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답게 살 수 있는 전기요금 정책을 기대한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전기요금 정책을 기대한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6.08.2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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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난방도 전기사용도 기본권…누진제, 개편이든 폐지든 립서비스로 끝나지 말아야

[한국에너지신문] 우리나라를 비롯해 모든 나라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를 위해 기본권이라는 것을 헌법에 정해 놓았다. 그 내용을 분류해 보면 평등권, 자유권, 사회권, 청구권, 참정권 등이 있다.

요즘과 같은 에너지 다소비 시대에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전기를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권리 역시 기본권의 세부 내용 가운데 중요한 일부를 차지할 게 틀림없다.

세계적으로도 이미 에너지는 기본권의 대열에 들어섰다. 한일월드컵이 한창이던 지난 20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서는 세계환경정상회의가 열리고 그 결과로 ‘요하네스버그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빈곤층에 적정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필수 과제”라는 내용이 담겼다. 빈곤층만이 아니라, 누구나에게 적정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필수과제다.

그런 의미에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평등권을 저해하고 있다. 평등권은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다. 이번 여름과 같은 폭염상황에서는 냉방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균등하게 가져야 한다. 다른 말로 같은 요금으로 비슷한 냉방효과를 누려야 하는데, 누진제는 그러한 권리를 갖지 못하게 만든다.

누진제는 현대 복지 국가에서 중요한 권리중의 하나인 사회권, 다른 말로 복지권을 저해한다. 사회권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환경권, 노동권, 교육받을 권리 등을 내용으로 한다. 그 가장 중요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안에는 분명히 폭염 주의보와 경보를 오락가락하는 혹서기에 냉방을 할 권리가 포함돼 있을 것이다.

냉방을 할 권리가 완전히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현행 에너지법에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에너지 공급자는 빈곤층 등 모든 국민에게 에너지가 보편적으로 공급되도록 기여해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 바로 에너지법 제4조 5항이다.

만약 그렇다면 주택용 누진제는 인간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전기가 공급되도록 하기 위해서 폐지되든지 개편되든지 하는 둘 중 한 가지의 결론으로 귀결되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가격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점일 텐데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정책 당국자는 골머리를 싸매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누진제 하나만을 가지고 ‘이렇게 고치자’, ‘저렇게 고치자’ 하면 간단할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에너지 가격은 사실 기형적인 데가 있다. 석유와 가스 같은 1차 에너지원의 가격이 2차 에너지인 전기보다 더 비싼 것은 대표적인 기형 사례다. 이러한 기형적 사례 역시 누진제를 고친 다음에 바로 바로 손을 봐야 한다.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냉방이든, 이제 다가올 겨울철에 이슈가 될 난방이든 열을 사용하는 기기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1차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냉난방기는 의외로 많지 않다. 1차 에너지원이 처음으로 내놓는 에너지가 열인데도 그렇다. 이는 누진제의 대상이 되는 혹서기나 혹한기 이외에는 2차 에너지인 전기의 가격이 그렇게 부담되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은 분명히 기형적인 것이다. 이런 점을 바로잡지 않으면 누진제를 아무리 바로잡아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 계속 생길 수 있다.

주택용 누진제가 도입된 것도 물론 이유가 있기는 하다. 산업 발전을 위해 적게 생산되는 전기를 산업 분야에 ‘몰아주기’ 해야 하다 보니, 아껴야 하는 부문이 생긴다. 주택용의 절약으로 산업용을 더 쓸 수 있다면 써서 수출을 늘려야 하니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허리띠를 졸라맬 필요도, 방법도 없다. 이미 너무 많은 전기기기들이 우리들의 생활에 넘쳐난다. 발전소 역시 넘쳐나기는 매한가지다.

이미 올해 2월에도 한전은 정부와 요금제 개편을 논의한 적이 있다. 지난해도 누진제 개선 유도를 하겠다는 정부방침이 나온 적이 있다. 2014년에는 개편 방향을 정하기 위해 관련 용역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뿐인가. 누진제 도입이래 전기요금은 해마다 개편된다는 ‘설(說)’만 무성하다.

요금을 인상하는 이유는 정확하다. 연료 가격이 오르면 이 가격을 정확히 반영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동안 연료 가격이 바닥을 찍고 또 찍었지만 인하는 찔끔찔끔이다. 유가에 연동돼 가격을 내린 천연가스 액화석유가스 요금과 열 요금을 보면 뭔가 느낄만도 한데 하냥 그모양이다.

이번에는 관계 정부 부처가 아니라 집권당이 나섰으니, 아무쪼록 개편이든 폐지든 립서비스로 끝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렇게 해야 국민들의 기본권을 챙길 수 있다. 사람답게 살아야 사람답게 일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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