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공기업, 까먹은 액수보다 원인이 문제다
에너지공기업, 까먹은 액수보다 원인이 문제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6.06.1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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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함이 부른 부실, 성급하게 메우려 하나

[한국에너지신문] 에너지공기업의 손실 규모와 그에 대한 후속 조치로 통폐합 등의 각종 방안이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여기에 통폐합 등을 조언하는 내용의 연구용역 결과를 제출한 회계법인 역시 다른 종류의 비위 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는 등 사태는 점점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길로 가고 있다.

정부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해 30개 공기업의 총 당기순이익 규모는 약 4조 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000억원 가량 늘었다. 일부 공기업은 상당한 규모의 손실을 봤다.

그 중에서도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 수자원공사 등의 손실 규모가 각각  4조 5003억원, 한국광물자원공사 2조636억원, 수자원공사는 5조 7956억원 등으로 손실이 컸다. 물론 손실이 큰 것은 국민 경제에 부담을 주고, 공기업의 손실은 사기업의 손실보다 국고와 더욱 가까워 국민들에게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러한 손실을 ‘천문학적’이라며 당장이라도 부실을 털기 위해 정리하겠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잡고 가는 모양이다.

‘당기’ 순손실이라지만, 사실은 이전에 투자하느라 빌린 돈의 이자가 커도 너무 커서 생기는 문제다.

우리는 에너지 및 자원 공기업들이 부실하게 된 이유를 알고 있다. 그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바로 이전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과 4대강 사업이다.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듯이 이들은 모두 수익 사업이 아닌 투자 사업들이다.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가 부실해진 이유로 꼽히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은 단기적으로는 수익이 거의 나지 않거나, 나더라도 적게 나는 사업이다. 오직 오랜 기간 동안 투자를 하여야만 결실을 볼 수 있는 사업이다. 당연히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제대로 결실하기 위해서는 장기투입할 수 있는 대규모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에서 고액의 투자를 장기적으로 할 필요가 있었던 사업이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와 정부는 성급했고, 단기의 성과에 매달리다 보니 일단 정부와 공기업들이 앞서가고, 민간기업들이 거리를 두고 이를 쫓아가는 식으로 움직였다. 재원도 마련이 덜 됐는데 일단 투자하라고 독려하기 위해서는 적은 재원을 까먹어도 상관 없다는 식의 ‘성공불융자’ 같은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자금은 원칙적으로 사업을 하려는 자의 수익 또는 경험에 투입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나 공기업은 사업을 하려는 자가 아니었고, 민간기업으로서는 대박은 못 쳐도 본전은 보전되니 덤비는 시늉만 해 본 것이다.

그러고나서 그렇게 부실해진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가 이제 난타를 맞고 있는 것을 보는 국민들이 얼마나 아연실색할 것인가. 더구나 석유공사는 해외자원개발에 관한 한 많은 경험과 기술이 축적돼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기업이다. 이러한 공기업을 단순히 수치상의 부실을 이유로, 그것도 이전 정부의 실수로 인한 수치상의 부실로 통폐합이나 사업 정리를 거론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난센스다.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 부실 떠맡기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다. 당시에 정부 수반과 해당부처 관계자들은 건설서비스업, 국민경제 등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자원공사 입장에서는 난감하지 않겠는가. 그 사업 덕분에 먹어야 할 욕을 정부와 분담하는 것도 억울한데, 이제는 부실을 그대로 떠안고 부채에 대한 이자만 계속해서 늘려가다가, 예산이 나가도 너무 많이 나간다며 기능조정의 도마에나 올라 있으니 난감해도 너무 난감하리라.

물론 에너지공기업들의 미래 성장성도 밝지만은 않을 것이다. 에너지연료와 각종 광물자원의 가격은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마당에 없애고 합치는 것이 뭐가 그리 문제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 부분들은 그냥 정리하고 말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조직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자명하다. 이전 정부에서처럼 적은 재원을 털어넣고 사진이나 찍자는 식으로 하는 실수만 없다면 이 부문의 방향을 세워주고, 투자를 하고자하는 민간기업을 도와 주기 위한 공사의 기능은 있어야 한다. 그런 상황에 공기업의 통폐합은, 그것도 단기간 준비하고 순식간에 이뤄지는 통폐합은 성급해도 너무 성급한 것이다.

성급함이 불러온 공기업의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또 성급함을 발동해야 하는가. 우리는 그러한 정부의 성급함과 단기적 시각을 경계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됐는지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놔두고 무엇을 없앨 것인지 제발 차근차근 챙겨서 해도 늦지 않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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