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뭔가 기대해도 됩니까?”
“전기자동차, 뭔가 기대해도 됩니까?”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6.04.2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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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생각만큼 시간이 필요한 이유
▲ 조강희 기자

[한국에너지신문] “전기자동차, 뭔가 기대해도 됩니까?”

배터리를 생산해 전기자동차 생산업체에 납품하는 회사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 질문이다. 정부는 에너지신산업에 대한 의지에 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 중의 한 품목이기도 한 전기자동차는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딱 거기까지일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장에 테슬라, 여기에 필적한다는 패러데이퓨처, 그리고 애플카와 구글카 등이 이렇다할 성과를 단기적으로 내놓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적어도 업계 관계자 중에서는, 그리고 그 ‘단기’가 3년에서 5년 사이라면.

이야기를 해 나가는 사람들에 따라, 그들의 성향과 관심, 그리고 심지어는 그들의 소속에 따라 서로 다른 전망을 내놓는다. 아마도 그들 가운데는 증시에서 관련주에 단돈 만원이라도 넣고 있는 사람도 몇몇 있을 것이다.

엇갈리는 전망에 대해서는 극약처방이 필요하다. 필자는 아무에게든 전기자동차를 세컨드카가 아닌, 유일한 업무용이나 자가용 차량으로 운용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질문한다. 그러면 열에 일곱여덟은 생각이 깊어진다. 툭 던진 질문인데, 대답은 툭 나오지 않는다. 차를 살 돈이 없는 사람이 “안 사”라고 대답하는 걸 제외하고는.

일전에 만났던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테슬라모터스 대표인 엘론 머스크가 아무리 대단한 프로젝트를 하는 것 같아 보여도 그는 어디까지나 벤처업계 사장님일 뿐이다. 예전에 우리나라에 정보통신 관련업종에 벤처 붐이 일었던 적이 있다. 지금 상황은 그 때와 별로 다른 게 없는 것 같다. 작은 변화는 그 때의 노란 얼굴이 지금은 하얀 얼굴로 바뀌었고, 무대가 한국에서 세계로 바뀐 거다. 그나마 큰 변화는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자금조달 방식 뿐이다. 지금의 관심은 그것에 대한 열광이다.”

한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이런 이야기를 건넸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청정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가 전원이 된다면 전기자동차는 강력한 대안이다. 10년 이상의 장기전이라면 전기자동차가 답이다. 다만 3년에서 5년 사이의 단기전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싶다면, 제조사와의 협업이 중요하다. 장기전에서도 승부처는 제조사와의 협업 여부에서 갈릴 것이다. 자동차산업이 의외로 신경 쓸 게 많은 장치산업이다. 세컨드카만을 바란다면 지금 당장 열광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나의 유일한 차, 퍼스트카를 원한다면 자동차 업계에서 고장이 없고, 안전하고, 충전이 더욱 간편하면서도 신속한 전기자동차가 나오는 것을 기다려 줄 필요가 있다.”

물론 몇몇의 이야기만 듣고 생각하기는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리고 필자가 예상하기로는 우리나라에서는 적어도 10년 이상의 장기전이 될 것을 각오하고, 전기자동차를 기다려야 하는 것 같다. 그래도 한편으로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은 시장에서 그나마 전기자동차 충전 서비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유통기업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주유소업계에서도 충전 관련 사업을 조금씩이나마 추진하고 있다니 그렇다. 충전이라도 좀 수월해지면 전기자동차의 가능성도 그만큼 더 열리기 때문이리라.

전기자동차에 뭔가를 기대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단기가 아닌, 중장기의 가능성을 보라. 그게 결론인 것 같다. 다만 ‘같다’라고 할 수밖에 없는 그 몇 퍼센트에도 기대를 걸고 싶다면, 그건 독자들의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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