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에서] 에너지 소비와 환경, 효과적인 가교 전략은
[양재천에서] 에너지 소비와 환경, 효과적인 가교 전략은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6.06.10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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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화로 줄어든 녹지에서 효율과 친환경을 고민하다
▲ 조강희 기자

[한국에너지신문] 경영학 용어 중에 가교(架橋) 전략이라는 것이 있다. 최고의 단계에 오르기 위해 그것보다는 약간 못한 중간단계를 임의로 설정해 놓고, 그 중간단계에 일정 정도 머무르면서 최고의 단계를 위한 준비와 탐색을 하는 전략이다. 최고의 단계는 올라가려는 궁극적인 목표를 말한다. 물론 목표가 변경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하나의 계획에는 하나의 최고 목표 단계와 그 사이에 넓은 범위의 중간 단계가 있음을 가정해야 이 전략이 성립한다.

신문사를 예로 들자면 이렇다. 어떤 격주간 신문사가 일간신문을 발행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일단 그 신문사는 가교전략으로 어느 기한까지 주간신문으로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주간신문이 되고 나서는 또 가교전략으로 어느 기한까지 주2회간, 주3회간 하는 식으로 목표를 삼고 그 목표를 완수해 내야만 한다. 그러고 나서야 마침내 일간신문이라는 목표로 가는 데에 큰 무리가 없다.

재원과 인재의 유무를 떠나 이러한 가교 전략이 가장 합리적인 전략으로 인정받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중간단계에서 탐색하면서 실제로 목표에 다가가는 다양한 경로를 탐색할 수 있고, 그러한 가운데 실제로 계획을 큰 위험부담 없이 실행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을 설립하는 것도 가교 전략이 먹힌 사례가 많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한국과 세계의 수많은 명문대학들이 사실은 학원이나 중고등학교 수준의 학교에서 시작됐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필자의 모교 역시 공학에 특화된 단과대학으로 시작해 4년제 종합대학이 된 지도 30년이 훌쩍 넘었다.

소비자가 모두 ‘자신의 삶에 대한 경영자’라고 한다면, 소비에도 최적의 전략을 탐색하기 위한 가교 전략을 사용할 것이다. 최고의 수준은 누구나 선택하고 싶어하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그러나 최저의 수준은 누구나 그 자리에 주저앉는 것을 꺼린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원 소비에도 비슷한 전략이 있어 왔다. 광복 직후에는 신탄(薪炭), 즉 장작과 숯이 가장 유력한 에너지원이었다. 에너지는 환경과 직결돼 있다는 개념은 이 시기에도 여전했던 듯하다. ‘덮어 놓고 때다가는 민둥산을 못 면한다’는 구호가 ‘덮어 놓고 낳다가는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구호보다 더 앞서 나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심각한 산림 적화(赤化) 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이었을까. 고급연료에 해당하는 무연탄을 조개탄과 공탄(孔炭) 형태로 양산할 수 있게 되면서 산림녹화가 비로소 가능해졌다. 무연탄이 대중 연료 자리를 굳히면서 산림녹화 문제는 해결됐지만, 무연탄 고체 폐기물의 양도 엄청나게 늘었다. 광산 폐광과 그로 인한 환경 오염의 문제도 제기됐다.

그러던 것이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등유나 경유, 액화석유가스와 액화천연가스가 공급되면서 고체 부산물 폐기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을 볼 수 있게 됐다. 물론 아직도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연탄을 난방연료로 때고 있다고 하지만, 과거에 비해서 특히 국내에서는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모든 연료들의 기체 부산물이 환경오염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등이 기체 부산물이다. 물론 미세먼지의 경우는 입자가 작을 뿐 실제로는 고체 부산물이라고 할 수도 있다.

연료의 사용처 중에서 자동차와 발전소 같은 비교적 눈에 잘 띄고 대량의 연료를 소비하는 것, 그리고 문제점 중에서는 대기환경오염에 집중해 보자. 현재 상태의 최저의 단계는 발전소는 석탄화력, 자동차는 경유자동차가 될 것이다. 반대로 최고의 단계는 발전소는 태양광과 풍력을 위시로 한 재생에너지, 자동차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어진 전기를 사용하는 자동차가 될 것이다.

그런데 뒤집어보면 수력, 풍력, 태양, 조력과 파력 등 모든 재생에너지원도 결국 부지가 필요하고, 경제성을 보장할 만한 넓은 부지의 확보를 위해서는 비용과 동시에 어느 정도의 환경파괴가 불가피하다. 만약 화력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전기의 대부분이 자동차 에너지원이 된다면 그야말로 난센스다.

그렇다면 에너지의 가교 전략을 고민할 수는 없을까. 혹시 액화천연가스나 액화석유가스 같은 것들은 아닐까. 액화천연가스나 액화석유가스는 수입해서 사용하는 연료라는 약점은 있으나, 상대적으로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환경 영향이 적은 연료가 될 수 있다.

물론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그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전통 연료는 사실상 없다. 이게 없으면 저게 있는 식이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간단하고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환경영향도 줄일 수 있는 재생에너지원도 아직까지는 없다.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의 불량으로 인한 보수나 효율 저하 문제도 함정이 될 수 있다. 신에너지원은 아직은 회색지대다. 완전한 친환경도, 그렇다고 완전한 저비용도 아니기 때문이다.

에너지 기술과 환경 기술의 개발이 녹지를 늘리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에 일조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실제로 석탄조차 가스화와 고효율화가 급진전되고 있다. 원자로는 계속해서 소형화되고 있다. 이렇듯 기술의 한계는 점점 엷어진다. 물론 기술이 완전무결할 수는 없고 근본적이지도 궁극적이지도 않다.

연료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길은 근본적이고도 궁극적으로는 녹지를 늘리는 길 밖에는 없다. ‘덮어 놓고 도시화’하다보니 줄어든 녹지에서 진정 효과적인 가교 전략은 무엇일까. 고민은 깊지만, 답을 내놓기가 쉽지만은 않다. 셈법은 의외로 복잡하고, 자신의 위치가 답을 결정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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