준의 장비였을 것이다.

문제는 2014년부터 발생했다. 태양광 발전기의 중요 설비인 인버터가 절반 정도 고장났고, 교체공사가 진행됐지만 장비는 여전히 잘 작동되지 않았던 것이다. 문제는 이 사건의 책임 소재를 두고, 관할 지자체인 통영시와 납품업체 간의 갈등이 생겼다는 것이다. 국비와 도비, 시비를 합쳐 초기비용만 14억여원이 들었다.

교체비용까지 합치면 그 액수를 훨씬 넘는 금액이다. 교체를 진행한 뒤에도 작동이 되지 않아, 결국은 공사비 분쟁으로 민사소송까지 갔다. 이러는 사이에 주민들은 당초에 약속된 에너지자립섬 수준의 전기료가 아닌, 일반 전기료를 내고 있다. 전기료 차이는 3~4배에 달한다. 50가구 80여명이 사는 이 섬에도 이번 폭염의 위세는 대단했기에 요금폭탄도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이러한 갈등은 에너지 분산 자원 정책에서도 어떤 점을 주목해야 하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에너지 이상향의 가능성은 여러 가지다. 적은 인구,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적절한 재생에너지 자원, 이외에 실제적인 부담 수준 등이 그런 것들이다. 이런 많은 요인들을 실사해 적절한 사업지를 찾는 것이 우선 과제이고, 실행하는 것이 두 번째 일이다. 하지만 세 번째 일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적절한 사업 관리다.

어떤 사업이든 시행은 좋은 일이다. 그래서 누구나 시작해 보려고 한다. 처음에 투입되는 돈도 많다. 사진도 찍히고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 수주경력을 쌓는 데에도 더할 나위없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관리는 누구나 힘들어한다. 남들이 다 해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것처럼 느껴지고, 실상 차려진 밥상도 초라하기 그지 없다.

일괄적으로 사업시행 운영부터 사후관리까지 한꺼번에 할 수 있도록 지원돼야 하는데, 작은 사업에서는 그게 어렵다. 누구나 처음에 주목받는 일만 하려고 하지 뒤치다꺼리는 하기 싫어한다. 하지만 누가 됐든 책임지려고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업관리를 일괄적으로 사업 시행자에게 하라고 하기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비리의 온상이 되기도 하고, 그래서 바꾸노라고 한 게 아마도 시행은 일단 먼저 하고, 관리는 나중의 문제이니 이 두 단계 사이를 절연하는 방식으로 일을 추진했을 것이다. 더더욱 어려운 것은 에너지자립섬 사업의 수익성 문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책사업이 그렇듯, 그리고 작은 단위의 에너지자립섬 사업이 그렇듯 수익이 그렇게 좋았을 리는 없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작은 수익에 사후관리까지 맡든지, 사후관리만 따로 맡든지 업체 입장에서는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에너지자립섬에서 사업을 시행할 때 가장 주목했던 것은 ‘에너지’였을 것이다. 간척사업이 됐든 연륙교 사업이 됐든 ‘섬’이라는 점에는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립’이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추면 어떻게 될까.

어차피 ‘자립’을 원한다면 이 장비를 유지보수하는 것도 알아서 해야 한다. 설치는 대규모이니 알아서 할 수 없지만, 작은 부품 장비 한 두 가지를 바꾸는 일이야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게 하면 될 일이 아닌가.

자동차와 보일러를 비롯해 원래는 자기가 운용하는 모든 장비는 자기가 알아서 고칠 수 있어야 한다. 자립섬의 에너지 장비도 그렇다. 자기가 알아서 고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누구나 교육만 받으면 고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도 안 된다면 정비 전문 인력이 상주 인력 중에서 나오기라도 해야 한다.

애프터 세일즈 서비스가 가까운 곳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설비를 만드는 제조업체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해 정비는 최대한 간단하게 할 수 있도록 모든 장비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자립을 할 수 있다.

에너지자립섬, 개념은 좋았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고 있다. 그 삐걱거리는 소리마저 고칠 수 있는 특단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에너지자립섬은 에너지타립(他立)섬의 나락으로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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